우리말 어휘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보고 싶었는데, 사전에 실린 단어수로는 대략 50만 단어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중에 옛말이 있고, 전문어라고 사실 별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 그리고 북한말까지 실려 있으니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식적인 우리말이라면 한 십만 단어 정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한번 쯤은 내가 쓰는 우리말, 어휘에 대해서 고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 민중서관

최근에 우리말사전 개편을 하면서 단어수를 늘리기 위해서 순 우리말에 대한 보완은 거의 하지 않고 중국말들을 우리말 단어라고 갖다 넣은 것에 대해서 약간의 비판이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편법을 지적하자면 표준 국어를 만든다고 하던 1945년까지는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사실 1945년에 해방이 되고 나서 제일 문제가 되었던 건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학교에 없었던 건 물론이고 국어선생님이 없던 게 문제였다고 한다. 문법은 고사하고.
 
우리나라의 문법과 맞춤법 체계 그리고 발음 체계에는 약간 군국주의 냄새가 많이 묻어있다. 표준어를 결정하고 그 말을 하나의 단일한 발음체계로 밀어붙이는 과정까지.
 
요즘은 잊혀진 말이지만, 80년대에 궁중어라는 말이 있었다. 억지로 표준말을 쓰려고 하던 대구 사투리를 표준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두환이나 노태우 아니면 하다못해 박철언이니 허 씨들까지 전부 그런 말을 쓰면서 국가의 중요한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말을 써야 궁중에 갈 수 있다고 궁중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
 
난 어학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구조주의 공부하면서 약간의 언어학 공부한 것 외에는 특별히 문법체계나 언어체계에 대해서 정통한 편은 아니다.
 
미국 할렘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사람들이 1,000 단어 내외의 어휘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천 단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해보지만, 보통 ‘햄버거 영어’라고 부르는, 영어를 구사하는 데에 최대한 공손한 표현까지 포함해서 5,000 단어 미만이라고 하니까 정말로 천 단어 정도면 생활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색깔을 표현하는데 10단어, 음식을 표현하는데 50단어, 의복을 표현하는데 50단어, 그리고 집과 관련된 단어들이 50단어라면 200 단어 안팎의 단어가 의식주와 관련될 것이고, 여기에 기분 및 동작을 표현하는 100개의 동사를 집어넣고, 직업과 관련된 단어 다시 100개 정도를 넣으면 400개 정도, 그리고 기능어 50개를 넣으면, 도합 500개 내외에서 일상적인 단어들의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직업이나 하는 일과 관련된 단어들과 슬랭(일반 대중에게 널리 통용되면서도 정통어법에서는 벗어난 비속(卑俗)한 언어-편집자 주)을 500개 내외로 잡는다고 하면, 1,000 단어를 가지고 평생을 살 수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나는 하루에 몇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가 생각을 해봤더니, 일상적인 대화로는 100단어도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말이 삶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과연 우리말 어휘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