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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이 망쳐놓는 생태도시
[비나리의 초록공명] 무계획적인 공영개발 속에 환경생태 파괴 극심해져
 
우석훈   기사입력  2005/08/21 [20:14]
아주 이상해진 우리나라의 생태도시

요즘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개념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생태도시와 평화도시를 거론할 수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이 두 단어에 다 해당하지만, 보다 심각하고도 긴급한 위험은 사실은 생태도시라는 개념이다. 그냥 탱자처럼 별 맛없지만, 그렇다고 몸에 크게 나쁘지 않은 과일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 특히 서울시에서 전개하는 생태도시 개념은 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해롭고, 그것도 많이 해롭다.

1. 맥락

context라고 원문을 쓰는 용어는 사실은 좀 쉬운 얘기는 아니다. 이제는 일상용어처럼 맥락이라는 말로 번역해서 사용하지만, 독일 초기과학 논쟁에서 나온 용어이고, 딜타이 이후의 해석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뜻이 나쁘면 하는 일이 나빠진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규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딜타이에서 호르크하이머를 거쳐 프랑스의 폴 리쾨르까지 내려오는 철학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성경과 같은 경전을 읽을 때 단순한 행위나 전면에 나와 있는 주장을 기계적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그 전후맥락을 보면서 행간, 즉 저자가 실제로 경전을 통해서 알리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얘기이다.

이런 면에서 서울시에서 맨 처음 스타트를 끊은 우리나라의 생태도시 논의는 그야말로 특이하면서 대표적인 개념인 꾸리찌바와는 아주 많이 다르고, 독일 남부의 자동차 공업도시 슈투트가르트와도 아주 다르다. 꾸리쭈바는 가난한 도시 빈민들에게 이동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그야말로 운동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다가 돈이 많이 들어갈 지하철을 새로 놓는 대신 그 돈의 아주 일부만으로 버스를 시가 운영하고, 노선의 일부를 버스전용으로 막아 지하철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 동선과 메카니즘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꾸리주바의 경우에는 늘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이 편한 상황이 생태적으로 강할 수 있다는 하나의 예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물론 달랐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닌데, 약간의 정치적인 행정전시효과의 의미 일부와 교통상황 개선이라는 두 가지가 가장 큰 목표이다.
 
사실상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의 본질은 교통상황 개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꾸리쭈바와는 정반대가 된 것이 개편 이후에 다른 나라에서는 대중교통 가격이 저렴해졌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오히려 2/3 정도 가격이 올라갔다.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본다고 하면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으로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게 10배씩 오르는 고급화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가하면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맥락이 다르다보니까 비용이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 교통체계 개편하면서 가격까지 올릴 필요는 없었다. 물론 버스 노선을 뽑기 어려운 버스 회사의 난립 상황에서 준공영으로 바꾸면서 약간의 상승이 필요했겠지만, 사실상 이런 것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지하철 가격까지 올린 것은 이 기회에 지하철과 버스의 적자 운용구조를 한 번에 개선한다는 약간의 욕심이 개입되어 있던 것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서울시의 생태도시 사업인 버스체계 정비가 끝나고 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 지하철 가격까지 같이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짜 본질은 실제로 교통체계가 개선될지 혹은 개선되지 않을지와는 상관없이 일단은 교통혼잡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외부효과”가 필요했다는 것이 정말로 그렇게 급하게 서울시에서 교통체계 개선을 밀어붙였던 이유라고 나는 알고 있다.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선을 청계천 복원사업과 떼어놓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뉴타운을 필두로 엄청난 규모의 재개발사업을 전면적으로 벌이고 싶어 했는데, 이 때 규모가 큰 공영개발의 경우에는 교통영향평가라는 것을 수행한다. 물론 이 평가도 워낙 벙벙해서 이걸로 실제 개발사업을 못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롯데월드 건너편에 롯데가 새로 엄청 큰 주상복합빌딩을 짓고 싶어 했는데, 이걸 막고 있던 것이 교통영향평가이다.

교통으로 서울시가 비교적 초기에 난항을 겪었던 사업이 길음 뉴타운이다. 이곳은 어쨌든 주민들이 모두 아는 대표적인 교통정체 지역인데, 이 지역은 원래 재개발 하기로 되어 있던 곳이지만 대규모 공영개발이 들어가게 되니까 교통체계에 대한 질문이 벌어졌다. 유사한 문제가 생길 수 있던 곳 중에 하나가 뉴타운 중의 뉴타운이라고 서울시가 목숨걸고 추진하는 은평 뉴타운의 경우이다. 진관내외동과 구파발 지역에서 시내로 나오는 길은 사실상 외길인데, 이 때에는 워낙 걸린 돈이 커서 교통 문제는 제대로 제기되지도 않았다.
 
은평 뉴타운의 경우는 사람들은 수많은 뉴타운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약간 말장난에 현혹되는 경우가 진짜 뉴타운은 은평 뉴타운 한 개다. 보상비만 현재 4조 정도를 추산하지만, 최근의 파주 기준으로 - 서울시에서는 발산동 기준으로 주고 싶어했지만 - 보상금이 지급되면 7조는 가뿐히 넘어선다. 실제로는 이것저것 합치면 10조는 넘어갈 사업이라고 보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전북이 전북의 희망이고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새만금 사업이 실제로는 4조 정도라고 보면, 3개의 동에 전북 전체에 해당하는 돈이 움직이는 큰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가 야심차게 농업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잡은 예산이 10년간 119조원이니까 연간 농업구조조정에 필요한 돈과 은평 뉴타운 3개 동에서 아파트 짓는 돈이 같은 일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서 통상적으로 건설 리베이트로 염두에 두는 돈이 이래저래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뉴타운과 동시에 추진되던 사업이 악명 높은 독재국가형 사업인 청계천 복원사업이다. 생태적인 관점으로는 장단점을 간단하게 평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사업이지만, 원래의 복개된 청계천이 도심 안의 생태폭탄이었던 것만큼 복원된 청계천도 생태폭탄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건 나중에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나 청계천에 발을 담갔던 아이들에게서 생식능력 저하와 같은 환경호르몬의 부작용이 평가될 20년 후에나 이게 진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가지고 있지 않은지가 평가될 문제이고, 사업이 추진되던 시기에 서울시에게 청계천 복원사업은 긍정적으로는 도심을 전면재개발할 수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과 함께 청계고가 철거를 포함해서 도심 지역에서의 엄청난 교통유발효과를 발생시킨다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청계천이라는 효과를 적용하면 은평 뉴타운을 비롯한 많은 지역의 교통영향평가를 하게 되면 미래 예측요소로 교통상황이 악화될 것이 뻔한 전망이 나온다. 전문용어로는 교통수요가 이 상황에 추가적으로 적용되면 좀 골 아픈 정치적인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동시에 추진된 청계천 사업과 뉴타운 사업과 함께 대중 교통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물론 실제로 얼마나 교통 개선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도 나중에 발생하겠지만, 실제 사업 추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앞으로는 서울 시내 교통상황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상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대형 예측변수가 하나 필요했는데, 버스 노선제와 교통체계 개선의 맨 밑에 들어가 있는 우려가 어쨌든 대형 재개발사업들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청계천 복원의 상징성을 얻기 위해서는 동시에 또 하나의 교통체계 개편 요소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 약간의 데코레이션으로 작용한 것이 뚝섬과 같은 곳에 조성되는 소위 내셔널 트러스트라는 장치에 의해서 시민들이 돈을 좀 내고 정부도 약간의 지원을 해서 새롭게 녹지를 만드는 사업들이다. ‘대체녹지’라는 개념을 사용한 약간의 총량 개념인데, 정확한 총량은 아니더라도 재개발로 설령 북한산을 좀 밀고 들어가서 거기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사실 서울시라는 ‘계’에서는 녹지 면적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미리 약간의 녹지를 조성하는 세밀함 같은 것이다. 물론 녹지가 늘어나는 것은 어쨌든 좋은 일이지만, 서울시에서는 아직까지는 행여라도 공을 들였던 재개발 사업들이 여론이 나빠지면 어떻게 할까라는 관점에서 대체녹지 사업들이 추진된다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동네의 관점에서 보면 한 지역에 괜찮은 숲이나 산책로 같은 것이 생기면 일단 사는 조건이 나아지고 아파트 값도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되니까, 모두가 행복해하는 사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지역의 숲가꾸기 사업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대체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근본에서울시의 “주간 상주인구”가 더 많아진다는 관점에서 계속 늘려나가고 있는 정부가 추진하는 아파트들 아니면 철산동 같은 곳의 생태보호지역 - 서울에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생태계를 가진 곳이 아직 있지만 대개는 도시빈민화 지역이라서 이런 곳에 개발을 시작하면 별로 막을 도리는 없다 - 에 임대주택을 명분으로 전면 밀고들어갈 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라는 배려로 시민 숲사업 같은 것이 추진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아주 아름답고 잘 하고 있다고 박수만 쳐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런 시민숲보다는 조금 더 악질적인 것은 강남구청 같은 곳에서 엄청나게 추진하고 싶어하는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에 타워팰리스 같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30층 이상의 대형건물 사업이다. 은평 뉴타운 같은 경우도 원 거주민에 비해서 계획인구가 늘어나지 않고 다만 1인당 평형수만 커지니까 사실 근본적으로는 사업 기간의 교통분산 계획만 세우면 교통문제가 크게 문제될 건 없고, 또 워낙에 생태적으로는 망가진 도시이기 때문에 설령 규모가 커져서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없다. 문화적으로는 고층 빌딩에서 사는 것이 좋으냐라는 문제가 일부 나오지만, 워낙 서울 사람들은 고층 건물에 살고들 싶어하니까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고, 용수나 전기 같은 것의 외부 의존성 문제를 제시할 수 있지만, 그것도 워낙 강남이니 강북이니 똑같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데 새삼 문제삼을 수는 없다. 예전에는 스타이라인이라고 하는 아주 미학적인 개념을 사용해서 좀 규제를 했는데, 이미 남산의 스카이라인이라고 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이 개념도 좀 그렇다.

도시에 맨하탄 같은 빌딩숲을 만든다고 할 때 생태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하수 문제이다. 지하수에 대한 기본조사는 서울시가 다른 지역보다 좀 빨리 진행을 해서 작년에 1차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직 분석된 건 별로 없다. 사실 우리나라 국토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골아픈 게 지하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도시에 대형 건물을 만들 때 요즘은 30층 이상을 잘 만들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지으면 건물의 기초가 지하대수층을 뚫고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자기 건물 지역만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광범위한 지하수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지하대수층에 관한 조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은데, 이게 소위 수맥이라고 하는 표층 지하수의 문제와는 달리 생각보다는 좀 복잡하다.

무주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공사하다가 이 지하대수층을 건드려서 다른 집이 무너지게 되어서 2년 전인가 공사정지 명령이 내린 적이 있다. “수문학”이라고 하는, 이공계에서는 유일하게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는 hydrology 중에서 ground water에 관한 학문이 이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수법의 정비가 좀 늦어서 아직까지 공사 중에 벌어지는 지하수 문제에 대한 지하대수층과의 관계는 법에서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문제는 지하대수층이 오염되는 경우에 이게 주로 길게는 10억년 짧게는 1억년 동안 형성된 것이라서 그 오염이 워낙 천천히 그리고 길게 전개된다는 데에 있다. 물론 서울이라는 토양 문제라는 조금 큰 변수로 직접 들여다보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에는 지하수의 오염을 통해서 다양한 메카니즘으로 생물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참고로 나는 지리산의 경우도 많은 경우 지하수는 이미 복원의 대상이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심을 좀 하고 있다... 그만큼 지하수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강남의 30층 이상의 아파트도 명분은 ‘생태도시’이다. 저층으로 넓게 퍼져있으면 숲을 가꿀 면적이 나오지가 않으니까 차라리 전부 부셔버리고 잔뜩 위로 올리면 그나마 숲을 좀 가꿀 면적이 생기지가 않겠느냐라는 것이 강남구청의 논리이기도 하지만, 생태도시형 고급 아파트라는게 제대로 된 게 이 개념을 사용하는 것들이다. 물론 말만 그렇게 하고 그냥 그린벨트 한 가운데 뻥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개념적으로는 이렇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도시빈민의 문제 한 가지와 물질총량 개념으로 보통은 접근을 하는데, 어차피 압구정동이야 도시빈민하고는 현실적으로는 상관없는 동네이니까 이 동네에 도시빈민거주지역 분석할 때 사용하는 게또(ghetto) 문제를 들여오기는 어렵고, 현실적으로는 물질총량 개념을 사용하게 되는데, 불행히도 이런 지역 그것도 단지 차원의 데이터들은 우리나라에서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또한 그야말로 ‘사적 영역’의 통계라서 누군가 시간을 많이 들여서 지역 데이터 연구를 하기 전에는 깔끔하게 수치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만약 재개발 사업 이전하고 사업 이후하고 - 이 때 정비사업하고 재개발사업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 비교를 한다면,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더 큰 정책변수 및 고건 시장 시절에 자리를 잡은 서울 인구억제 정책 두 가지의 효과로 남은 ‘계획 거주인구’를 늘릴 수 없다는 조건 하에서 아무리 높이 올리더라도 원래의 인구보다 늘려 잡을 수는 없다. 타워팰리스나 보통의 재개발 사업은 민영개발이기 때문에 돈을 새롭게 유입시킬 인구를 전제로 사업을 하지만, 공영개발은 그렇게 무식하게는 못한다. 물론 대개는 공영개발이라도 은평뉴타운처럼 그린벨트 지역을 밀고 들어가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전체 인구의 1/2을 채워야 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재개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임대주택과 패키지로 정책이 들어가고, 그래서 실제로는 원래 거주민 계획인구의 2배를 조성하게 된다.

생태적인 측면과는 조금은 다른 얘기인데, 이해찬 총리가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주택 문제를 해결한다고 강조할 때 본인이 선의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오랫동안 서울시의 전면재개발을 지지하고 있던 사람들의 말을 그냥 받아서 하는 얘기인 셈이다. 이걸 사람의 말로 번역을 한다면, 엄청나게 건물을 지어서 건설경기로 부양을 할 것이고, 주로 임대주택을 짓는 곳은 철산동 같은 생태지역을 밀고 들어가고 더불어 임대주택 만큼의 새로운 아파트 공급을 하겠다는 말과 같다.

실제 계획인구의 증가 없이 재개발한다는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계획인구도 증가하게 되고, 또한 1인당 전용면적도 증가하게 된다. 서울시의 비전 2020에 의하면 앞으로 새로운 공영개발을 할 때 인구당 10평을 상정하고 도면을 그리게 된다. 4명이 살면 40평, 두 명이 살면 20평이라는 기준으로 건축을 하게 되니까 역시 관련된 소유 물자는 물론이고 에너지 사용량 등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고층 아파트의 건물 외형을 매끈하게 뽑기 위해서 겹으로 되어있는 창문을 없애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최근에 지은 몇 개의 대형 주상복합건물들 살펴보니까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건물들은 두 가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첫 째는 조금 참을 수 있는 일이고, 둘 째 문제는 개인들은 전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아파트에 창문을 없애면 환기를 위해서 공조장치라는 것을 가동시키게 되는데, 요즘은 중앙공조장치를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공조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그런데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가정집과 기계적으로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조 시스템을 가동하는 곳이 삼성전자이다. 물론 이 경우는 초정밀을 유지하기 위한 반도체 조립을 위한 clean room에 대해서는 엄청난 정밀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사무지역도 어지간하면 괜찮은 정도의 공기조절 설비를 가동시킨다. 반도체 공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깨끗하고 깔끔한 공장이라는 상상을 종종하지만, 사실은 워낙 유독한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해서 클린 룸을 가지고 있는 화학공장의 일종이라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화학물질을 사용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데, 공조장치에서 워낙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다 보니까 대개의 반도체 회사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정도는 이 공조장치에서 사용을 한다. 그래도 1,000마이크로그램이 넘을 정도의 가혹한 조건이 형성되는 황사 기간에는 2~3일씩 어쩔 수 없이 공장가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으로 보면 눈물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공장 돌렸다가 불량률이 높아져버리면 나중에 더 큰 곤란함이 생기기 때문에 공장을 세운다.

서울에 있는 고층 아파트에는 창문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작은 쪽문 같은 거 하나 달아준다. 그래야 바깥에서 보면 예뻐 보인다는 약간의 설계사들의 예술적 팁 같은 것이다. 서울의 대기 기준은 그야말로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로 괜찮다고 해도 연평균 80마이크로그램 정도이다. 간단하게 미국에서 가장 오염되었다고 하는 뉴욕의 두 배를 살포시 넘긴 숫자이고, 시간당이나 일당을 보면, 1,000 이상인 날도 종종 있다. 공장 기준을 사용하자면, 이러한 상황은 공조장치의 운전조건을 맞추기 대단히 어려운 악조건인 셈이다. 실제로는 PM10 기준이나 PM2.5 기준이 건축설계에 대해서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직접 들어가서 설비를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여과조건이 100 마이크로그램 이상 정도되는 TSP 기준 정도로 되어있을 것이 나름대로는 뻔하다고 생각한다.

창문도 없는 상태에서 공조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지칭해서 ‘실내 대기질 문제’라고 한다. 이런 개념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개발된 소위 생활환경의 문제라고 하는데, 법도 워낙 늦게 정비가 되었을 뿐더러 아직도 시행 초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책의 초점은 ‘다중이용시설’ 정도를 어떻게 해보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 감을 잡기 위해서 기준을 제시하자면 지하상가와 대형건물의 로비 공간 정도가 지금 법이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학교는 아직 정비 대상 바깥에 있고, 지하철 내부의 환기 문제나 공조 문제도 아직은 조금 요원하다.

이런 상태에서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의 개인 공간은 다중이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야말로 개인들이 알아서 하세요라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언젠가는 이런 곳에도 기술적인 문제들이 제시되고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10년 내에는 별 일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 온갖 생태도시라는 개념을 동원해서 결국 만들어낸 고층 건물 중 개인들이 사는 개인용 공간에 대한 공조 문제와 실내질 문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지적되지 않은 건 아닌데, 괜히 잘못해서 어떤 어떤 아파트가 문제라고 하면 집값 떨어진다고 서슬퍼런 주민들에게 아주 곤경스러운 봉변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는 시공 부실로 비가 새는 것도 사람들이 알면 큰일난다고 쉬쉬하는 사람들인데, 그 안의 실내질 문제라던가 혹은 어떤어떤 아파트가 공조 장치가 뻗어서 몇 달 째 가동하지 못하는 중이라는 일을 알려주었다가는 그야말로 누구든지 힘 센 주민들에게 아주 곤경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또 굳이 그곳이 좋다고 들어가는 사람들의 건강 문제까지 일일이 고민하기에는 서울시나 우리나라에는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훨씬 많다.

사실 내가 이런 대형 아파트들의 공조 문제에 대해서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는 이유는 이곳에도 어린이들과 아이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물에 대한 별도의 통계가 없어서 알기는 어렵지만, 강남지역의 일반 아토피 통계나 천식환자 통계를 적용하면 10세 미만의 아동 중 아마 30% 이상은 이런 다양한 종류의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고 추정해본다. 사실 부모들이야 자신들이 판단한 경제적 행위와 지역, 그리고 문화적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별로 개별적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다만 가끔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은 이곳의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이야 무슨 판단이 있고, 무슨 죄가 있겠나...

공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건 된장찌개나 청국장 같은 걸 한 번 먹어보고 이 냄새가 없어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보면 가장 간단하다. 물론 옷이나 천에 미세물질들이 남아서 악취를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입자가 큰 물질들은 정상적으로 PM10 수준의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공조장치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최소한 24 시간 내에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보통은 2주일이 지나도록 냄새가 빠지지 않고, 그래서 이런 건물에서는 냄새나는 음식은 점점 해먹기가 어려워진다. 냄새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창문이 거의 없는 실내에서 소량의 오염물질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냄새는 공조시스템의 운전 수준을 개인이 알 수 있게 알려주는 지표 같은 것이다.

어쨌든 현재의 공조 문제는 약간 폭탄 같은 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개별 공기정화장치로 해결한다고 하거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중앙공조장치를 보다 쎈 넘으로 바꾸는 방식에 의해서 하여간 살아도 괜찮은 공간으로 문제를 바꾼다고 하면 전체적으로 3배 -아마 그 이상이라고 생각될 것이지만 -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며, 현재의 heating과 cooling 그리고 transportation으로 구성되는 가정 부문의 에너지 - 전체 에너지의 30%는 넘음 - 외에 air-conditioning이라는 심각한 에너지 증가를 발생시키게 된다. 물론 사람 특히 호흡기 질환의 50% 이상이 집중되는 10대 아동의 보건비용에 비하면 이런 정도의 에너지 비용이 몇 배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서울이라는 맥락에서 따져보면 생태도시에 관한 논의는 더 많은 아파트를 더 높이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비슷하고, 1인당 더 큰 공간과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생태도시 논의만이 혼자 이렇게 특별한 메카니즘을 서울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건 전 시장이 하여간 서울이 이리저리 뜯어고치자는 팽배한 힘을 그야말로 진득하게 누르고 있었는데, 이게 끝나고 이명박 시장이 들어오면서 그래도 마지막으로 여기에서 그야말로 천국행 마지막 티켓을 부여잡을 듯한 거대한 힘이 도시를 쓸고가는 것 같다. 생태도시 논의가 결국은 더 크고 높고 넓은 아파트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듯이, 이상한 개념이지만 하여간 서울시가 내걸고 있는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개념 역시 또 번듯하고 큰 아파트를 엄청나게 짓는 것으로 간다. 게다가 이렇게 덩치화, 고급화의 길을 걷는 것은 묘하게도 임대주택 논의도 똑같이 흐른다.

현재 서울시에서 움직이는 모든 일들은 타워팰리스와 오페라하우스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전부 정리된다. 모든 공간과 서민 혹은 주거 정책은 타워팰리스를 향해서 가고 있고, 그것이 생태도시라는 이름을 달고 있든 혹은 강남북 균형개발이나 하다못해 부도심권에 의한 거점지역 개발이라는 말을 달고 있든 어쨌든 종점은 타워팰리스 같이 생긴 것을 만드는 일이다. 조금 맥락은 다르지만, 독일 슈트트가르트의 멋진 바람길도 서울로 들어오면 하늘을 덮을 듯한 마천루형 아파트 배치하는 방법으로 변해버리고, 이 문제를 해결했으니까 더 많이 지어도 괜찮지? 이런 논의로 변해버린다.
 
문화정책은 모든 것들이 오페라하우스를 향해 가고 있다. 문화정책에 들어가는 모든 돈을 몰아서 오페라 하우스 2개 정도 짓는 것이 서울시의 문화정책이라고 보면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여기에 보조축으로 특목고를 비롯한 좋은 학교를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개입되지만, 이건 서울시에서 할 수 없는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하는 일이라서 서울시로서는 때때로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실제로는 행정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2. 지방으로 길 떠나는 생태도시

서울에 들어온 생태도시 개념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온갖 개념들이 이상한 길을 걸어가는 것과 흡사하지만 조금은 훨씬 더 악랄한 진화의 길을 걸었다. 보건이나 복지 같은 것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생태도시처럼 악랄하지는 않았다. 가끔 이걸 하면서 전문가라고 하는 대학교수들이 업자들에게 돈을 받기는 하는데, 문제는 오히려 교수들보다는 학생들한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미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교수들이야 그렇게 살다가 가면 그만일테지만, 학생들은 좀 문제가 된다.
 
어차피 정부에서 돈 받아서 공무원들이 원하는 답 해주고, 그게 다 학문적 개념이라고 얘기하는데 익숙해진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소위 자칭 전문가들의 인생이야 요즘이야 이제 이상할 것도 없고, 그 사람들이 생태도시 가지고 이런 짓을 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또 비슷한 걸 찾아서 똑같은 일을 할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학생들도 그런 데에서 한 달에 100만원 비슷한 돈을 받으면서 열심히 도면 그리고, 이렇게 사는 길이 학문과 전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길이라고 믿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걸 보면 좀 안쓰럽기는 하다. 생태도시 가지고 서울시 사업에 대해서 이리저리 좋은 거라고 얘기하는 건 보통은 개들이 걸어가는 길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서울의 생태도시의 판을 열었던 기업 중의 하나가 LG 카드인데, LG가 이렇게까지 악랄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다만 몇몇 교수와 이렇게 열린 생태도시라는 논의가 불과 1년을 지나기 전에 대형 아파트 만드는 변명으로 바뀌고 있는 동안에 카드 사태의 뒤끝으로 LG 카드 역시 회사 자체가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서울에서 생태논의가 어떤 맥락으로 시작되었는지의 최초의 문제제기도 빠진 상태에서 약간의 녹색을 가미한 데코레이션과 도시농업으로 도시를 생태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선의를 의심할 수 없지만 그 효과와 방향이 모호한 몇 가지 개념만 남아서 그야말로 동동 떠다니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지방 행정은 원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서울시에서 한 번 하면 지방으로 퍼져나가니까 서울시가 일종의 시범사업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지방으로 생태도시가 퍼져나갔는데, 그 모든 생태도시 사업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가끔은 ‘하천정비계획’의 일환에 의해서 돈은 돈대로 들이고 홍수는 홍수대로 날 수 밖에 없게 만든 지방소하천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도심 통과지역을 조금 개선한다거나 하는, 그냥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일을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런 사업들은 10억 미만의 소규모 사업이고, 돈이 좀 많이 들어가는 것들은 논이든 밭이든 아니면 규제지역이든 아파트가 들어가야 할 때 좀 규모가 되는 생태도시 사업이 시작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 자체로 보존지역이고 도대체 여기까지 아파트를 만들어서 어쩌겠느냐고 누구나 생각할 지역에 아파트를 집어넣기 위해서 하는 기초 여론정치 작업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의 생태도시라는 개념이다. 물론 울산 같이 여러 가지 기초 생태문제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의 생태도시는 독일 슈트트가르트와 같이 유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광역시로서의 울산도 경계를 조금만 벗어나면 유기농업으로 귀농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생태조건이 좋은데 이런데 공장을 새로 만들면서 이보다는 몇 배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 때 생태도시라는 개념을 접목시키려는 흐름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지역을 ‘동’으로 분류하고, 농촌 지역이나 어촌 지역 혹은 산간지역을 - ‘농산어촌’이라는 개념은 작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새로 만든 개념이다 - 읍과 면으로 구분하는데, 인구 5만 정도의 동 지역을 중심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이미 90%가 도시지역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0%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개발 계획을 추진할 때 악세서리로 생태도시라는 개념을 집어넣는다.

요렇게 논의의 틀이 바꾸기 직전까지 사용하던 개념이 UN 정주회의라는 곳에서 제시한 소위 human settlement라는 개념이었다. 예를 들면 지리산 중간중간의 골짜기에서 다랭이논 같은 걸 경작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이걸 어떻게 해야하느냐 혹은 교통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산간오지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할 때의 개념이 바로 ‘정주조건’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약간의 길을 포장하고 시설물들을 설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간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이걸 보통 ‘정비계획’이라고 부르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런 낙후지역 정비사업들은 행정자치부 사업, 보통은 행자부 사업이라고 부르는 일이었다.

이게 노무현 정부가 들어오면서 국토 전면개발 쪽이 완전히 힘을 대세를 획득하고 건설교통부로 사업주체가 넘어갔고, 도시지역은 산업축 개발이라는 이유로 산업자원부로 넘어갔다. 균특(균형발전특별회계)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예전에 기초지자체에서 쓰던 돈과 농림부에서 쓰던 돈들을 탈탈 털어서 건교부와 산자부로 넘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런 무지막지한 개발계획은 노태우 때 심각한 부작용을 한 번 나았고, 이유는 다르지만 YS 초반에 한참 털다가 다시 힘을 쓸 때 IMF가 터졌고, DJ 시절에는 좀 정리되던 분위기였다. 민주화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와서 더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정부 돈 갖다가 열심히 아파트 짓는 건 노태우 때보다도 더 전성기를 만난게 바로 이 정부이다. 다른 모든 걸 배제하고 골프장과 아파트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의 골프장 정부이기도 하고, 고층 아파트 정부이기도 하다.

주로 법률이 규제하는 민감한 지역에 아파트들이 들어갈 때 생태도시라는 얼굴을 쓰고 들어간다. 물론 개별 논의로 들어가면 이미 지자체에서 전면 개발을 행정적으로 결정해놓은 상태이니까 어차피 뽀샬건데, 그래도 좀 살살하는게 낫지 않느냐, 아니면 그렇게 해도 어차피 매스 밸란스 상으로는 불가능하니까 그냥 두자... 이런 논의의 형태를 띄게 된다.

크게 보면 ‘환경친화적 개발’이라는 전통적인 개발독재자가 ‘생태도시’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바꿔 쓴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어차피 개발하기로 한 거, 땅 값 좀 잔뜩 올리게 해야 하는데, 약간 얼굴을 바꾸면 그래도 생태적으로 보이쟎아... 이런 게 우리나라에서의 생태도시 논의라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미 노후해서 어쩔 수 없는 지역을 정비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외국에서의 논의였다면, 우리나라는 서울에서는 재개발 사업 할 때, 그리고 지방에서는 ‘도시가 아닌 곳’을 ‘도시’로 바꿀 때 사용하는 개념이 되었다. 보통의 일반 농지야 사실 허가만 나면 그냥 밀어버리고 신도시 만들면 그만인데 - 행정도시 논의가 이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 워낙 생태적으로 등급도 좋고 여러 가지로 민감한 곳을 땅값을 올리기 위해서 택지로 조성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의 생태도시 개념이다.

3. 제주 “특별도”의 생태도시

제주도라는 곳은 대단히 민감한 지역인데, 이 지역의 특징을 다른 곳과 비교해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의 다른 모든 지역은 환경영향평가의 최종 협의자가 환경부 장관으로 되어있는데, 제주도만은 제주도지사로 되어있다. 물론 다른 지역도 환경부 장관이라고 해봐야 - 사실 환경부 장관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다 - 사실 지방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업들은 지방환경청장의 소관 사업인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는 또 묘하게 지자체와 지방환경청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모종의 연관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심하게 생태적으로 문제를 일이키는 경우에도 종종 아무 문제없음하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 형식적인 지방청장에 대한 위임관계도 없는 곳이 제주도이다. 제주특별법이 그러한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 허가된 골프장까지 포함하면 제주도에는 40개의 골프장이 조만간 들어가고 임야의 1%를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그 기준도 제주도에는 해당 안된다고 할 필요가 있고, 한라산 때문에 정말 재수 없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역에 걸려서 골프장을 못만드는 일이 자꾸 벌어지니까 제주도에서 생각해낸 게 “특별도”라는 개념이다. 실제로는 한라산까지 모노레일을 까는 일이 법에 저촉되니까 지난 몇 달 동안 이 일이 전면으로 나온 셈이다. 어차피 이미 있는 도로로 30분이면 가는 한라산을 모노레일을 깔아서 2시간 걸려서 간다는,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이기는 한데, 하여간 제주도청에서는 이 일이 제주도의 사활이 걸려 있는 일이라고 홍보하는 중이다.

그래서 차제에 아예 그냥 특별도를 만들어서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환경기준이나 까다로운 건축기준 혹은 여러 가지 안전기준을 뛰어넘는 자체 행정력을 가지고 싶어한다. 물론 이러한 제주도의 특별한 기법인 “특별도”라는 개념을 이어 받은 지리산 인근의 몇 개 군이나 시가 있다. 어쨌든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저런 명분을 붙이다 보니까 나중에는 “변강쇠 도로”를 만들겠다고 개발사업으로 올렸는데, 이상한 사업이라고 문화관광부에서 조정을 좀 했다. 그게 심히 거슬려서 지리산관광개발특별법을 지금 만드는 중인데, 기본적인 생각은 제주도를 특별도로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제주도는 70% 정도의 주민이 제주시를 중심으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은 제주도가 생태적으로는 건전한 지역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지난 3년 동안의 제주도의 생태적 변화는 어쩌면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와 동남아 전역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에 사람이 살기가 어려운 지역으로 변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정도이다. 물론 필리핀 같은 곳의 몇 개 섬은 조림을 통해 삼림을 한꺼번에 없애고 그 후에 목재회사가 목재가공회사의 중심을 설치해서 - 우리나라 회사들도 이런 데에서 몇 개의 광산개발 과정에서 현지 정부와 국제적으로 떠들썩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 단기간에 망가진 사례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제주도처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지역이 한꺼번에 이렇게 망가진 건 사실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이론적으로는 이스터 석상을 남기고 수 만명이 주민이 한꺼번에 멸망하게 된 이스터섬의 ecological collapse의 현대판이 지난 3년 동안의 우리나라 제주도의 변화라고 하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지형적으로는 제주도는 하와이랑 비슷한 화산지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와이는 하와이 화산생태를 관장하는 국 규모의 부서가 여러 가지로 조정을 한다. 제일 중요한 건 골프장 같은 경우에 입지 제한을 해서 이러한 화산 지형에서 유일한 식수를 공급하는 지하수에 대해서는 완전히 격리시키는 일을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하와이에서 골프장에 해당하는 섬 가장자리의 고도가 낮은 곳에서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중산간지대로 올라갔고, 그 중에서도 곳자왈이라고 불리는 특수생태계이며 제주도의 지하수 유입지에다가 서른 개 정도의 골프장을 올려놓았으니까 이곳에서 사람이 계속 살 수 있다는 것은 가장 간단한 생태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보아도 어떤 경우라도 5년이 지나지 않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혹은 민감한 아이들은 키울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골프장이 이 정도 되기 전까지 제주도의 생태문제라는 것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삼다수 같은 생수를 대량으로 채취하면서 지하수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것과 도로로 인해서 생겨나는 홍수 문제 정도였다. 제주도는 기록상으로 아무리 태풍이 지나가거나 장마가 들어도 워낙 화산지형의 특징상 물 흡수가 좋아서 홍수기록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도로를 얼마나 많이 건설했는지 홍수시 물 흡수 자체가 교란될 정도로 도로를 깔아서 수해가 발생했고 이제는 수해가 종종 벌어진다고 한단다. 좁은 지역에 인간의 시설물이 많이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사항이기는 한데, 수해야 일 년에 몇 번 참으면 그만인 거 아니냐는 정도가 제주도청의 행정방향으로 알고 있다. 하여간 도로는 섬을 다 덮을 때까지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이 도로들이 골프장의 진입도로에 해당하는데, 어디에서든지 자기 골프장으로 쉽게 올 수 있도록 그야말로 격자형에 대각형까지 꼼꼼하게 도로도 많이도 지었다. 물론 문제라면 이런 도로는 자기들이 지어야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세금으로 열심히 지었는데, 문제는 도로가 아니라 골프장으로 제주도를 덮어버리면서 진짜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대장금으로 유명해진 사건이지만, 하여간 제주도의 지하수는 깨끗하고 우리나라 섬만이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 표현을 빌리자만 “육지것들”도 이 물을 마시고 차도 끓여 먹고 밥도 먹고 가끔은 미용수로도 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수돗물이 지하수라서 전국에서 수돗물 수준이 정말로 가장 높았던 곳이 제주도이다. 3년 전의 일이다.

올해 확인한 바로는 이제는 제주도에서도 아주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은 생수를 사서 마시기 시작했다. 지하수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데, 두 가지 경로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첫째는 골프장에서 중산간 지대 - 한라산 중턱 -에서 사용하는 농약과 제초제가 제주도의 지하수 유입지를 따라서 먹는 물에 들어간다는 점에 있다. 조금 먼 곳에 있는 골프장은 그냥 뿌리는 경우가 많고 - 따뜻해서 병충해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 또 누가 봐도 너무 심각하게 바로 옆에 있는 경우에는 불투수층을 필드 밑에 깔도록 하는 전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는데, 그대로 시공하지 않은 경우도 이미 보도된 적이 있고, 설사 불투수층 공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식수원이 되는 지하수에 대한 영향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두 번째 종류의 문제는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물 때문인데, 양잔디라는 품종 좋은 잔디는 민감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써야하고 이런 이유로 대개는 지하수를 쓴다. 규모나 지형에 따라서 좀 다르긴 하지만, 골프장 몇 개는 제주도민 전체가 사용하는 수돗물만큼의 지하수를 혼자서 쓴다. 약간 덜 쓰는 걸 감안해서 15에서 20 정도를 곱해주면, 서른 개 남짓한 골프장이 제주도민이 사용하는 물의 15배에서 20배 정도의 물을 쓰고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물을... 너무 많이 쓴다는 말이다.

그래서 생겨난 문제가 지하수의 압력이 떨어지니까 바닷물과 지하수 사이의 압력 차이에 문제가 생겨서 바닷물이 육지로 역류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별도의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으므로 소위 향토 생태학자들을 통해서 간간히 접하게 되는 자료로는 이미 일부 지역에는 중산간 지대까지 바닷물이 밀고 들어왔다고 한다. 겉으로는 한라산 같아 보이지만, 이미 지하로는 바닷물이 부분적으로 한라산 중턱까지 밀고 왔다는 말이고, 실제로 염분이 검출된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이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반전의 계기가 당분간은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현상들은 점점 더 누적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시간의 문제다. 1년이나 버틸지 3년이나 버틸지 혹은 제주도의 기운이 워낙 좋아서 이번 정권이 끝날 때까지는 제주도에 열심히 골프장 짓자고 했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제주도도 이미 엄밀한 의미에서는 보존할 정도로 생태계가 건강한 지역은 아니고, 적어도 지하수로의 경로와 이와 인접한 토양들 그리고 잠시 후에 등장할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의 관점에서 이미 복원이 대상이다.

사실 정말 문제를 일으키는 골프장이 다섯 개 정도 있다고 해보자... 산 밀어내고 나무나 초림지역을 밀어내서 골프장 만드는 건 쉬워도 다시 이걸 원래 상황으로 복원한다고 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5년 이상 골프장을 운영했다고 하면, 사용하던 제초제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 제초제의 다른 이름이 월남전으로 유명해진 고엽제이다 - 토양오염이 복원되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제주도의 여러 가지 지표 중에서 가장 먼저 심각성을 알려주는 지표들은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어린 아이들에 대한 통계에서부터 나온다. 2004년 가을 국회에서 진행된 정기국감에는 전국의 아토피에 대한 전국 통계에 대한 질의가 있었고, 정부는 병원진료기록을 토대로 나름대로 통계를 제출하였다. 한방에 대한 통계가 빠져있고, 진료병원과 주소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엄밀한 통계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아토피에 대한 전국 통계로는 유일한 이 국감자료에 의하면 가장 10세 미만의 어린이 가운데 아토피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 중구와 부산의 일부 도시들이고, 이 지역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서울은 몇 개 구를 제외하면 전국 평균인 17%를 훌쩍 넘는데, 중량구, 강남구 같은 곳들은 상당히 높다. 그렇지만 광역단위로 이 통계를 보면 가장 높은 곳은 공단 지역이라서 흔히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받던 울산이나 광양 혹은 인천이 아니라 제일 높은 지역은 제주도이다. 부산이나 광주 같은 지역은 도심 지역일수록 높고 외곽의 농업지역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제주도는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며 전국 1등을 기록하고 있다. 
 
아토피라는 주로 아동들이 - 요즘은 성인 아토피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걸리는 특별한 질환에 대해서는 단순 알레르기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하고 원인에 대해서도 말이 많지만 아직까지 정론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에 왜 이렇게 아토피 비율이 높은지에 대해서 누구나 끄덕거릴 수 있는 답변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는다. 신제주를 축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토목공사를 거주지역과 인접하게 벌이고 있다는 주거환경 문제가 제시되기도 하고, 지난 3년 전부터 실질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지하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화산지형으로 형성된 하와이와 유사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는 제주도라는 독립적인 생태계가 현재 이스트섬 형태의 생태 collapse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생태도시는 해안가를 노리고 진출하는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는 이미 서울과 동일한 형태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서울이나 울산에서 발생하는 환경성 질환들이 동일하게 관찰되는 형태로 나아가겠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연안가에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일들이 제주도의 생태도시 사업이다. 본질을 얘기하면 조경 사업에 조금 더 가까운 해안인접형 아파트를 짓는 일이겠지만, 하여간 이게 제주도에서는 생태도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의 드라마틱한 생태적 몰락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걸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사건은 실제 공무원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제주도의 생태계를 지켜볼려고 했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은 곳 역시 제주도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독일 자본이 강원도의 옛 삼양목장 자리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만들기 3년 이전에 이미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곳이 그 이름도 유명한 제주도 행원단지이다. 행자부의 협조요청에 의해서 대부분의 지역이 학교급식 조례에 대해서 법적 소송을 걸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무산시키고 있을 때 실제로 친환경급식을 제대로 실시한 곳도 제주도였다.
 
사실 군수실에 있는 몇 공무원이나 각 시청이나 도청에 있는 국장급 공무원 몇 명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들만으로 채워져있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선출된 몇 선출직 공무원과 부패가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몇 고위직의 일들을 실무에 있는 공무원들이 별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 그래서 제주도의 지하수 문제나 아토피 문제는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 와중에 바닷가에도 바닷가까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둘러야 그야말로 "보기에 좋았더라"라는 제주도의 생태도시는 강남구의 압구정동 재개발계획과 함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4. 그렇다면 모든 생태도시가 나쁜 것일까?
 
아주 드물지만 '생태'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사람 공무원이나 전문가 중에는 아주 나쁘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도 되고, 또 정말 드물지만 사람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실은 좋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 같아 보이는 생태도시 사업을 우리나라에서도 보게 되기는 한다.
 
서울시나 강남구 아니면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생태도시 사업은 그야말로 이름이 좋으니까 조그만 시범사업식으로 약간의 하천 정비나 도시의 숲 가꾸기의 일환 정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과 제주도의 경우처럼 엄청난 복안을 뒤에 깔고 흉악한 속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작은 사업인 경우가 많다. 물론 군 단위이지만 김두관 선생이 군수로 있을 때 약간은 흉악하게 진행된 남해군의 사례 같은 것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런 데를 제외하면 진짜 흉악한 일은 '관광'이나 '문화'를 앞에 걸고 진행된다. 생태도시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자마자 더 악랄해진 것을 예로 들자면 생태관광이라는, 흉악한 사업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서울이나 제주 같은 특별한 곳을 제외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정도의 의미로 또 규모도 그 정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주 특별하게 기획된 경우가 아니면 현재로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왜 꾸리쯔바나 슈투트가르트 같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 이 생태도시가 우리나라에만 - 비슷한 다른 개념들과 같이 - 들어오면 이렇게 괴물같이 흉측한 것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유사한 개념으로 생태공단(industrial ecology)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건 특별하게 의미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생태도시처럼 흉악해지지는 않았고, 나름대로는 - 큰 의미는 없지만 - 순기능을 좀 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서 생태도시는 개념이 도입된 역사가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2~3년 동안에 사방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고, 또 앞으로 전면적으로 흉측하게 진화할 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생태도시의 문제점은 생태공단과 같은 유사한 개념과의 비교에서 보여지기 보다는 왜 임대주택이 최근 이상한 개념으로 변했는가라는 문제와 비정규직이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적으로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흉물스럽게 진화한 것과 유사한 근본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의심을 해보게 된다.
 
원래 생태도시라는 것은 독일 북부지역과 같이 산업화의 끝에 도달한 폐광지역이나 공장 철수지역에서 살아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면서 만들어낸 개념이거나 아니면 양극화가 끝까지 가봤던 지역에서 도시 빈민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그야말로 끔찍스러운 논의의 끝에서 나온 개념이다.
 
생태도시라는 개념에서 이걸 현재 주장하고 있는 일부 전문가의 흉물스러움이나 그걸 받아든 공무원들의 야망을 읽기 보다는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생태도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사회에서 제기되는 생태도시 중에는 '생태적'으로 끔찍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사실은 우리가 생태계에 대해서 너무 잘 몰라서 그렇다. 고속도로 중간에 걸쳐놓은 생태통로라는 작은 브리지를 찾아 건너는 법을 몰라서 죽는 삵이나 댐 중간에 뚫어놓은 어도를 통과할 줄 몰라 댐에 막혀 죽는 숭어들만 무지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는 지하수나 대기는 물론이고 종다양성의 기능들이나 그 외에 많은 것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녹색'에 집착하는 생태도시가 사실은 큰 대형 아파트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도의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태계의 시간과 사람이 시간이 너무 다르고, 사람들이 그걸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의 시간은 더더욱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산불로 불타버린 지역에 조림을 해서 빨리 생태계를 조성시켜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고 또 다른 큰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 생태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기 까지는 보통은 30년의 시간을 잡는다. 한 세대는 바뀌어야 비로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다.
 
당분간은 문제가 별로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갈 것 같지는 않다. / 논설위원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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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21 [2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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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아 2005/08/24 [18:20] 수정 | 삭제
  • 긴 글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 사람들이 환경난민이 된다면,
    서울 사람들이 환경난민이 된다면,
    환경파괴로 인한 난민이 홍수를 이룬다면 어쩌나...

    우리나라는 너무 좁아서 도시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도시의 난민들을 수용할 배후지도 없는데...
    석상만 남기고 사라져간 이스터섬 사람들처럼
    우뚝우뚝 솟은 고층건물만 남기고 사라져야 하는 걸까요?
  • 개와나 2005/08/23 [06:35] 수정 | 삭제
  • 심혈을 기울인 장문의 글이지만,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것 같아 읽기가 거북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