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50대 좌파들은 왜 조수미를 좋아할까?
[비나리의 초록공명] ‘신이 내린 목소리’가 ‘독도는 우리땅’ 불러야 하나
 
우석훈   기사입력  2005/08/12 [18:58]
새벽에, 들을 음악이 너무 없어서 칼라스의 Normade라는 판을 들었다. 칼라스를 처음 들은 건 어떤 미대다니는 아줌마의 집에 밥먹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15년 쯤 되나? 그냥 개인적 취향이지만, 칼라스도 별로 안 좋아할 뿐더러 소프라노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물론 40~50년대 성악과 60년대 이후의 성악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난 옛날식의 음감있는 목소리를 더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60년대 이후 성악이 그야말로 음량 좋고 소위 소리통 좋은 사람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디트리히 피셔-디카수를 제일 좋아하는 건, 그의 바리톤 음색도 그렇지만 성악가들이 정감과 표현력으로 승부하던 옛날의 향수가 남아있고, 바리톤 전성기의 그리움 같은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디트리히 피셔는 CD로만 10장이 넘고, LP도 20장 가깝다.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그렇지만 기글리가 부르는 헨델의 “Ombra Mai Fu” 헨델의 오페라 Serse 중에 나온다. 요즘은 많이 부르지는 않지만, 50년대 까지만 해도 좀 한다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 불렀던 레파토리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매일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잠들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겹쳐지면서, 더 좋아한다.
 
그런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도밍고와 파바로티의 노래들은 싫어한다. 정확히 얘기하면 괴로워 한다. 도밍고의 아버지가 “너는 노래가 뭔지 몰라”라고 했다는 전설을 지금도 나는 곱씹으면서, 쟤는 노래를 잘 몰라... 호세 카렐라스는 좀 낫지만, 그래도 50년대 바리톤 노래들과는 차이가 좀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카운터 테너는 절대 듣지 않지만, 김동규의 노래만은 듣는다. 김동규는 또 다른 감성과 생각이 녹아 있다.
 
칼라스는 거의 안 들었는데, 칼라스를 제일 잘 나오게 맞추어 놓았다는 이유로 이름을 칼라스라고 붙인 스피커를 4년 전에 사면서 가끔씩 칼라스를 듣는다. 노래는 정말 잘 하지만, 가끔은 초음파 발생기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음악이 아니라 지금 초음파를 감상하는 중이라고...
 
스피커 기준으로 하면 칼라스의 고음은 중역대에 해당한다. 만약 3 way 스피커라면 중역을 담당하는 스피커에서 이 소리가 나오고, 2 way라도 고음을 담당하는 티위터에서 나올 정도로 고음파는 아니지만, 왠지 칼라스를 들으면 초고음파를 듣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나는 조수미는 듣지 않는다. 소프라노도 원래 안듣고, 메조 소프라노들을 더 편하게 듣기 때문에, 아무리 누가 신의 목소리 아니라 신 그 자체라고 하더라도 감흥이 없는데 어떻게 듣나?
 
요즘은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내 주위에는 조수미를 아주 좋아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50대 초반의 좌파 교수 몇 사람이었는데, 집에서 소주 마시면 꼭 조수미를 트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노래를 잘 하다니... 너무 본지가 오래 되는 윤이 그 중에 한 명이었다. 별로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데, 하여간 윤은 그렇게 좋아했다.
 
조수미에게는 서울대 시절의 전설 같은 얘기들과 그리고 또 이런저런 전설과 소문이 많이 붙어 다닌다. 원래도 신경도 쓰지도 않았고, 또 사람들이 좋아하든 말든,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뮝운충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여간 프랑스 TV에서는 이 사람을 뮝운충이라고 부른다. 정명훈의 불어발음이 그렇다. 나도 TV에서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화면의 얼굴을 확인하고야 그런줄 알았다.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어차피 나 한 명 정도 빠진다고 티가 날 것도 아니라서 한 번도 간 적은 없다. 별로 그렇게 관심이 가는 사람이 아니었고, 만약에 정면으로 만난다면 좋지 않는 비판 관계로 만날 가능성이 더 많을 것 같아서 그렇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 송두율 교수가 왔을 때는 몇 번 식사를 했다. 궁금하기도 했고, 정말 그렇게 하버마스가 우리가 존경하고 따라가야할 사람인가, 듣고도 싶었다. 하버마스 얘기는, 그러나 한 마디도 안했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조수미에게 관심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분 좋아지자고 음악 듣는 건데 기분까지 상해가면서 게다가 음악도 별로 취향이 아닌데 억지로 듣고 있을 이유는 별로 없다.
 
TV에 나와서 ‘독도는 우리 땅’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서 조수미가 열심히 부르고 있는 걸 보면서, 갑자기 윤과 혹은 그런 그런 서울대 출신의 좌파 50대 아저씨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오케스트라가 시대의 아픔이나 소외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역사에 몇 번 있기는 한데, 대개는 극우파나 왕당파의 손을 들어주었고...
 
한일 갈등이 첨예화되어 일본의 극우파와 한국의 극우파가 바야흐로 자웅을 겨루는 이 시점에, 조수미는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고 있다. 자꾸 윤과... 또 그 몇 사람의 50대 좌파 얼굴이 생각난다. 지금 그들도 이걸 보면서 속상해할까, 아니면 조수미 노래 잘 부른다고 좋아하고 있을까?
 
10년 전에 카페 맑시스트라는 말이 유행을 할 때, 나는 소주 맑시스트라고 애써 방어하던 때가 있었는데...
 
문화와 예술, 그래서 어렵다. 아름다움과 옳음, 이미지와 형상, 그리고 이걸 포획하려는 또 다른 커다란 힘. 그래서 늘 문화에 관한 생각은 어렵다.
 
그러나 EBS에 나온 이상은의 노래 다섯 곡을 들으면서 간만에 들뜬 토요일 밤의 기분을 조수미의 ‘독도는 우리 땅’이 싹 망쳐놨다. 앞으로 한 시간은 더 이런 류의 노래를 조수미는 계속 부르고 있을 것 같다. 이 속초에서 열리는 이상한 음악회 때문에 기분이 많이 안좋아졌다.
 
* 필자는 경제학박사로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 정책실장입니다. 최근 <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뿌리와이파리, 2005)를 출간했습니다.      
* 필자의 블로그안내 http://blog.naver.com/wasang2/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08/12 [18:5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제시노먼 2005/09/23 [13:26] 수정 | 삭제
  • 저는 일단 라이트 소프라노 계열을 무척 즐겨듣는
    편입니다. 케슬린 배틀의 청아하고 맑은 음성, 그러면서도
    넓게 퍼지는 공명을 가지고 있지요. 그녀의 봄의 소리
    왈츠는 참으로 맛갈스럽죠. 돈 파스콸레도요.
    그 외에도 루치아 포프, 에디타 그루베로바,
    더불어 조수미까지. 원래 기악을 즐겨듣는 편이라
    성악을 싫어했다가 이런 라이트 소프라노들 음색이
    듣기 편해 먼저 듣기 시작했답니다. 님처럼 개인적인
    취향이지요.

    그 뒤로 점점 더 귀를 뚫기 시작했죠. 솔직히
    칼라스는 처음 들었을 때 무척 고통이었습니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그러면서도 청아하고,
    멀리까지 곧게 뻗는 소리를 (무조건 크게 퍼지는이 아닌)
    좋아하는 저로서는 무척 고통이었죠. 하지만
    듣고 듣고 하다보니 어느날 참 감동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몇몇 특정아리아들
    이었지만. 그 뒤로 제가 듣는 가수의 음역은
    무척 넓어졌죠. 지금은 무척 많은 가수를 듣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모두 살아있는 거죠.

    칼라스의 음성은 깔끔하게 정제되지 않았지만
    극한의 표현력과 몰입 때문에 좋고, 네트브레고와
    게오르규는 맑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비교적 많은
    노래들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다양성을 겸비한
    약간의 드라마틱한 목소리 때문에 좋고, 서덜랜드는
    가끔씩 불명확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고음부에서의
    둥그스름한 음성이 마음은 편안하게 만들어 주어
    좋고, 배틀의 음성은 볼륨은 작지만 은빛 청아함이
    마음을 감싸주어 좋고, 그렇게 플레밍도, 노먼도,
    야노비츠도, 그루베로바도.. 각각 장기를 가지고
    있지요. 어느 정도 듣다보면 이제 장단점 비교가
    되더군요. 악보대로 부르지 않으면서도 극에 맞게
    표현하는 센스, 노래는 좀 더 이쁘게 장식하는
    카덴차나 메사 보체의 차이점, 각각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하는 테크닉의 차이점 등등

    조수미 역시 볼륨은 크지 않지만 고음역의 표현이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고 고음에서도 경묘한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것 외에도, 특히 그녀의 음성 그 자체의
    또렷함, 즉 떨림의 탄탄함, 그리고 맑고 청아한
    음성, 바로 그것 자체만으로도 좋지요.

    요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열심히
    듣다보면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님의 말한 바리톤의 음색도
    그러하지요.

    님의 글은 그저 듣기 싫다는 그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음악은 기분 좋을라고 듣는 건데
    왜 안좋은 걸 듣느냐며 걍 듣기 싫다는 말을 저렇게
    길게 표현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만, 음악을
    기분 좋을라고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취향의 차이는 중요한 겁니다만, 그저 취향의 차이로
    이건 싫고 저건 싫고 하는 태도는 공감을 불러들이기
    어려운 거죠. 모든 것을 주관적인 취향 차이로 몰고
    가면 세상에 서로 같이 공감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단순한 주관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주관적인 생각이라도 그곳에는 나름에 설득력이 있는
    주관성과 그저 취향 차이로 요약되는 설득력 없는
    주관이 있지요. 님의 글은 후자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님같은 그렇게 그저 싫다라고 말하는 글은 어느 누구도
    쓸 수 있는거죠. 이유도 없고 그저 싫으면 그 뿐이니까.

    님이 조수미를 좋아하는 말든 그건 님의 사정이며,
    따라서 다른 사람이 그녀를 좋아하든 말든 그것도
    님의 사정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님이 써놓은
    글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게 되는 태도 입니다.

    또한 님의 글의 요지가 일종의 예술과 정치의 교묘한
    결합이라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 역시 근거가 빈약합니다.
    과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의 열창과 그것에의 열광이
    한국 극우파의 정치 논리와 크게 연관이 있을까요?
    극우파가 아니더라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에
    대해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님의 글이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대강의 어떤
    철학을 포함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그저 아전인수로
    그렇게 그냥 몰로간 것 같은 인상이 강하군요. 물론
    그녀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어쩌면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코드의 곡을 부른 것이 어떤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님의 비판이 그런
    것에 꼭 맞는 근거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없죠. 그저 '그냥 싫으니까'가 님의 글의
    유일한 근거니까요.

    즉 님의 글은 원래 걍 싫어했는데, 저렇게 까지
    하니 역시 그렇군, 이런 식의 감정 과잉의 글로
    비칩니다.

    그저 주관적일 뿐인 취향의 차이에 근거없는
    정치적 논리까지 끼워넣어졌으니 님의 글의
    설득력은 크게 떨어져 버린 거죠.

    님께선 '그저 싫다'라는 것 말고 좀 더 설득력
    있는 어떤 근거를 제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 생존주의자 2005/08/31 [09:52] 수정 | 삭제
  • 조수미가 `독도는 우리땅` 부르는데 감히 조용필이 애국가 부르면
    애국가의 격이 떨어져 부르면 안된다. ㅋㅋㅋ

    이상은 `담다디`나 좋아하고 이상은의 신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건모, 장윤정, 설운도를 좋아하는 나는 우석훈씨의 기분을 안좋게
    할 `악의 축`이겠구만.

    일기장에나 쓸 글을 자보에 올리고 또 올리게한 자보는 뭐하는
    짓들 하는지. ㅉㅉㅉ
  • 2005/08/25 [12:06] 수정 | 삭제
  • 왜 무슨 의도로 쓴 글인지 모르겠다. 뭘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자기를 알아달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글쓰기네
  • B 2005/08/18 [03:11] 수정 | 삭제
  • 특정 가수 찬양 뒤에 드리워져 있는 문화 패거리적 아우라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겠지 머.
    그건 그것대로 이건 이것대로 즐겨도 문제없는 일이고.
    그나저나 조수미의 "독도는 우리 땅" 이라니. 쯥... 닭살이야.
    이미지의 조합이 불가능해. 부조리로 이해하면 안될것도 없겠지만 말야.
  • 2005/08/15 [16:52] 수정 | 삭제
  • 마리아 칼라스는 나를 허구헛날 눈물흘리며 가슴 웅켜잡게 만들었는데,,
  • ... 2005/08/14 [12:10] 수정 | 삭제

  • 이 글이 왜 여기에 실려야 하나. 개인의 일기장을 이렇게 공개해도 괜찮은건가. 글의 수준과 관계없이 글을 실을 때는 좀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