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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오트 게임' 혹은 米 좌파들의 CIA살리기
[비나리의 초록공명] 국정원은 불법도청 말고 무엇을 할것인가 고민해야
 
우석훈   기사입력  2005/08/10 [09:29]
미국과 프랑스의 숨겨진 차이점 중 하나는 남자들에 대한 호칭이다. 프랑스에서는 성인 남자라면 신분 여하를 가리지 않고 무슈, Monsieur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알려진 회의에서는 Dr.과 Pr.로 이 사람이 박사인지 교수인지를 꼭 밝히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UN 회의에서도 미국인들은 이걸 꼭 구분하고 싶어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사회적 맥락이 차이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그런 차이가 존재하기는 한다.
 
Dr. Ryan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영화를 보면 번역에 따라 ‘라이언 박사’라고 번역되기도 하고, ‘라이언 씨’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맥락을 보면, ‘씨’가 맞는 경우에도 있고, 상원 청문회에서 대통령에 반대되는 증언을 할 때에는 존칭의 의미에서 ‘박사’가 맞기도 한다. 어쨌든 이 사람이 바로 Jack Ryan이라는 인물이고, 영화에서는 수없이 등장한 제임스 본드, 다섯 번 출연한 스타워즈의 요다 다음으로 많은 4번 출연한 이 잭 라이언이 바로 CIA의 희망, 그 잭 라이언이다. 세 번 출연한 사람은 작크 마이어스의 오스틴 파워 3부작의 오스틴 파워가 있고,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아라곤을 비롯한 인물들, 그리고 매트릭스 3부작의 미스터 앤더슨 같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잭 라이언은 4번 출연을 한다. 감독도 필립 노이스 감독에서 필 알덴 로빈슨 감독까지, 한 명이 만든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잭 라이언 얘기는 영화 속에서는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 영화 '긴급명령' 포스터    
내가 기억하는 가장 멋진 잭 라이언의 모습은 영화 ‘긴급명령’에서 이제 자신에게 언제든지 부탁할 수 있는 ‘조커’를 가지게 된 것이며, 이제 정치적 거물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대통령을 망연자실하게 뒤로 두고 상원 청문회장의 문을 열던 모습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나마 미국을 이 정도로 지탱해준다고 하면, 그 절차적 민주주의가 가장 멋지게 표현된 것이 이 장면이다. 콜롬비아와 엘살바도르 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CIA가 열심히 마약장사 하던 뒤 끝에 생겨난 마약밀매상을 소탕하고 싶어하던 대통령의 불법 군사작전의 문제를 잭 라이언이 증언하려고 하던 순간이다.
 
레드 옥터버,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 그리고 섬 어브 올 피어즈라는 4개의 미국 국가안전영화는 전부 CIA 직원인 잭 라이언이 주인공이다. 보통은 해리슨 포드가 이 역을 맡았고, 전형적인 미국 WASP(백인, 앵글로-색슨, 프로테스탄트) 중산층의 CIA 공무원인 이 잭 라이언은 전공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여간 백인이고, 탈냉전 시대의 국가 안의 국가라는 CIA의 이미지를 벗고, 그리고 냉혹한 킬러나 검은 음모를 밥먹듯이 꾸미는 기관원, 즉 agent의 이미지를 벗고, 우리도 정부기관과 공무원이야라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이 잭 라이언이다.
 
잭 라이언이라는 인물을 만든 사람은 미국에서 거의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톰 클랜시라는 인물이다. 톰 클랜시가 망명하는 소련 잠수함을 미국으로 무사히 인도하는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는, 그리고 “자유의 나라 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매력적이지만, 밥맛 뚝뚝 돋는, 그러나 미국사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 대사를 만든, Welcome to the Land of Liberty라는 영화사에도 남는 명대사를 만든 이 레드 옥터버에서 잭 라이언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든다.
 
이 때 해군이야말로 냉전 시대에 끊임없이 소련과 바다에서 계속 만나면서 끊임없이 숨으려고 하는 소련의 핵잠수함의 위치를 찾아내면서, 반대로 미국의 핵잠수함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아 핵억제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하던 해군은 헐리우드의 존 맥티넌 감독에게 항공모함은 물론 핵잠수함까지 아낌없이 제공했고, 게다가 비밀의 전설적인 해군기지인 노포크 기지도 개방을 했다. 이 때 지중해 함대 함대장을 맡은 배우가 미국 공화당의 매파 중의 매파 상원의원인 프래드 톰슨 상원의원이고, 북한에도 이라크처럼 폭격해야 한다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레드 옥토버에서 처음 영화에 데뷔한 잭 라이언은 미국 극우파들의 상징 같은 사람이었다. 붕괴한 소비에트 연방의 마지막 핵 억제력을 유지하던 핵 잠수함을 무사히 미국으로 망명시킨, 이 CIA의 전문가 출신 공무원은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CIA 같은 “딴딴하고”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고, 게다가 충실한 국가관과 자유세계에 대한 충성심으로 소련의 최신형 핵잠수함을 무사히 미국으로 데리고 오는 잭 라이언은, 미국의 극우파들이 갈망하던 바로 그 캐릭터였다.
 
영화 레드 옥터버의 성공으로 잭 라이언을 만들어낸 작가 클랜시는 이후에 CIA와 백악관의 전속 작가처럼 특권적인 대우를 받다가 지금은 CIA의 로비스트로 활동 중이다. 충분히 부자이지만, 극우파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하여 봉사하는 특권을 더 가지고 싶어한다. 그의 집 정원에는 2차 세계대전에서 실전에 투입되었던 탱크가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이 극우파 작가의 소설 속의 잭 라이언이 자신의 가족을 공개한 것은 그 다음 영화인 패트리어트 게임이고, 여기에서 전형적인 공무원으로서의 중산층인 자신의 신분 그리고 가족생활, 딸이 숙제하는 모습을 공개하게 된다. 물론 미국 평론가들은 전형적인 중산층이라고 박박 우기지만, 아일랜드 과격분자에게 기관단총으로 난사당하는 차가 바로 포르쉐인데, 나도 영화에서 포르쉐가 나오는 건 이 영화 말고는 본 적이 없는데, CIA 월급 받으면, 하여간 공무원으로서 포르쉐 탈 수 있다고 하는, 하여간 중산층의 잭 라이언으로 나온다. 부상당하는 딸의 모습을 눈물을 지으면서, 딸을 위하여 총을 드는 우리의 잭 라이언은 국가가 저지르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바로 이건 식구와 가정을 위해서야‚ 라는 미국 안전의 논리를 전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 잭 라이언이 갑자기 68세대 출신 좌파로 입장을 돌변하는 건 필립 노이스 감독의 “긴급명령”에서 전격적으로 입장을 돌변해서 CIA 내의 비밀작전을 폭로하고, 남미에 고립된 미군들을 구출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결국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어, 상원 청문회에 서게 된다. 클린턴이 국회의 매파와 공화당에게 포위되어 우주전략에 대한 NMD의 막대한 자금 지출에 사인을 하라는 압력을 받던 시절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재네들 극우파들이 원하는대로 강력한 대통령이 생기면, 대통령이 다시 지 맘대로 할 거고, CIA도 지 맘대로 할 거고, 마약밀매상하고도 손을 잡게 돼‚
 
우리의 잭 라이언은 여기에서 내부 고발자의 “인 사이더”의 60 minutes의 알 파치노처럼 68출신 PD가 가지고 있는 좌파 성향을 그대로 간직한 CIA 안의 내부 견제자의 역할을 한다. 물론 톰 클랜시의 원작이 많이 바뀌어 있고, 필립 노이스는 가장 극우파적인 작가의 소설을 채택, 극우파들의 용어 그대로, 그리고 극우파들의 영웅의 입을 통해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강한 미국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 영화 '섬 오브 올 피어스' 포스터    
섬 오브 올 피어스 (제발 영화제목 좀 우리말로 번역해주시기 바란다. 프랑스, 독일, 중국, 심지어 일본까지 영어 제목 그대로 쓰면서도 뻔뻔하게, 이게 세련된거라고 우기는 나라는 극우파들이 영화 유통시장을 대충 장악한 우리나라 밖에 없다. 박정희 시절의 소박한 민족주의 극우파 시절만 해도 이런 만행은 없었는데, 요즈음의 극우파는 이 민족주의의 소박함마저 슬쩍 벗어버렸다.) 역시 원작 소설은 극우파 소설인데, 영화는 또 전형적인 68세대, 소위 그 월남전 시절 미국을 분열시키던 그 “아이”들의 전형적인 영화가 되어있었다.
 
원래 소설은 또 왕창 극우파 소설이다. 톰 클랜시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이스라엘에서 핵무기를 훔쳐온 팔레스타인 “아랍분자”들이 덴버의 슈퍼볼경기에 팡, 핵폭탄을 터뜨리고 이걸 오인한 백악관이 모스크바로 핵폭탄을 날리려고 하는 순간에, 우리의 잭 라이언이 짠하고 등장해서, 위기를 해결하고, 드디어 CIA 국장이 된다. 미국 만세! 잭 라이언 만쉐이! 레드 옥터버에서 말단 분석관으로 처음 영화에 데뷔한 CIA 직원이 긴급명령에서 사무관을 거쳐, 드디어 10년 만에 최연소 CIA 국장이 된 셈이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니까 워싱턴의 아랍-미국 관계회의인가 하는 로비스트 단체들이 긴급하게 영화사에게 소위 “협조공문”을 보내서, 그렇게 아랍 사람들 전부 이상하게 보게 만드면, 미국의 회교도들이 어떻게 세상을 사느냐고 했는데, 이미 영화사에서는 시나리오를 전부 고쳐놓은 상태였다. 감독이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저는 회교도와 아랍국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아무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당신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며, 저는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당신들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상황을 이해한 오마 아마 위원장도 즉각 답장을 보낸다.
 
“이슬람과 회교도에 대해 정형화된 선입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들은 이 영화가 보통의 회교도 미국인들의 삶, 특히 우리 아이들의 삶에 부정적인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우리는 로빈슨씨가 이 영화의 종교적이고 인종적인 선입관들을 제거하는 것을 돕기 위해 노력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이 다른 영화감독들에게 선례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영화에서는 아랍인들이 유럽의 네오나치로 변해있었다. 메시지는, 아랍을 자꾸 위협이라고 하면서 자꾸 전쟁할 생각 좀 하지마. 게다가 이건 당시에 대통령 결선 선거까지 진출했던 프랑스의 자칭 신나치주의자, 극우파 르펭을 비롯해 유럽에 극우파들이 다시 정치 전면으로 나오던 상황을 은유한 것이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핵폭탄이 덴버에서 터지는데 영화에서는 볼티모어로 바뀌어 있었다. 순 깡촌(City of Country Boy)에서 다시 백인 상류층의 도시로 배경이 바뀐 셈인데, 정치적 의도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어 CIA 국장이 될 우리의 잭 라이언은, 다시 젊어져서 20대로 돌아갔고, 막 연인하고 결혼을 하려는 중이다. 물론 영화 내에서의 상상은 관객들을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저 여자가 나중에 그 부인인가 보지? 그래서 딸을 갖게 되나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위기를 해결한 백악관이 축하파티를 하고 있을 때, 우리의 주인공 잭 라이언은 대통령의 초청을 무시하고 여자친구랑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떠난다. 우리가 미국을 위해서 일하는 건 이 무지막지한 미국의 전쟁광들의 손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이지, 훈장 받고 지겹고 재미없는 파티에서 극우파와 샴페인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니까.
 
극우파 톰 클랜시든 나름대로 68세대 좌파감독들이든, 이 90년대를 같이 살아온 잭 라이언이라는, 하여간 박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냉전시대의 무시무시한 검은 작전을 수행하던, 정부 속의 정부라는 CIA의 변화였다. 그리고 실제로 CIA도 이러한 변화를 원했다. 레이건 시절 CIA는 정말 악명이 높았다. 니카라구아의 반군 지원은 물론이고, 마약장사에 미얀마와 인도네시아의 극우파 지원, 혹은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에 대한 무기지원과, 그들을 CIA를 실제로 곤경에 빠트린 이란 게이트까지.
 
이건 극우파든 나름대로 좌파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고, 그래서 잭 라이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다.
 
CIA 사무실이 처음 공개된 건 영화 레드 옥토버에서였다. 미로처럼 생긴 어두운 복도를 거쳐 사무실로 들어가면 여기에는 기본적으로는 상냥한 성품의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고, 전형적인 공무원 사무실 분위기를 풍겼다. CIA 직원들은 조금 냉소적이지만, 개인적인 신념 몇 가지는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여기에서 CIA의 일상성이 잭 라이언의 자리와 함께 공개되었다. 
 
▲ 영화 '파트리어트 게임' 포스터
이 CIA 사무실의 소위 레이아웃이 페트리어트 게임에서는 좀 바뀐다. 조명이 훨씬 밝아졌고, 사람들은 훨씬 더 명랑해졌고, 여기에서 CIA가 하는 일은 식구들을 납치당한 잭 라이언이 자신의 딸과 부인을 구출하는 걸 돕는 일이고, CIA 국장은 인공위성을 사용해서 미국의 아일랜드 계열 테러리스트들의 소재지를 일일이 찾아주는, 아주 친절한 상사이다.
 
사실 이 영화가 극우파 영화라는 건 여기에서 테러리스트가 아일랜드의 IRA 출신이라는 데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자꾸 월남에 전쟁하러 가지 말라고 했던 케네디가 정말 싫었어요‚ 케네디 일가의 또 다른 상징이 바로 “아일랜드 이민자”이다. 물론 아일랜드 이민자가 케네디만 있는 건 아니다. 케네디 이전에는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말은 원래 극우파 상징이었다. 'KKK' 같은 극단적 인종주의 극우파말고 진짜 미국의 극우파를 상징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스칼렛 오하라”라는 이름이다.
 
아키라의 감독 오토모 가츠히로의 신작 만화영화 “스팀 보이”의 무기밀매상, “오하라 재단(Ohara Foundation)”이 바로 이 오하라이고, 여기에 나오는 약간 신경질적이면서 덜떨어진 소녀가 바로 스칼렛 오하라이다. 만화에서는 아일랜드 출신의 이 노예상들이 전쟁에서 북군한테 지고 나니까, 무기상으로 바뀌었다는 걸 은유한다. 하여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극우파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이 소설이 바로 아일랜드 남부 노예상과 농장주인의 딸이, “I will be back!”이라고 외치는 셈이다.
 
아일랜드에 대한 케네디 일가를 비롯한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아일랜드 독립지원은 영국 정부에게는 곤란한 문제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한 건 레이건이고, 그 시대의 백악관이 직접 개입해서,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문제를 대충 해결했다. 아마 레이건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봐, 골아픈 아일랜드 출신 바보가 우리 외교를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는가!"이지 않을까? 
 
긴급명령에서 등장한 CIA는 완전히 미궁처럼 되어있고,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져 있다. CIA 내부에 전격적인 암투가 시작되어 냉전 이후의 온건파와 냉전 계속의 강경파가 노선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걸 상징한다.
 
이런 영화와 소설을 통해서 CIA가 다시 미국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고, 다시 선호하는 “직장”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CIA의 "Dirty War"가 끝난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비대칭적 전쟁” 독트린을 통해서, 여전히 오사마 빈라덴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납치도 하고, 고문도 하고, 더 당당하게 비밀자금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악명높은 미국의 정보기관은 CIA를 포함해서, FBI, NSA, DIA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CIA는 대외업무를, FBI는 국내 업무를 전담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고, DIA는 군 관련된 정보를 다루고 있고, NSA(National Security Agency)는 도청을 맡는다. CIA보다 약간 늦게 생긴 NSA는 CIA와 FBI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쓰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서 비밀유지한 파쇄지를 팔아서, 배달용 피자박스를 만드는데, 1억원 정도 부대수입을 올린다고 한단다. 그래서 피자 먹으면서 도청된 내용이 담긴 비밀을 먹는다는 농담도 생겼다고 한단다.
 
이 NSA가 대폭 강화된 게 공교롭게도 케네디 암살 사건과 레이건 암살 기도 때이다. 하여간 평소에 대통령 재수읍어라고 말한 사람은 대충 리스트에 올라가서 감시 대상이 된단다.
 
우리나라의 국정원이 불법도청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청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사무실까지 드라마처럼 진행된 잭 라이언의 영화 시리즈를 통해서 일일이 다 공개된 CIA와 달리 프랑스 정보기관은 니키타에서 잠깐 보여진 이후 카다피 암살기도를 이 넘들이 했다고 하지? - 아직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모사드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아직도 전설이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한 - 16인당 1개라나? - 영국은 MI6도 본부 위치가 공개된지 채 10년도 안되지만, 이들도 테러를 막지는 못했다.
 
문제는 불법도청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의 정보기관이 뭘 할꺼냐는 문제에 있을지도 모른다. 극우파와 나름대로 좌파가 잭 라이언이라는 매력적인 기관원을 통해서 "도대체 우리가 뭘 당신들한테 해주길 바라지"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던 90년대가 우리에게도 지금부터 필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바램이면 골프장이나 재건축 혹은 도로건설에서 횡횡하는 깡패들이나 좀 국정원의 첨단기술로 막아줬으면 좋겠다.
 
미국의 나름대로 좌파가 CIA의 잭 라이언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몇 가지 얘기가 사실은 지금 우리에게도 좀 고민해봐야 하는 얘기일 수도 있다.
 
내 주변에도 국정원을 직장으로 다니는 친구들이 있고, 평생을 안기부를 직장으로 살았던 친척 아저씨도 계시다. 별로 그들에게서 Jack Ryan의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공무원 시절에 잠깐 파트너로 일했던 국정원의 공무원 한 명은, 진짜 나름대로 68세대 좌파의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 논설위원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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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10 [09: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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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라이언 2005/08/24 [15:06] 수정 | 삭제
  • 안녕하세요, 저는 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잭라이언이라고 합니다. 검색 도중 선생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좋은 글이고,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내용이라고 판단되어 선생님의 글을 퍼가려고 합니다. 퍼갈 주소는 http://cafe.naver.com/tomclancymania.cafe 입니다. 불편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