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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민노당은 경쟁상대, 총선전략일 뿐이다"
유시민의원 두번째 편지로 민노당 자극, 민노당 "예의지켜라"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13 [15:25]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민노당에 던지는 표는 권영길 대표의 경남 창원 등 2곳을 제외하면 모두 사표라며 민노당에 대한 온정주의는 더 이상 안된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킨지 하루만에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는 글을 홈페이지(www.usimin.net)에 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 의원이 13일 민주노동당에 대한 두번째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경쟁상대일뿐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과 당원에게 쓴 편지 형식을 취한 이글은 특히 민주노동당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아냥 거리는 듯한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입만 열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고 우리당을 까대면서, 그 보수정당이 경쟁상대인 진보정당으로 흘러가는 유권자의 표심을 자기네 쪽으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왜 그렇게 무턱대고 비난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민주노동당을 비난했다.

유 의원은 특히,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면서 표를 주려고 마음먹은 유권자 중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가볍게 건너뛸 수 있는 작은 개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이들이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만큼이나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막는 게 정치 발전에 긴요하다고 생각해 열린우리당에 투표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문제가 된 자신의 12일 글에 대해 "총선판세가 불투명한 가운데 여러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당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냐"며 "총선판세와 우리당 당원들의 남은 사흘 행동지침을 어제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이를 '다른 세력을 죽여서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쇼'라고 한다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보수정당을 전방위로 까대어서 민주노동당 호감도를 높이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의 방송토론 역시 같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목표인 15석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내진출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조롱에 가까운 표현을 한 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경쟁상대"라는 것을 잊지말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의 두번째 편지에 대해 민주노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유의원의 말에 개의치 않는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총선에서 함께 경쟁하는 공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특히, "유 의원은 민주노동당을 총선의 변수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이미 상수가 됐다"며 "이런 발언으로 흔들릴 유권자도 없지만 혹시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민주노동당 당직자는 "유시민 의원이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를 갖출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에 당부한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두번째 편지 전문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경쟁상대일 뿐입니다

민주노동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안녕하십니까. 열린우리당 유시민입니다.

민주노동당 지역구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당선권에 들어 있는 극소수 후보를 제외하면, 전부 사표가 된다는 저의 주장에 대해서 격분하고 계시군요. 어제 밤부터 제 홈페이지가 아주 엉망이 되었습니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께서는 “자기 내용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세력을 죽여 반사이익을 보려는 열린우리당의 정치행태는 기존 부패세력인 과거 정권과 다른 게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진보누리 홈페이지 ‘독자베스트’ 게시판 대문에 걸어놓은 글에서 민주노동당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는 저더러 “몇 석 더 먹으려고 쇼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흥분하지 마십시오. 민주노동당은 성역이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상대해야 하는 경쟁상대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입만 열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고 우리당을 까대면서, 그 보수정당이 경쟁상대인 진보정당으로 흘러가는 유권자의 표심을 자기네 쪽으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왜 그렇게 무턱대고 비난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때 다른 당으로 가는 표를 우리 쪽으로 불러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든 정당에게 허용된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요.

제 발언의 논지를 다시 정리할테니 정확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들은 각자 나름의 정치적 가치지향을 지니고 있으며, 거기에 입각해서 지지정당과 후보를 결정합니다. 여러분은 열린우리당과 다른 보수정당 사이에는 샛강이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놓여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노동당원의 가치기준에 비추면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려고 마음먹은 유권자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가볍게 건너뛸 수 있는 작은 개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죠.

이런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아니지만, 진보정당이 원내에 들어가야 우리 정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합니다. 그

런데 이런 유권자 중에서 누군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만큼이나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막는 것이 정치 발전에 긴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어서 자기 표를 민주노동당에 던져도 차떼기 탄핵세력이 거대야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다면 그대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겠죠.

하지만 만약 그것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에 아주 큰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유권자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권자라면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에 투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유권자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인식한 선거판세를 고려해서 어떤 정치적 가치에 우선권을 부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전략적 투표입니다. 이 유권자는 정확히 말해서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아닙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정치적 가치에 일시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유권자일 뿐입니다.

지금 총선판세는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이 세 탄핵세력의 의석 합계가 150석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이런 상황을 모릅니다.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측한 4월 1일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만을 인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조중동은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을 강화시키는 보도를 머리기사로 쏟아냅니다.

여러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당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없이 방관하시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그래서 어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함으로써 총선 판세가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유권자들께 알린 것입니다.

저는 현재의 총선판세와 우리당 당원들의 남은 사흘 행동지침을 어제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입니다. 당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이것을 “다른 세력을 죽여서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쇼”라고 한다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보수정당을 전방위로 까대어서 민주노동당 호감도를 높이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의 방송토론 역시 같은 비난에 직면할 것입니다.

제가 하려는 것은 지금 이 시각 총선판세를 열린우리당의 압승 분위기라고 판단해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려고 하는 유권자들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일입니다.

그분들이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을 돕는다는 것과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한다는, 현재 상황에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의 정치적 가치 가운데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토록 비난받아야 할 행위인가요?

민주노동당의 선전을 치하합니다.

목표인 15석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내진출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제로 섬 게임을 하는 경쟁상대라는 것을.

모든 것은 유권자가 결정하며, 그 결정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정보를 전파하고 논리를 설파할 권리는 모든 정당에게 예외 없이 허용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당원들 역시 자기가 신봉하는 진보적 가치를 역설할 권리가 있지만, 유권자의 가치판단을 대신해줄 권리는 없다는 것 역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누구도, 어느 정당도, 가치관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 여러분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총선승리 D-2

열린우리당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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