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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아~ 가난한 나라, 가난한 자들의 운명이여...
 
변현단   기사입력  2002/02/20 [02:19]
미국인의 장기 밀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연간 200-300여 명이 미국인이 중국과 필리핀, 태국 등지의 빈민에게서 장기를 사서 이식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IMAGE1_LEFT}ABC 방송은 최근 10년동안 기다려도 신장을 기증 받지 못한 한 미국인이 브로커를 통해 14만 5000달러(약 1억 8850만원)을 주고 이라크 병사의 신장을 이식 받은 사례를 보도했다. 장기가 아닌 인대, 뼈 피부 등은 미국인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동아일보 2. 16)

미국이 공공연한 비밀을 이제 장기매매 합법화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밀매로 되어왔던 것을 합법화하는 이유는 법의 규제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법의 규제를 받으면 보다 밀매로 인한 부작용이 없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래도 변함없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의 장기가 부자 나라로, 부자 사람들에게 간다는 사실이다.

{IMAGE2_RIGHT}내 주변의 어떤 한 분이 두차례에 걸쳐 신장을 이식받았다. 지난해 국내에 이식받을 신장이 없어 중국으로 향했다. 연유가 어떻게 되었는지 중국에서도 신장을 이식받지 못한 채 돌아왔고 내가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죽음의 문턱을 오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신장이라는 것이 하나 없어도 생존이 되므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장을 판다. 문제는 브로커들이 끼어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되고 있을 뿐, 실제로 파는 당사자에게 던져지는 돈은 신장수혜자가 지불하는 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부르는 것이 값인데 정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장기가 상품화된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일을 한다. 억지로 꿰어 맞추는 말을 한다면 장기 판매자와 수혜자의 직접거래가 아닌 바에는 장기를 둘러싼 일들은 불보듯 뻔하다. 냉동고기가 바다를 건너오듯이 중간에 거래자가 있으며, 그 중간자들은 장기를 확보하기 위해 온갖 야만적인 일은 다할 것이며, 장기의 표준화를 정부는 세우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장기의 표준화야 이래저래 구미에 맞게 맞추면 되는 일이다. 냉동육, 냉동 장기, 아니 냉동인간이 매매 될지도 모른다. 한낱 헐리우드 영화나 소설에서 본 일이 현실화 된다.  

한편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장기조차도 부자들의 손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전 국제적인 장기거래의 합법화.

이 소식을 접할 때 나는 두가지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때 본 <마루타>라는 영화이다. 일제가 병균실험을 위해 중국인과 동남아시아 한국인 포로들을 대상으로 인체 생화학 실험을 하였다. 일본인 장교가 어린아이의 장기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먹을 것으로 중국 어린이를 꼬셔 실험대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어린이는 마취되었다. 곧 그의 장기와 뇌 등이 인체에서 분리되어 보관되고, 어린아이의 살가죽과 뼈가 흐물거린채 버려졌다.

또 하나는 중국의 소설이 생각난다. 여화의 <許三觀 賣血記>이다. 우리나라에 영화로 소개되었다고 들었다. 이 소설에서는 너무나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병원이나 보건소에 피를 일정 정도 뽑아 주면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나라의 헌혈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피를 팔게되고 이어 가족 모두가 피를 판다. 피를 판 돈으로 먹을 것을 먹지만 부족하다. 결국 계속된 매혈은 가족이 모두 죽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가난 때문에 자신의 피와 장기를 팔고, 포악하고 야만적인 권력앞에서 마취당해 자신의 장기를 완전히 신체에서 분리당해 쥐도새도 모르게 죽게되는 이러한 일들이 과연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인간의 장기가 상품화된다는 것은 장기가 엄연히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를 맞추기 위한 생산(마치 밀렵꾼이 몰래 사냥을 하듯)은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날 것이고, 아무래도 매입자의 의학적 여러 기능에 맞추어지기 위해서는 원산지 표기를 할 것이고, 자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장기가 좀 더 인기가 있을 것이며,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장기는 덤핑처리될 것이며...지금까지의 상품자본주의는 이러한 과정을 밟아오지 않았던가?

미국의 군사적 폭력에 의해 초토화된 땅- 중동,아시아에서 굶어 죽지 않으려고  자신의 장기를 미국인에게 건네주는 현실이 되었다.생존의 터를 유린당하더니 한 생명 신체마저 빼앗긴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장기를 구입할 수 없으니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 가난하니까 자신의 장기를 부자들에게 팔수 밖에 없는 고통. 이래저래 죽는다. 죽어버린다.

아 ~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이여.

[참고기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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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2/20 [02: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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