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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원 "지난 4년,참으로 부끄럽다"
한나라당 오세훈의원 불출마 선언, 공천내분 격화될 듯
 
취재부   기사입력  2004/01/06 [10:48]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43)이 6일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분당직전의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당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     ©한겨레
변호사 출신인 오세훈 의원은 서울 강남을의 현역의원으로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서도 '당선 유력'인 B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재선이 확실시되던 의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의원은 그동안 '60대 용퇴론'을 주장하며 지구당 위원장 사퇴, 후원회 해체 주장 등 정치권 누구보다 개혁적 실천을 해온 대표적 개혁파였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충격에 휩쌓여 있다.

오 의원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서로 '네탓'만 하는 작금의 한나라당 분란을 해소하고 '내탓이오'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결단임을 밝혔다.

오 의원은 지난 해 9월 연찬회 때 부터 자신이 '60대 용퇴론'을 펼쳤던 이유와 관련, "흔들리는 나라를 살리려면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고, 정치를 바꾸려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하고,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이었음을 이해하여 달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또, “정치생활을 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힘겨운 갈등에 가슴아파했다”며 “이것은 정치개혁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한 내게 견디기 힘든 자기모순이었으며 커다란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

오 의원은 특히,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한다”며 “이번 선언이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당에 대해서도 “공천 내홍은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연상하는 음습했던 과거는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이번 나의 불출마가 그러한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만드는 조그마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다른 소장파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고 항간에 떠도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시장 선거가 2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그만두는 사람 있냐”며 일축했으며 열린우리당 등의 입당설에 대해서도 “그런 질문 좀 하지 마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오 의원은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1년간 공부를 하고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려 한다”며 “환경단체에 소속됐었던 만큼 그 쪽에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의원의 결단은 현재 극한대립상태로 가다가는 총선전 분당사태가 불가피하며 그결과 한나라당의 궤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동안 '60대 용퇴론' 등 문제 중진의원들의 사퇴를 앞장서 주장해온 자신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공천갈등을 생산적 방향으로 전개하기 위한 고뇌의 산물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번 오 의원의 총선 불출마에 대해 당내에서는 공천개혁의 목소리가 한층 힘을 얻는 동시에 상당수 중진의원들의 자발적 총선 불출마 선언을 유도해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나라 불출마의원 현황     ©연합뉴스

다음은 오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문 전문이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저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한 세기를 여는 길목에서 치러진 2000년 총선은 우리 정치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그들만의 낡은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우리의 정치'로 거듭나야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던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과제를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현실정치에 발을 디뎠고, 한나라당을 통해서 우리 정치의 누적된 잘못을 고쳐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분적이나마 국회운영의 합리화와 제왕적 총재제 폐지라는 작은 결실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음에 위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힘겨운 갈등에 가슴아파했고, 이것은 정치개혁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한 제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자기모순이었으며 커다란 고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정치개혁의 실현을 목표로 삼았던 시대에 오히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으며, 그 현실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먼저 정치 현실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고, 잘못된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묵인한 무력함이 부끄럽고, 묵인을 넘어서서 어느 사이 동화되어간 무감각함이 부끄럽고, 미숙한 자기 확신을 진리인 양 착각한 무지함이 부끄럽고,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심 무시하고 배척한 편협함이 부끄러우며, 그리고 이렇게 부끄러운 자신의 입으로 역사에 공과 과가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흔들리는 나라를 살리려면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고, 정치를 바꾸려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하고,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이었음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합니다.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 지난번 지구당위원장직 사퇴에 이은 이번 불출마이며, 이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공천과 관련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연상하는 음습했던 과거는 이제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의 희망을 담아낼 수 있는 당으로 재탄생하는 길이라 믿으며, 이번 저의 불출마가 그러한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만드는 조그마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를 드리고, 아쉬움과 실망을 남기게 된 점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국회만이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장소는 아닙니다. 어디에서든 정치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아울러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그동안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4.1.6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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