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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 이참에 육식 끊는것 어때요?
[정문순 칼럼] 사람과 동물 공동질병은 동물 식용의 부메랑이다
 
정문순

한국에서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낙타가 요즘 고생이 많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뿌리는 메르스 관련 책자에는 낙타가 당당히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무서운 질병의 숙주라기에는 참 순하게 생긴 동물이 무슨 죄가 있을까. 메르스가 뜨기 전까지 나는 낙타를 고기로 먹는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내게 낙타는 사막에서 짐을 지고 다니고 있어야 할 동물이었다.
 
물론 과거 사막의 대상들이 낙타를 부릴 때는 고기로 먹는 일은 드물었을 것이다. 생계 수단인 낙타를 먹어치울 수는 없었을 테고, 수송 능력이 떨어진 고령의 낙타나 식용으로 쓰였을 것이다. 늙은 짐승의 질긴 살이 맛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그때는 생존을 위해, 단백질 보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육신에 들어갔을 것이다.
 
사막 낙타의 운명은 농경시대 소와 비슷하다. 우리의 경우 조선시대만 해도 나라에서 소 식용을 금했다. 그때는 왕이라고 쇠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 소만 생각하면 입에 침부터 고이는 지금의 우리는 농업사회 소의 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소는 왕을 친견할 수 있는 귀한 몸이었다. 임금은 일 년에 한 번 농사철에 손수 쟁기를 몰며 백성들에게 농사를 독려해야 했다. 그것을 '친경'이라고 했다.
 
소나 낙타의 식용이 확대된 것은 이들이 밭을 갈거나 짐을 질 일이 없는 사회가 되면서부터다. 산업사회에서 동물의 운명은 고된 노동을 수행하는 생산 보조자에서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먹이로 탈바꿈했으니, 인간과 동물이 이보다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그러나 동물을 미식이나 식도락 차원으로 접근하면서 일어나는 일은 인류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바로 인수공동질병이다.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결핵은 처음부터 인간의 고유 질병이 아니었다. 소하고만 친하던 결핵균은 인간이 소를 경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활동 공간을 넓혔다. 에이즈, 에볼라, 인간 광우병 등도 짐승 사이에서만 존재하던 바이러스나 변형 단백질이 인간에게 옮아온 경우로 짐작된다. 우리가 조류독감을 겁내지 않는 이유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조류에게는 저승사자이지만 아직은 인간을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생조류에서 터를 잡았다가 가금류까지 영역을 넓힌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언젠가는 인간과 친해지자고 구애를 보낼지 모른다.
 
나는 미국산 소 수입으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을 때 육식을 끊었다. 연한 육질을 얻으려고 곡물을 먹이고 빨리 키우려고 동족 동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이는 사육 방식은, 초식동물 뇌에 단백질 변이의 재앙을 낳았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에 가한 재앙은 더 몸집을 키워 인간에게 돌아왔다. 광우병이 인간이 동물에게 저지른 탐욕과 오만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이라면, 광우병 사태는 미국산 미친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고 건강한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국민 주권, 건강한 먹거리 보장으로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육식 문화를 반성해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오늘의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낯선 질병에 대한 경각심, 공공 보건 확대, 정부의 질병 통제력 강화만이 대책의 전부가 되는 것은 부족하다. 질병을 잡는 것 못지않게 사육이나 식용 등 인간과 동물의 밀접접촉이 낳은 재앙을 돌이켜봐야 한다. 공포와 경각심을 질병에게만 느끼지 말고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에도 적용해 볼 일이다. 산업화 이후 인류는 동물에게 얼마나 몹쓸 짓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사람이 지구 위의 제왕이며 사람과 동물이 유전적으로 한참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침팬지의 경우 혈액 내 단백질 구성은 인간과 95% 똑같다. 인간과 유인원을 가르는 기준은 불과 5%의 차이다. 아니, 유전적 근접성을 따지면 소든 낙타든 모든 동물은 인간과 근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하늘같이 소중하다면 나와 비슷한 존재도 아끼고 배려할 것. 채식, 최소한 비육식 생활을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 평소 채식을 해야지, 고기를 끊어야지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분들은 이참에 결단하시는 게 어떨지.  
 
* 경남도민일보 2015년 6월 18일 게재한 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5/06/19 [21:2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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