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생물무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는 없어
생물 무기 (Biological Warfare Agent) 파헤치기 (11)
 
예병일   기사입력  2003/11/27 [16:38]

생물무기에 대한 이해도가 커지면서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제3세계 국가들이 현대화되면서 산업, 의학, 약학, 농업 등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고, 이와 같은 학문적 발전은 필연적으로 생물무기에 접하거나 연구해야 할 기회를 크게 하였다.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합법적인 연구로 간주되어 감추어지기 쉬울 뿐 아니라 일반적인 연구 시설인지 생물무기 관련 시설인지를 구별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1991년 12월에 CIA 국장인 Robert Gates는 미국 하원 군사 위원회에 국방정책 패널로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 미군의 전쟁모습     ©인터넷이미지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화생방 무기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 근심스런 문제거리다. 더 많은 나라들이 이와 같은 무기를 소유하게 되면 아무리 적국의 무기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1993년에 미국 하원의 군사위원회에서 발행된 보고서에는 이미 11개국에서 생물 무기를 소유하고 있거나 공격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그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1. 이미 보유사실이 알려진 나라: 이라크, 구소련
2. 보유 가능성이 높은 나라: 중국, 이란, 북한, 리비아, 시리아, 타이완
3. 보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나라: 쿠바, 이집트, 이스라엘.

(아무리 미국의 보고서라지만 미국이 빠진 이유를 알 수가 없으며, 이라크에 생물무기를 전파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731 분대의 종주국 일본 등 선진국은 모두 빠져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군사전문지인 제인연감과 같은 자료에 의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많은 나라의 정부, 정보기관, 외교기관 등에서 생물무기 보유가 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지만 일반대중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생물무기 전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생물무기를 보유를 억제하게 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생물무기에 대한 실제 상황이 공공적인 연구로 위장되어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하는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 현재 각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올바른 통찰력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군사적,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동기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이를 막기 위한 통제수단이 강구되지 않으면 생물무기는 더 널리 퍼져나갈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군사적 동기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생물무기는 표적이 되는 인구집단이 클 때 아주 매력적인 것이므로 대량 생산능력을 가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나온 보고서에 건강 및 보건적 측면에서 이런 무기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탄저균 무기가 미국과 같이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에 있는 인구 약 500만 명의 대도시지역에서 사용되는 경우 비행기 한 대가 에어로졸 상태의 50kg을 뿌려놓을 때 20km가 넘는 긴 선모양으로 전파되어 10만 명의 사망자와 25만 명의 무능화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양산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똑같은 형태로 리케차 질환의 일종인 Q열이 사용되는 경우에는 사망자수는 수백명으로 적게 예상되지만 역시 수십만 명이 일시적으로 무능화상태에 빠질 수 있다.

미군은 유타주에 있는 Dugway Proving Ground에서 행해진 연구에서 위에 기술한 WHO의 연구보고서의 생물무기효과에 대한 설명이 타당함을 확인하였다. 미국이야 민간 또는 군사적으로 이런 무기에 대한 대비책을 수시로 세우고 있고, 2001년 가을에 있었던 탄저균 테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신분 여부에 관계없이 정보제공 및 후속조치에 잘병 통제 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CDC)가 중심이 되어 즉각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한국은 과연 생물무기 위협에 대하여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면 생물무기라도 보유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극히 타당한 일이다. 전술적 측면에서 볼 때 사용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군을 위협하거나 게릴라전을 전개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어떤 생물무기를 어떤 방법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결정된다면 생물무기는 군사밀도가 높거나 군지휘부, 퉁신시설 등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전장 표적물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Q열이나 장독소를 만들어내는 포도상구균과 같은 몇몇 생물무기가 인명을 살상시키기보다는 무능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재래식 무기와 달리 대량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생물무기가 핵무기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이유중 하나다.

어느 나라건 자신들이 가진 무기에 생물무기를 더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볼 때 논리에 맞는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적군이 생물무기를 갖추고 있다면 아군은 핵무기를 가지지 못할 바에야 함께 생물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대비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적 동기

▲ 화생방 훈련중인 군인들
국가적으로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기술적 동기라면 다른 무기를 개발하는 것과 비교할 때 기술적으로 훨씬 쉽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생물무기 프로그램에 이용되는 모든 기술은 사실상 널리 사용되는 합법적인 기술과 동일한 것이다. 이런 기술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시설이나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실험기술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어떤 국가라도 무기용 병원성 미생물체를 하나도 가지지 않은 나라는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설이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개발하고자 할 때는 원료가 되는 물질을 수입해야 하므로 국제적으로 원료물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면 어느 정도 추적이 가능하지만 생물무기는 추적을 피할 수도 있다. (화학무기와 핵무기 사찰이 바로 원료물질의 이동 및 사용경로를 파악하는 것이다. 생물무기협약-Biological Warfare Convention, BWC-에 진전이 없는 것도 원료물질의 이동경로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공격용 생물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장비와 시설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의학 및 생물학 연구에 이용되는 것들이다. 생물무기를 생산하고 정제하는 장비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포도주나 맥주를 만드는 공장에서 찾을 수 있으며, 제약, 식품가공, 농업 등에 널리 이용되는 것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하는 것들은 거의 없으며, 생물무기 배양에 필요한 배지는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선진국의 대학교에는 수많은 박사들과 학생들이 생물학 연구에 종사하고 있고,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3세계에서도 생물학 연구를 위한 시설이 바르게 진보되어 가고 있으며, 과학정보는 인터넷 등을 통하여 전세계로 실시간에 퍼져나가고 있다. 필요한 재료나 기계는 구입하기도 쉽고, 특별한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무기를 연구하는지 일반인들의 건강과 보건을 위한 연구를 하는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으며, 농업이나 수의학 연구로 위장하기도 쉽다. 이렇게 쉽게 연구할 수 있는 군사무기가 또 있을까?

강력한 작용제일수록 그 자체로 이중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보툴리누스 독소는 오래 전부터 눈 주변에 생긴 근육이상을 치료하는데 이용되어 왔고, 1990년에는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허가를 얻어 주름살 제거에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름살 제거를 위해 이를(보톡스라는 상품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매스컴에 수시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이 1g으로 수십만명을 살상시킬 수 있다는 오보(?)를 수시로 낳게 하는 생물무기와 동일한 것이다.

다른 예로 강력한 독소무기중 하나인 색시톡신(saxitoxin)은 특정 패류에 포함되어 가끔씩 식중독을 일으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지만 신경조직의 소디움통로(Na+-channel)를 연구하는데 수십년동안 널리 이용되어 온 물질이다. 또 해조에 포함되어 있는 알갈톡신은 항암제 연구에 이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생물무기로도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니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감추기는 쉽지만 찾아내기는 어려운 것이다.

세균, 진균, 바이러스, 리케차, 원생동물 등 모든 전염성 병원체들과 독소들은 이중적으로 사용가능한 것들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사람, 동물, 식물을 살상시킬 수 있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질병을 탐지, 예방, 치료하기 위한 연구는 항상 진행되고 있다. 즉 전세계 어느 실험실이나 의학연구센터에서 강력한 생물무기가 현재도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동기

국가적으로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경제적 동기를 분석하면 경제적으로도 생물무기 개발이 극히 타당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이 생물무기 개발의 주된 이유이며, 특히 핵무기와 비교해 보면 그 효과가 극명해진다.

핵무기 프로그램에는 20-100억 달러, 화학무기 프로그램에는 수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반면에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한 생물무기 프로그램 수행은 천만달러 이하로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이런 경제적 가치환산을 보면 왜 생물무기를 ‘제3세계에서 생산되는 가난한 국가의 핵무기’라 하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여기서 제3세계라는 말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붙인 말이고, 선진국에서도 생물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고 있을 테니 그다지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1969년에 UN에서 열린 화학 및 생물전 전문가들의 회의에서는 1km2당 재래식 무기가 2000달러, 핵무기가 800달러, 화학무기인 신경가스가 600달러, 생물무기는 1달러면 대량살상이 가능하다고 평가하였다. (이 평가액을 보면 바로 위에 제시한 프로그램 수행비용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UN의 회의에서 계산방법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어떻게 이와 같은 수치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으며, 아마도 최소한의 생산비용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단지 생물무기가 다른 무기에 비하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보야야겠다.)

불행하게도 장거리 운송수단도 널리 퍼져가고 있다. 이미 제3세계에서도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 미사일에 생물무기를 장착하는 기술도 개발된 것으로 보여진다. 생물무기 사용에 가장 장애가 되었던 운송 기술의 난점이 점점 해결되고 있으므로 이제 생물무기 사용을 위한 자연환경이 조성되기만 하면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동기

각 나라들이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 두 가지 분명한 정치적 동기가 있다. 첫째는 국내외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프로그램 수행에 따르는 위험과 이익을 비교해 보면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적을 대량 학살 무기로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은  곧바로 국제 사회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며, 상대방이 아군의 비밀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찾아내는 일은 아주 어렵다. 그러므로 화학 및 핵무기 프로그램과 달리 생물무기 연구와 개발이 폭로될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생물무기와 관련된 모든 장비들이 의학연구와 같은 합법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쉽게 식별되지 않고, 명백한 특징을 찾기 어렵다.

프로그램을 수행하고자 하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공격용 생물무기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과 같은 불법의 생물무기 관련 활동을 특별한 제재 없이 전개할 수 있다. 심지어 생물무기협약에 서명을 한 나라조차도 공공보건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협약을 위반하지 않고 생물무기의 재료로 간주되고 있는 세균, 바이러스, 독소의 특성을 연구할 수가 있다. 합법적인 생산 시설은 공격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런 작용제들을 평소 연구에 진행되는 시간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지 않고도 짧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다. 생물무기는 수시로 국제사회에서 눈길을 피하기 힘든 기존의 재래식 또는 화학 군수품과 달리 준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물 무기는 한 국가의 “고요한 평형장치(silent equalizer)”이지만 GNP예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비용으로 연구 가능한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는 기술, 비용, 군대에 대한 유용성, 전술 및 전략 측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핵무기 프로그램은 연구, 개발, 생산을 위하여 고도의 기술과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한 시설은 일반적으로 분명하고 쉽게 확인될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화학 및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반대로 보통 그보다 낮은 수준의 기술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화학 및 생물무기 개발과 생산을 위한 토대는 현대화된 또는 과거의 화학이나 제약산업 시설에 묻혀 있을 수 있으므로 쉽게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핵무기는 적군이 보호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전장에서 즉각적으로 결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므로 개인 또는 아군에 대한 보호효과는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화학 및 생물무기는 보호조치를 강구한 상대방에 대해서는 효과가 미미하므로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를 거두는데 용이하다.

간단히 핵무기와 화학 및 생물무기를 비교하면 핵무기가 화학 및 생물무기보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생산비용은 핵>화학>생물무기의 순이며, 대비책이 있건 없건 핵무기는 효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지만 화학 및 생물무기는 대비책이 없는 군대에 대해서만 전략 및 전술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대 생물무기를 보유하려는 생각을 가지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본 원고는 미군 야전교범을 기초로 아래의 자료를 보충하여 재구성한 것임

1. 미국 정부에서 1993년 2월 23일자로 의회에 제출한 자료
2. World Health Organizaiton. Health Aspects of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Switzland, 1970
3. W. Seth Cams. The Illicit Use of Biological Agents since 1900. Fredonia Books, 2002
4. Donald A. Henderson외. Bioterrorism: Guidelines for Medical and Public Health Management.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1st Ed. 2000
5. Spertzel RO, Wannemacher RW, Linden CD. Biological Weapons Proliferation. Fort Detrick, Frederick, Md: US Army Medical Research Institute of Infectious Disease. 1993. Defense Nuclear Agency Report DNA-TR-92-116
6. Tomich N, ed. Medicine in the Gulf War. Policy and policymakers. US Med. 1991: 27:6ー8
7. Huxsoll DL. the nature and scope of the BW threat. Director's Series on Proliferation. 4.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University of California. 1994. Reprint UCRL-LR-114070-4
8. Abramowicz M, ed. Botulinum toxin for ocular muscle disorders. Med Lett. 1990: 32: 100-101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11/27 [16:3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