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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점을 알아야 활용과 대책이 가능하다
생물 무기 (Biological Warfare Agent) 파헤치기 (3)
 
예병일   기사입력  2003/03/18 [22:51]
한국에서는 자신의 불만을 불특정인에게 폭발시키는 바람에 지하철 화재가 일어났지만 이보다 앞서서 여의도 광장에서 자동차를 몰고 돌진한 사람도 있었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이미 발생하였다. 미국의 경우 오클라호마 주청사가 날아가기도 했고, 버스를 타고 돌진하는 일이 벌여졌는가 하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9.11 직후의 탄저균 배달사건도 일부의 경우는 불특정인에 대한 분풀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 2월 21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배달된 소포꾸러미에서 코브라가 나오는 일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이 소포를 받은 사람이 얼른 뚜껑을 닫아서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며, 길이 약 60cm인 이 코브라는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으로 보내진 후 폐사처리되었다. 경찰은 범인으로 예상되는 사람의 몽타주를 배포했으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한다.

피리 등을 불면 서서히 고개를 쳐드는 코브라는 잘못 물리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코브라가 가지고 있는 물질중 인체에 치명적인 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독은 뱀이 가지고 있는 독(snake venom)과는 다른 종류이며 이 두 가지 모두 독소작용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독소와 미생물은 성상이 분명히 다르기는 하지만 생물무기를 이야기할 때는 때에 따라서 함께 생각하기도 하고, 구분해서 생각하기도 해야 한다. 미생물 감염시 인체에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를 두가지 든다면 첫째는 미생물이 방출하는 물질이 인체에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 미생물이 기계적 또는 물리적으로 인체에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염성 병원체와 생물무기의 차이는?
  
1796년 영국의사 제너(Edward Jenner, 1749~1823)에 의하여 종두법이 발견되고, 19세기에 자연발생설을 부정한 미생물학의 아버지 프랑스의 파스퇴르(Louis Pasteur, 1812~1895)가 병원성 미생물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부터 이전까지 불치의 병이던 전염병에 대한 해결기미가 보이지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균학의 아버지 독일의 코흐(Robert Koch, 1843~1910, 190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가 세균학의 근본 원칙을 정립하면서 각종 질병에 대한 특정 병원성 세균을 검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20세기 동안의 의학 발전은 전염병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갔지만 또한 생물무기를 활용하려는 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약리학에서는 “인체에 득이 되는 약과 인체에 해가 되는 독은 단지 용량의 차이일 뿐이므로 사용하는 양에 따라서 병을 고치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병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마찬가지로 전염병과 생물무기는 종이 반장의 차이도 없는 유사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즉 전염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무기로 사용하면 생물무기가 되고, 생물무기에 의하여 질병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전염병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증가할수록 생물 무기연구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어 가는 셈이다.

질병은 인체를 고통과 공포에 빠뜨리게 하고, 인간사회의 행복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전염성 질병의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와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총, 대포 등의 재래식 무기는 물론 생물무기보다 활용가능성이 높고 영화 등에서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화학무기보다도 더 악의적으로 취급되곤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생물무기의 장점

우선 생물무기의 장점을 나열해 보겠다.
첫째, 한 동네에 전염병이 돌아도 감염되어 고생하는 사람과 멀쩡한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듯이 민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 치명적인 효과를 지닐 수 있고, 특히 일단 전파되기만 하면 유행지역의 사람들을 무능화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둘째, 미생물 작용제의 경우 일단 감염되면 감염된 사람들의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복제되면서 계속해서 무기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니고,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전파되므로 지역적인 집단에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셋째, 다른 무기와 비교할 때 생산비용이 적게 든다. 일예로 1969년에 UN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1 km2의 넓이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무기를 생산하는 데에는 불과 1 USD(미국 달러)밖에 들지 않지만 화학무기는 600 USD, 핵무기는 800 USD, 총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는 2000 USD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물론 물가상승 요인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 통계에 많은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생물무기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생산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넷째, 무기에 의하여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므로 전염병과 구별하기 어렵다. 즉 자연적으로 전염병이 전파된 것인지 상대방이 생물무기를 사용한 것인지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

다섯째, 생물무기의 대한 대비책(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의 최선이라 할 수 있는 조기에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생물무기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서로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별해야 할 질병이 많고, 특히 일부 작용제의 경우 잠복기가 아주 길어서 조기 진단이 더욱 어렵다.

여섯째, 재산과 물리적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손실없이 단지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단 일부 무기의 경우 가축이나 동물에도 손상을 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곱째, 대책을 세우기 어려우므로 방어하기가 어렵다. 명확한 위험에 처하기 전까지는 방어가 시작되지 않으며, 공격용 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방어체계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의학적으로 완벽한 대응이 가능한 백신이나 해독제, 적절한 약제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공격용 무기를 만드는 일이 훨씬 용이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장점은 때에 따라서 곧바로 단점이 된다. 적군과 아군이 바뀌는 순간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으며, 생물무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래와 같은 단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첫째, 적군에게 위험한 생물무기는 공격자에게도 위험하며, 치명적인 무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려면 예방백신 등을 미리 투여받은 후 사용해야 하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의 미군들중 주한미군을 포함한 일부는 이미 탄저균 예방백신을 투여받았지만 이것은 혹시 적군이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투여받은 것이며,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에서 백신과 생물무기의 상업적인 (물론 전쟁용으로도 응용 가능하다) 활용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아직까지 이와 같은 활용예는 상상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둘째, 일단 사용된 무기는 효과적으로 분산되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바람이나 다른 기상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실제 사용하기가 어렵다.

셋째, 미생물체는 온도, 햇빛, 건조 등의 환경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맑은 날이라면 자외선에 의하여 미생물체가 자연적으로 사멸될 수도 있다.

넷째, 아포를 형성하는 탄저균과 같이 특정한 무기는 주어진 환경에서 오랜 기간 생존 가능하므로 사람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영국의 경우 한 섬에서 1940년대에 탄저균을 이용한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50년이 지나도록 이 섬에 대한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킬 정도였다.  

다섯째, 사용 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무능화 효과를 일으킬 것인지 예상이 불가능하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수, 무기에 대한 노출 정도 등에 따라 효과가 좌우되므로 무기의 효과도 모르는 체 사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섯째, 잠복기가 길다는 것은 적의 대비책 마련이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전술적 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효용가능성이 낮은 무기중 한가지다

일곱째, 일반인들이 사용을 혐오하고 있다. 이것이 보기보다 큰 단점인데 일단 누군가가 생물무기를 사용했고 그 효과가 아주 치명적이라고 알려지는 순간 국제사회의 여론이 그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핵무기 사용 등의 극단적인 조치가 동의를 얻을 수 있으므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탄저균 테러 사건 이후 각종 언론매체들에 생물무기의 무서움에 대한 수많은 보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생물무기가 전쟁 또는 테러의 목적으로 사용된 예는 극히 드물고, 그것도 아주 소규모로만 사용된 것은 이와 같은 단점들이 사용을 가로막는 큰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학의 발전이 새로운 무기개발을 앞당길 수는 있겠지만 엽기적인 무기일수록 국제사회의 여론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정신나간 지도자가 죽기살기로 덤벼든다면 대책이 없겠지만 말이다.


[참고자료]
1.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handbook on the Medical Aspects of NBC defensive operations. A-Med P6, part 2, Biological. June 1992  
2. World Health Organization. Health Aspects of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Reports of a WHO Group Consaltants, Geneva, Switzland, WHO, 1970  
3. Huxsoll D, Patrick WC. Parrott C. Veterinary services in biological disasters. JAVMA, 1987: 190(6): 714-722
4. Angelo Salvucci Jr. Biological Terrorism, 2000
5. Patrick WC. Overview of Biological Warfare. Frederick Md: Oct 30, 1992; unpublished manuscript
6. 미군 Medical Research of Institute에서 발간한 텍스트북(http://chemdef.apgea.army.mil/textbook 에서 볼 수 있었으나 현재 접속 불가능)
7. Judith Miller 외. Germs: Biological Weapons and America's Secret War. Touchstone Book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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