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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출마 결심 "노선 뒷걸음질 막겠다!"
문재인·김두관·손학규 '한미FTA 유지-폐기 반대' 돌변, 강력 비판
 
취재부   기사입력  2012/06/22 [09:04]
 
"민주당 대선후보들, 자신감 없고 깃발 실종돼"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지도부 및 소속 국회의원 전원, 미국 오바마 대통령·상하원에게 "한미FTA 10개 독소조항 재협상 촉구 및 야당 대선 승리시 한미FTA 폐기" 공개서한 발송 (2012.2.8)       ©정동영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를 굳힌 상태에서 출마 시기와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상임고문은 21일 <한겨레>와 인터뷰(☞ 인터뷰 전문)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마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언제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주변에서 순서는 나중에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그 이유로 "지금은 민주당의 노선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먼저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FTA, 재벌개혁, 부자증세 공약이 증발하고, 종북이나 담합 같은 구시대 어젠다로 돌아갔다"며 최근 민주당 상황을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와 대선주자들이 당 정체성을 담은 진보적 강령에서 후퇴해, 중도 우클릭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민주당의 우클릭에) 저쪽(새누리당)은 얼마나 좋겠나. 이걸 돌려 놓아야 한다. 민주당 후보 경쟁 과정이 계기가 돼야 한다.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후보들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이라는 깃발이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게 한미FTA"라며 "슬글슬금 뒷걸음질 쳐서 아주 우습게 돼 있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난 뒤에 좌클릭을 해서 졌다는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의 당론은 첫째, 독소조항 제거를 요구해서 관철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거부하면 폐기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첫번째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두번째를 배수진으로 친 게 전당대회의 결의였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이 출범하면서 이를 최고당론으로 못을 박았다. 당론을 수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뒷걸음질을 쳤다"고 지적했다.
 
정 상임고문은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
 
문재인 "한미FTA 옳았다"‥김두관 "미국 빼고 할 수 있는 일 없다"
 
정 상임고문의 이 같은 비판과 분노는 최근 한미FTA 유지와 폐기 반대로 돌변한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어쨌든 한미FTA는 타결됐기 때문에 잘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무게 중심이 한미FTA 유지 쪽으로 돌아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7개월 전인 2011년 10월 24일 '나꼼수'에 출연해 "세상에 무슨 이런 조약이 다 있나. 참여정부 때 추진되고 타결됐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 비준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던 결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한술 더 떴다. 지난 5월 10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에 대단히 중요하다. 폐기론자는 한미 동맹과 상관없는 이슈라고 주장하지만 별로 와 닿지 않는 얘기다. 대한민국 처지에서는 미국을 빼고 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폐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미FTA 유지 쪽으로 돌변한 것도 문제지만, 발언 내용과 기조가 'MB의 발언인지, 친미사대주의자의 발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는 게 더 충격적이다.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19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4·11 총선 직전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주한 미대사관을 찾아가 한미FTA 폐기론을 편 것에 대해 "일부 세력의 목소리를 따라가면서 당론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해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TA는 세계적인 추세로 그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지킬 건 지키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폐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상임고문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동영 상임고문과 마찬가지로 독소조항들의 문제점을 강력 비판하면서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었다. 본래 한미FTA 찬성파였던 손 상임고문은 2010년 11월 민주당 대표 시절엔 한미FTA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다가, 4.11 총선 이후 다시 찬성파로 U턴한 것이다.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한미FTA 입장이 표변하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2011년) 12월 11일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한미FTA 비준안 무효화(폐기)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 결의안을 당론으로 공식 승계했다. 따라서 현재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당론은 '한미FTA 독소조항들의 제거를 위한 재재협상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미국 측이 이를 거부할 시 한미FTA 협정문 24.5조 2항을 발동해 한미FTA를 폐기한다'는 것으로 확고하게 정립이 된 상태다.
 
문·손·김의 한미FTA 자세로는 독소조항 절대 못 고쳐
 
정 상임고문이 이날 인터뷰에서 한미FTA 노선의 후퇴를 대표적으로 거론한 것은 문재인·손학규·김두관의 한미FTA 입장과 자세로는 폐기는커녕 독소조항조차 고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 협정문대로 24.5조 2항을 발동해 폐기하겠다'고 강하게 배수진을 쳐야 그나마 독소조항을 삭제할 협상력이 생기는데, 우리가 먼저 '폐기는 안 하겠다'고 선언해버리면 미국이 뭐가 아쉬워서 독소조항들을 삭제해주겠느냐 것이다. 임기 5년 내내 ISD 협상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정 상임고문은 또 일관되게 민주통합당이 한미FTA 추진·체결 원죄에 대해 깔끔하게 대국민 사과하고, 새누리당·보수언론의 말 바꾸기 프레임에 맞서 한미FTA 독소조항 등 실체를 가지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말 바꾸기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렸고, 비난이 거셌던 '한미FTA X맨'들을 대거 공천하면서 들불처럼 타오르던 한미FTA 반대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지지층을 크게 실망시켰다. 대표적 피해지역인 강원도, 경상남도 등 농촌지역에서조차 싹쓸이 참패를 당한 것은 한미FTA 전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게 한미FTA 반대 진영의 판단이다. 결국 민주통합당은 불과 한달 전 70%에 달했던 한미FTA 반대 여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압승이 예상됐던 총선을 거꾸로 새누리당에 과반수를 내주며 역전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정 상임고문이 '한미FTA 폐기 반대' 주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건, 향후 대선 과정에서 야권 후보들의 한미FTA 입장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예고편으로 보인다.
 
"민주당 총선 패배, 의제 실종 때문"
 
정 상임고문은 야당의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서도 "의제(어젠다)가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땐 '벤또(도시락의 일본말)가 천안함을 이겼다'고 할 정도로 도시락·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의제가 확실히 있었다. 포퓰리즘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여당과 선명하게 대비됐다. 국민들은 이 쪽 손을 들어줬다"며 "보편적 복지와 한미FTA가 같이 갈 수 있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총선을 민간인 사찰과 심판론으로만 치렀다. 전략의 실패이기도 하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정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그렇게 된 배경으로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이 얼마나 비명과 아우성으로 가득차 있고, 불안하고 엄중한지 피상적 이해에 머물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상임고문은 여당의 총선 전략에 대해 "굉장히 전략적이다. 우리의 어젠다를 빼앗아 갔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를 자기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고 평가한 뒤, "그런데도 우리가 너무 좌클릭했다, 중도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여당 닮은 꼴로 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라며 중도 우클릭 움직임을 재차 비판했다.
 
'팀 경쟁력=대선주자들로 새도우 캐비넷' 제안
 
그러나 정 상임고문은 "MB노믹스 5년은 실패했고, 일반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당연히 바꿔내고 싶은 열망이 크다"며 야당만 잘하면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상임고문은 야권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모든 대선후보들이 경쟁자들을 예비내각에 포함시켜 '집단적 리더십'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이겨야 한다"며 '대선주자들로 구성된 예비내각(새도우 캐비넷·shadow cabinet)'을 새롭게 제안했다. 정 상임고문은 향후 이해찬 대표와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자신의 이런 구상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교수를 포함해서 누가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경쟁 대선주자들을 각 전공 분야에 맞게 예비내각에 포함시켜 '팀 경쟁력'으로 박근혜의 독단적 리더십과 맞서야만, 야권이 단합된 힘으로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 상임고문을 이를 미국 링컨 내각의 '팀 오브 라이벌'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팀의 경쟁력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넘자, 팀으로 집권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야권에서 누가 최종 대선후보가 되든 전 세력이 단합하지 않고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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