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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자락에 서동요 울려퍼지다
[공연] 부여충남국악단의 가무악극으로 되살아난 <서동의 노래>
 
김영조   기사입력  2012/06/19 [09:44]
“善化公主主隱 (선화 공주님은)
他密只嫁良置古 (남몰래 정을 통해 두고)
薯童房乙 (서동방을)
夜矣卯乙抱遣去如 (밤에 몰래 안고 간다)”  
   
▲ 공연 중 서동과 선화공주가 사랑을 확인한다     © 부여충남국악단
▲ 공연에서 서동(오른쪽)을 놓고 맹달이 짓궂은 장난을 친다     © 부여충남국악단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백제 무왕이 지었다는 4구체 향가 <서동요(薯童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난 2005년에는 SBS에서 드라마로 선보이기도 했다. 부여충남국악단(음악감독 최경만)은 그 서동요를 <서동의 노래>라는 가무악으로 만들어 지난 2007년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벌써 5년, 이 가무악극은 6월 16일 밤 7시 30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라 서울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막이 열리자 우선 무대는 화려한 몸짓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의 춤판이 흐드러지게 펼쳐지는가 했더니 이내 무대는 풍물굿판이 되어버린다. 그러면서 풍물굿패의 자반뒤집기와 부포상모놀이 그리고 12발상모놀이는 순간 청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역시 우리 잔치에는 풍물굿이 없어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 백제 위덕왕의 상여 행렬, 상엿소리가 일품이었다     ©부여충남국악단
▲ 신라 조정에서는 신하들이 선화공주를 궁밖으로 내쫓으라고 한다     © 부여충남국악단

이어지는 위덕왕의 죽음 장면. 객석 쪽 출입문에서 시작된 상여 행렬은 장관이다. 그리고 장중하고 침울한 상엿소리가 장내에 그득한데 메기는 소리와 진혼가의 구음은 청중을 압도한다. 가무악이 진행되는 도중 출연자들이 직접 객석에 떡을 나누는 모습은 물론 중간에 화려한 칼춤이 삽입되고 신비스럽고 이국적인 춤의 도입과 함께 국악기 박을 활용한 춤도 청중을 극에 몰입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동의 노래>에서는 조연의 활약이 극을 더욱 알차게 만든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서동의 옆에 늘 붙어다니는 능청스러운 맹달은 극 내내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맹달이 청중들에게 “선화공주를 쫓아내라”고 계속 외쳐달라며 꼬드겨 성공한 대목은 청중이 단순히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출연진 속으로 끼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 박을 활용한 춤도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     © 부여충남국악단
▲ 화려하고 이국적인 춤도 효과적이었다.     © 부여충남국악단

가무악극 전체는 예전 올려진 것에 견주면 훨씬 짜임새가 있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무리 없는 극 전개는 연출자와 출연진의 부단한 노력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이날 공연을 본 도봉동에서 온 주부 한영희(47) 씨는 “가무악극을 별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좋은 공연이 있다 해서 왔다. 마당극과는 다르게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토종뮤지컬의 매력을 본 것 같아 기쁘다. 특히 최근엔 보기 어려운 상엿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또 자리를 같이한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은 “주요 배역의 소리 내공이 조금 모자라고, 도입부와 상여행렬 등 일부 장면이 지나치게 길며, 마지막 장면에서 임금으로 오르는 극 전개가 지나치게 빨라 아쉬웠다. 그럼에도, 서울 국악단에서도 하기 어려운 대형 가무악극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크게 칭찬해도 모자란다. 음악감독과 출연진 그리고 행정이 하나가 되어 멋진 무대를 꾸며준 것은 감동 그 자체이다.”라고 강조했다.
 
▲ 서동의 임금 등극     © 부여충남국악단
 
다만, 이 가무악극은 기자가 보기에 약간의 옥에 티가 발견되었다. 선명도가 떨어지는 무대 배경그림과 화려한 백성의 옷 그리고 고증되지 않은 신발은 오히려 극에 해가 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훌륭한 무대였음이 공연을 보고 가는 청중들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토종뮤지컬로 시도하여 5년 만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 든 가무악극 <서동의 노래>는 이제 확실한 부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강국”을 원하셨는데 “문화도시”를 꿈꾸는 지방자치단체는 부여군의 <서동의 노래>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올 법하다. <서동의 노래>는 기자에게도 모처럼 가뭄 끝에 후련한 한줄기 소나기 같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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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6/19 [09: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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