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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총선'… 공약은 실종, 정치공방만 되풀이
유세장서 공약 대신 공방만 난무…매니페스토 운동 무색
 
장미   기사입력  2008/04/02 [08:51]
18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의 유력후보로 출마한 A씨. 그의 하루는 지하철 역 출근인사로 시작된다. 지역내의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을 돌며 출근길 유권자들을 향해 90도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넨다.
 
출근인사가 끝나면 그는 30분 간격으로 시간을 쪼개 지역구 순방에 나선다. 지역순방이라고 하지만 공약을 설명하거나 유권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아니다. 차에서 내려서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것이 전부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의 일정은 엇비슷하다.
 
18대 총선이 중반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유세현장에서는 막상 공약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선거 초반 후보들이 앞다투어 정책선거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그들의 '공약'은 들어볼 수도, 찾아볼 수도 없다.
 
○ '빈껍데기 유세' 유세장에서 들을 수 없는 우리 지역구 공약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요즘 표밭을 다지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유세차량을 타고 하루종일 지역구를 누빈다. 하지만 공약을 알리는데는 인색하다.
 
여당 후보들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표를 몰아 달라고, 야당 후보들은 '오만한 거대여당의 출현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을 찍어달라는 얘기만 한다. 지역구민들을 위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얼굴 알리기'나 '눈도장 찍기'에 몰두할 뿐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거나 주민들의 건의에 귀기울이는 후보는 드물다.
 
○ 출마자들의 '빈껍데기' 홈페이지
 
후보들의 공약을 현장에서 들을 수 없다면 그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후보자들의 홈페이지는 '21세기는 디지털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에서 출마한 유력후보 A씨는 공천을 전후해 미니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급조한 그의 미니 홈페이지에는 홍보 영상과 사진만이 가득할 뿐 공약은 전혀 없다.
 
또다른 유력후보 B씨의 홈페이지에는 과거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내용만이 가득할 뿐 지역구 공약은 빈약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총선공약을 게시판에 올려놓기도 했다.
 
역시 유력후보인 C씨도 홈페이지에 정책자료실 메뉴까지 갖춰 놓았지만 지역구 공약은 허술했다. 역시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지역공약을 올려 놓았다.
 
이처럼 많은 후보들의 홈페이지에는 선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약이 빠져 있었다. 지난달 31일 현재 홈페이지에 공약이 올라와 있지 않은 후보들의 사무실에 문의해 본 결과 "미처 공약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곧 올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 유명무실한 정치포털사이트와 후보자 합동토론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포털사이트(http://epol.nec.go.kr)라는 곳을 통해 후보자들이 제출한 공약을 검색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이트가 있는지 알고 있는 유권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후보자들이 공약을 제출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아예 공약을 제출하지 않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들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해당 공약이 정말 필요한지,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 자세한 내용까지 제시한 후보들도 있지만 '백화점식'으로 공약을 나열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 공약이 실종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 노컷뉴스 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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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4/02 [08: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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