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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식민지형 가부장 총독부 개발주의자들
[비나리의 초록공명]미 의회 ‘일본군 위안부’ 결의문 채택에 드는 씁쓸함
 
우석훈   기사입력  2007/07/09 [14:43]
‘종군 위안부’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인데, 그냥 남성이라는 눈으로만 본다면 일본 남성이나 한국 남성이나 황당한 사람들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크게 보면 전쟁과 사회적 약자의 문제, 폭력적 가부장제의 문제, 그리고 '국가의 폭력'이라는 문제가 같이 섞여 있다는 것 같다.
 
일관된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참전의 경험이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남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자랑스럽게 떠들었던 그 강간사건들과 학살사건들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해야 할 것이라는게 내 상식이다. 친구 아버님이 베트남에 참전했던 장교였는데, 앨범에서 학살 현장 위에서 기념사진 찍은 걸 보고 고등학교 때 충격받았던 적이 있다.
기계적으로 등치할 일은 아니지만, 요즘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서 "도망가지 않는 처녀"들과 중매시키는 사업을 정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일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극우파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이 일본 극우파들의 카운터 파트너가 되는 우리 쪽 사람들은 그럼 갑자기 '양심적 시민세력'이란 말인가? ‘위안부’ 논의에는 정말로 인류 보편의 가치에 근거한 양심세력과 강성 쇼비니즘 추구세력들이 묘하게 혼재되어 있다. 위안부에 대해서 "일본 넘 나쁜 넘들"이라고 외친다고 해서 자신의 극우파 경향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일본과 한국의 이 해묵은 외교갈등의 문제가 어째서 미국 의회의 결의안 대상이 되는가라는 점이다. 답답해서 미국까지 찾아가게 된 것과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게 '풀뿌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난리치는 언론은 좀 이상하다.
 
아니, 미국 의회가 지금 제국의회야? 무슨 식민지 국가들끼리 벌어진 사안을 제국 의회에 올려서 중재와 심판을 받는 것처럼 움직이는가... 하긴 미국이 제국은 제국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독립국가들인데 제국 의회처럼 움직이고, 식민지 총독부 탄핵하는 것처럼 읍소하는 모습을 보면 좀 어색하다.
 
당장 출산률이 떨어져서 성장잠재력이 준다느니, 국력이 떨어진다느니, 여성부는 폐지해야 한다느니, 심지어는 공창제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그러는 사람들 보면 이 사람들이 단순 마초는 아니고 식민지형 가부장 총독부 개발주의자 등등, 매우 복잡한 수식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또 한쪽으로는 ‘종군 위안부’ 문제의 첫 단추가 되었던 이완용 같이 나라팔아 먹는 한미FTA의 몇몇 고급 공무원에 대해서는 훈장을 주어야 한다며 열광하는 이 모습은 참으로 기괴하며, 팀 버튼 영화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하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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