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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범여권 대통합' 논의의 기만성
[김영호 칼럼] 대통합이란 명분 말하기 전에 탈당한 까닭부터 자문하라
 
김영호   기사입력  2007/07/08 [11:33]

 열린우리당이 갈기갈기 찢어진 모습니다. 탈당행렬이 이어지더니 간판만 남은 꼴이다. 급조정당 열린우리당이 탄핵정국을 뚫고 2003년 4월 총선거에서 압승했다. 그 이변에 담긴 뜻도 모르고 100년 정당을 장담하더니 3년만에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 대선은 중반전에 접어들었고 선두에는 한나라당 주자끼리 각축하는 형국이다. 전열도 가다듬지 못한 이른바 범여권에는 주자만 무더기로 쏟아지는 희극을 연출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여전히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는 말, 말, 말을 뱉어낸다. 좌파 신자유주의자니 친미적 자주니 하더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라는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에 다 걸겠다는 기세다.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통째로 넘겨주겠다며 대연정을 외치더니 정체성 혼란이 어지럽기만 하다. 막료들은 권력중독에 걸렸는지 386이란 이력을 훈장처럼 뽐내며 독선을 자랑한다.   

 열린우리당에서 탈당사태가 일어났지만 출구가 없다. 옛 지도부가 대통합이란 걸개를 내걸고 반한나라당 세력을 구축하겠단다. 민주당에다 재야세력을 끌어 모으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이다. 그럼 열린우리당이란 허울을 왜 번거롭게 벗어 던졌는지 모르겠다. 제 자리에 앉아 민주당과 통합하고 몇몇 시민운동가나 영입하면 될 일을 말이다.

 대통합이란 명분을 말하기 전에 탈당한 까닭을 자문하라.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그 당의 간판으로는 정권 재창출은커녕 내년 4월 총선거에서도 참패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잇따른 완패는 민심이반을 말한다. 국정개혁이란 명제를 저버린 데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뒤늦게나마 그것을 깨달았으니 둥지를 박찼을 것이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일찍이 그 말로를 말했다. 국민의 박수를 받았던 개혁이란 기치를 슬그머니 '실용'이니 '쇄신'이니 하는 깃발로 바꾸어 들었다. 그 수사를 벗겨내면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는 정체가 드러난다. 이념적 좌표와 정치적 소신을 달리하는 세력이 혼재한 결과이다. 좌파정권 운운하던 한 무리가 친정인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호남의 지지기반에 기대면 여의도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정권까지 재창출한 민주당이 왜 몰락했을까? DJ의 가신들이 권력에 도취하여 돈 잔치를 벌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의 아들들도 뒤질세라 그 향연에 뛰어 들어 '홍3비리'라는 말까지 낳았다. 그 비리와 부정이 민주당을 두 동강내고 말았다. 4-13 총선에서 대들보마저 내려앉은 폐가가 되어 버렸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갈구하는 민의의 집결이 열린우리당에게 산사태 같은 압승을 안겨줬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열린우리당이 국정실패가 이어져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몰라라했다. 닫힌우리당의 모습이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소생하는 길을 텄다. 자칫하다가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빛 바랜 간판이 여의도로 가는 길을 막을지도 모를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가출했던 한 무리가 되돌아가니 '도로 민주당'이 태어났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재탄생의 산파역을 맡은 꼴이다. 

 내연하던 친노파와 반노파의 갈등이 표면화했다. 절을 보기 싫어하던 무리가 짐을 쌌다. 아직은 친노파가 잔류하는 형세이다. 통합조건으로 친노파 배제론이 거론되는 듯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이다. 대통령을 만들려면 머릿수를 늘려야 승산이 크다는 계산일 것이다. 어제의 전사들을 다시 긁어모아야 한다는 게 이른바 대통합론이다. '도로 열린우리당'을 만들자는 소리나 진배없다.    

 그런데 돌아가는 풍세를 보면 대통합이란 외피로 다시 포장한들 그 실체는 열린우리당과 크게 다를 바 없을 듯하다. 국민이 바보가 아닌들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대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민심을 읽지 못한 그 같은 오판이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고공행진하는 지지율은 노무현 정권이 안겨준 반사이득이다.

 대통합을 운위하나 구심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세력규합에는 뜻이 없고 저마다 대망만 외치는 꼴이 가관이다. 이제 살길은 하나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정치적 이념과 소신을 공유하는 세력이 제3지대에서 만나야 한다. 먼저 국민에게 국정실패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결별할 세력과는 과감하게 갈라서야 한다. 그곳에서만 국민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제3정당의 출현이 가능하다.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정권창출을 노린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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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08 [11: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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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 2007/07/12 [21:19] 수정 | 삭제
  • 님의 표현 "막료들은 권력중독에 걸렸는지 386이란 이력을 훈장처럼 뽐내며 독선을 자랑한다."의 예를 한가지만 들려주시겠습니까?
    왜냐면 말에 어떤 관성이 붙은 것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