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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소동은 '스포츠 권력화' 현상
[비나리의 초록공명] 스포츠 쇼비니즘에 희생된 평창과 조수미의 귀곡성
 
우석훈   기사입력  2007/07/06 [01:22]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되던 날의 소묘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하기를 바랬던 것은 아니다.

아마 이번에 공개적으로 개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 두 사람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연초에 강릉에서 며칠 보낼 기회가 있었는데, 강릉 시민들 전부 경포대에 모여서 궐기대회 하자는 엄청난 현수막을 보면서 처음 요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내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었었다.

그나저나 푸틴이나 노무현이나 추했던 것은 마찬가지이고, 소치나 평창이나 스포츠 쇼비니즘의 현 주소가 너무 적나라했다.

그래도 지금 활동하는 경제학자 중에서는 내가 스포츠에 관한 분석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림픽의 아마추어 정신을 나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도저히 왜 이 하계올림픽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동계 올림픽에 후보지 국가의 정상이 세 명이나 모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추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고, 세계적으로 뭔가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내 기억으로 작크 로게는 올림픽 경기대회의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김운용을 꺾고 IOC 위원장으로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영원한 위원장일 것 같은 사마란치 시절보다 오히려 더 광란의 난리 부르스가 펼쳐지는 셈이다.

어쨌든... 난리도 아니었다.

지난 번에는 결국 내부의 적을 찾는다고 난리가 벌어졌고, 역시 영원한 태권도의 황제일 것 같은 김운용이 그 사건으로 감옥에 갔다. 스포츠가 국제적으로 권력은 너무 큰 권력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스포츠가 덴마크 여자 핸드볼과 흑진주라고 불렸던 수리아 보날리의 등장 이후로 여자 피겨였었다. 그리고 곧이어 미셸 콴이 주니어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수년동안 여자 피겨 스케이팅을 즐겁게 보았고, 너무 좋아해서 피겨에 대한 책도 한 권 쓸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유학 끝나고 돌아왔던 10년 전 내 글에는 피겨 스케이트에 대한 비유가 아주 많이 등장했었다. 

공교롭게 며칠 전부터 우리나라 핸드볼 대표팀과 김연아의 차이점에 대해서 간단한 비교표를 만들어봤는데, 차이점 몇 가지가 드러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난 아직도 미셸 콴의 멋진 트리플 엑셀을 가슴에 기억하고 있고, 안도 미키가 얼마나 큰 선수로 성장하게 될지 지켜보는 중이다. 안도 미키의 코치가 미셸 콴의 코치인데, 그 예술성에 반했다고 한다. 김연아도 그런 멋진 선수로 자라나기를 기대했었는데, 너무 일찍 극우파 심볼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다.
 
똑같이 비인기 종목인데,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에는 마이너의 감성과 배고픈 설움이 뚝뚝 묻어나고, 응원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 같은 비인기 종목인데 김연아는 왜 이렇게 금방 극우파 심볼이 되어버린 차이점이 뭐인지를 곰곰 생각해보는 중이다. 
 

안도 미키는 극우파는 아니고, 사회주의 소비에트 시절의 러시아 피겨 선수들도 극우파 상징은 아니었다. 백인과 흑인 사이의 묘한 갈등에 '황화론'을 연상하게 하는 황인종의 약진 속에서 약간의 인종적 갈등이 여자 피겨에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겨는 아름다움에 대한 스포츠답게 한 번도 극우파 코드로 전락한 적은 없는데, 그래서 김연아의 변화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고, 조심스럽게 분석해보는 중이다.
 
그나저나 평창 프리젠테이션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귀곡성은 조수미 목소리인 것 같다. 월드컵에 울려퍼졌던 귀곡성 이후로 조수미의 귀곡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히 극우파 찬가로 자리잡은 것 같다. 독일의 극우파들은 바그너의 마에스터 징어의 테너를 배경음으로 많이 사용했었는데, 왜 우리나라 극우파들은 조수미의 소프라노 귀곡성에 그렇게 넋을 놓게 되었는지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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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06 [01: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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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소졸 2007/07/06 [12:16] 수정 | 삭제
  •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힘, 그리고 그 귀결점을 보라..
    피겨 선수가 나와서 대한민국이 작은 나라 운운 할때, 이미 그 지향점은 보편적으로 움직이고 잇다는 것이다. 광고 카피라는 것이 그 사회의 저열한 욕망의 총화이니까... 생각은 각자의 몫, 눈을 좀 맑게 가지길...
  • zz 2007/07/06 [10:42] 수정 | 삭제
  • 무명소졸, 1/하하하하....그냥 웃지요....
    '나는 한번도 대한민국이 작은나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 김연아가 말하는 국민은행 광고카피....하하하하.....
    그 광고카피 보면서 나는 이런 패러디를 하지....'나는 한번도 국민은행이 대한민국 은행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ㅋㅋㅋ
    그냥 웃어들 넘기삼....뭐 그런 것 가지고 극우코드가 어쩌고 극우심볼이 어쩌고...읽으라고 건네준 은행 광고카피 하나 읊은 것 가지고 왜들 이렇게 호들갑이시람....결론적으로 김연아를 두고 극우 어쩌고 하는 건 넌센스요 오버라는 얘기....got it?^^
  • 1 2007/07/06 [10:05] 수정 | 삭제
  • 아직 김연아는 현명한 것 같다.이전에도 김연아같은 인물이 몇 명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너무 쉽게 몰락했지만,아직 김연아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안도 미키같은 선수는 순전히 주관적 문제다.만약 진짜 골수 극우파라면 러시아 피겨선수도 빨갱이처럼 보였을수도 있다.
    기다려 보자.어차피 김연아가 이런 정치적인것까지 강담할수 없는 위치라면 그냥 기다리는게 상책이다.
  • 무명소졸 2007/07/06 [09:36] 수정 | 삭제
  • TV에 나와서 대한민국이 좁다고 한번도 생각 안한다잖아.
    아 물론 광고 카피지만, 김연아를 통해-다른 CF 광고도 같은 맥락으로- 우리 사회 극우코드의 주사기로 변신하는 것.. 그런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지. 림수경이 통일의 꽃으로 치환됐듯이...
  • zz 2007/07/06 [02:12] 수정 | 삭제
  • 안도 마키가 아니고 안도 미키....
    안도 미키의 예술성에 반했다는 건 좀 뜨악한 얘기...안도 미키, 아사다 마오 등 일본 여자피겨선수들은 점프위주의 테크니션들이라서 예술성은 별로 돋보이지 않음...현재로선 김연아 보다 예술성에서 한 수 아래...
    김연아가 극우파 심볼이 되었다는 얘기 역시 쌩뚱맞은데....김연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는 그의 개인적 스타성(실력, 외모, 기질, 아우라, 열악한 환경 극복)에 다분히 기인한 것임....따라서 여자핸드볼팀과의 차이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는 것도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그리고 김연아는 어린 나이임에도 자기 피겨세계 구축에 대한 성숙한 '철학'을 이미 갖고 있어서(인터뷰에 드러나 있음) 외부의 심볼 놀이에 영향 받을 것 같지도 않음....우박사 논리대로라면 수영스타 박태환도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극우심볼화 어쩌고 딱지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비약이 심한 것 같음....그렇게 따지면 가수 비나 축구선수 박지성, 야구선수 이승엽 등과 같은 스타들을 두고도 극우심볼 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글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