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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의 팔등신은 교육개혁
황철민감독, 영화는 작가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존중돼야
 
김철관   기사입력  2003/06/02 [19:34]
▲ 영화가 끝나고 영화 주인공 김동우 교수가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사립학교법 개정의 정당성을 인식하게 해준 다큐멘터리영화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감독 황철민, 독립영화협회 이사장)'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올초)에 이어 지난 5월31일부터 서울 안국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인디포럼2003 영화제(indie forum 2003)'에서도 인기리에 상영됐다.

6월1일 오후2시에 상영된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는 세종대학교 학내 비리문제 성찰을 통해 앞으로 사학재단이 가야할 방향과 교육개혁의 정당성을 제시해 준다.

세종대에서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김동우(조각가) 전 조소과 교수의 부당해고 1인시위 등에 초점을 맞춰지만 크게보면 세종대 재단 이사장의 독주와 횡포에 시름하는 교권과 교수자율권 등의 파괴를 다루고있다.

[관련기사]
김철관, 교권투쟁이라기보다 인권투쟁입니다, 대자보 100호

바로 우리사회 사학재단의 모순된 자화상을 통해 뼈저린 교육(사학)개혁의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부분이기도하다.

[세종대학교 영화과 학생들이 교수충원과 기자재 확보를 위한 투쟁을 벌인다. 서툴러 보이지만 이들의 투쟁은 너무 당연한 요구였다. 작은 부분을 얻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여러 교육현안을 그대로 둔채 당시 영화과 교수였던 황철민 감독은 번뇌와 고통 속에 학교를 떠난다.(영화를 통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점에서 황 감독과 함께 재직했던 조각가 김동우 교수가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사건이 벌어진다. 재단이사장의 의뢰로 만든 조각상이 이사장이 원하던 팔등신이 아니라는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반발한 김동우 교수는 학교 정문 앞 1인시위를 통해 재단측과 외로운 싸움을 전개하게 되는데...]


이날 영화가 끝나고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를 제작한 황철민 감독과 세종대에서 재임용에 탈락한 영화속의 주인공, 김동우 전 조소과 교수가 함께 나와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관객들에게 영화와 관련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날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영화가 '우울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 영화가 우울한 감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 일면에 되새기지 않아야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대학교육의 모순된 현실입니다. 특히 사학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느낍니다."(황철민 감독)

"제가 선택한 영화 배경음악이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 들지만 희망을 암시한 곡입니다. 불란서 음악이기 때문에 가사 해석의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한마디로 이 가사속의 내용을 압축하면 제로(0)에서 희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김동우 교수)


이날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황철민 감독은 "김동우 교수는 현재도 계속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아직 세종대 민주화와 김동우 교수의 복직 문제가 반전되지 않아 안타깝다. 하지만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신화'가 우리한테 진리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어째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그래서 제자들이 참여해 2편(후속편)을 찍고 있다. 얼마전 세종대가 교수들에게 800만원씩 연봉을 올렸다. 교수 및 교직원 상당수를 승진시켰다. 세종대는 나름대로 손해본 상황이다. 김동우 교수가 세종대 교수 연봉을 올리는데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힘이다.

'인권을 지키고 교권을 지키는 투쟁이 이 만큼 변화를 가져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연봉과 승진을 한 교수들이 이사장에게 고맙다고 하는 생각이 문제다. 어째든 교직원 복지향상에 뜻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 성과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동우 교수는 "1년이 넘게 1인시위를 진행했다. 횟수로 생각하면 수 백회가 된 셈이다. 황철민 감독과 똑같이 4년간 학교생활을 하고 떠났다. 세종대학이 바뀔 때까지 싸우겠다. 복직이 목적이 아니다. 세종대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장이 강의내용에 대해 간섭하는 등 교수자율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조각가로서 지난 1년 동안 거의 창작 작업을 못했다. 지금까지 1년간 매일 1인시위를 진행해 왔지만 이제 월요일과 수요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1인시위를 하고 예술가로서 작품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투쟁을 거치면서 나의 작품세계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든 황철민 감독은 세종대 영화학과 교수를 지냈고, 베를린 독일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했다. 독립영화 FUCK HAMLET(1997), 그녀의 핸드폰(2000), 푸른하늘 은하수(2000), 삶은 달걀(2001) 옥천전투(2001)을 제작했고 우리사회 존재했던 프락치의 인간적 고뇌와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 '프락치(가칭, 2003년 후반 상영 예정 중)'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초 독립영화협회 제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영화 속 주인공 김동우 교수는 세종대 해직교수로 조각 예술가다. 권진규 선생의 사사로 이태리 까라라 국립 미술학교를 졸업, 개인전 7회(현대 화랑 전속), Basel Art Fair, Paris Fiac 등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지난 5월3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가족오락(家族5樂)그룹전시회에 가족 조각상 4점을 전시하기도 했다.

한편, 독립영화 축제 '인디포럼2003 영화제' 슬로건은 散點(산점-시각의 다양성)이다. 한마디로 '의미의 비종속성'을 말한다. 영화의 의미가 의도되지 않는 결과물로 표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지적 절대자인 감독이 가공해 생산한 영화가 아니라 감독에 의해 던져진 해답이 보이지 않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영화의 의미는 해석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영화는 현상을 날 것 그대로, 사물 그 자체로, 가능케 한 것이다. 한미디로 요약하자면 흐름을 반영한 작가주의적 영화제다. 지난 31일부터 오는 6월8일까지 열릴 인니포럼2003 영화제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는 오는 5일 오후 8시 이곳 영화제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영화는 작가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존중돼야
제2대 (사)독립영화협회 황철민 이사장 인터뷰


http://jabo.co.kr/zboard/
▲ 독립영화협회 황철민 이사장
다큐멘터리 영화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를 제작한 황철민 감독을 '인디포럼2003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를 만났다.

황철민 감독은 4년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독립영화협회 김동원(감독) 초대 이사장에 이어 지난 3월초 2대 독립영화협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를 먼저 화두로 던졌다.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이번 인디포럼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물론 비디오 CD를 제작해 여러 개인과 단체에도 보내기도 했지요. 영화를 통해 교육개혁에 대한 담론의 장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독립영화 선배로서 영화에 대한 철학적 부분에 대한 조언하는 자리가 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법적으로는 오는 7월, 법인 등록이 돼야 정식 이사장이지요. 하지만 지난 3월초부터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동원 이사장이 기초를 다지는데 너무 고생을 많이 해 터전을 확실히 잡은 것 같습니다. 특히 독립영화협회 실무자들이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 실무분야는 이들의에 자율성에 맡기기로 하고 철학적 부분에서 조금 조언을 할까합니다."

독립영화협회가 출범한 계기에 대해 나름대로 그는 설명했다. "사단법인으로 독립영화협회가 출범하기 훨씬 전인 80년 이후, 한국사회 격변과정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에 대안 미디어로서 독립영화인들이 그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80년 이후 한국사회 민주화 와 헐리웃 등 군사 문화의 종속현상, 문화 편향성 등의 문제 의식을 갖고 독립영화인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게 됐지요. 이런 토대위에 독립영화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지요."

그는 앞으로 독립영화협회는 전체 독립영화인들의 우산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독립영화협회 탄생과정은 한국사회 민주화 요구에서 비롯된 비주류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제 독립영화인들의 역할이 커져 한국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뿌리 역할을 해야합니다. 21세기 디지털 문화영역에서 독립영화인들의 활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시민들이 영화에 대해 일방적 소비자역할에서 생산자로서 탈바꿈이 필요합니다. 영화에 관심있는 잠재적 시민들이 값싸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영화를 만들어 가야합니다. 이렇게 되면 바로 35미리 기존 영화가 비주류가 되고 독립영화가 주류로서 영상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립영화인들이 주류의식을 갖고 역할을 할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디포럼 영화제와 다른 영화제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이곳에서 상영된 독립영화 기존인습과 고정관념을 깬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제처럼 프로그래머들이 자기들의 취향에 맞는 영화들을 선정해 상영하기보다는 흐름을 반영해 작가위주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인디포럼 영화제의 특징이지요.

좀더 작가들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상품화됐다고 할까요. 이전 인디포럼 영화제에 상영된 영화 작가들의 모임인 상임작가들이 모여 긴 논의 끝에 다음 영화제 슬로건을 잡습니다. 이번 영화제 슬로건 '散點(산점)'도 상임작가들의 의견이 집약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황 감독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후진적인 것이 문화와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사회의 당면과제는 후진적이고 식민지분야인 문화와 교육을 제대로 활성화시키는 일입니다. 교육자의 열정을 짓밟고 변질시키고 비인간적인 곳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특히 대학교육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화도 할리웃 종속, 편향 등에 대항에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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