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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정의장은 창당초심 훼손, 탈당하라"
정의장 측 반영남 연대는 창당 초심 폐기, 권력유지 위한 꼼수 강력비판
 
심승우   기사입력  2006/05/28 [22:28]
우리당의 최고위원이자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온 김두관 최고위원이 정동영 당의장의 책임을 물으며 사실상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직접적인 명분은 당의장으로서 창당 초심을 훼손하면서까지 권력유지를 위한 꼼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당의장 경선 과정에서 김근태 지지모임과 만난 자리에서 김근태-김두관 개혁연대 필요성을 주창하고 있는 김두관 최고위원.     © 이슈아이


사실, 며칠전 정의장의 반한나라당 대연합 발언이 있기 전만 해도 지방선거 이전에 설마 지도부 책임론 및 정의장 사퇴론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지방선거 이전 책임론 등장 가능성? 회의적인 분위기

그만큼, 가뜩이나 지방선거 참패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책임론 공방은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했던 것이다. 당내에서는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설마 책임론이 제기되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불을 지핀 것은 정의장이었다. 정의장이야 민주당과의 통합을 바라는 호남 유권자의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 반한나라당 연합론'을 제기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물밑에서 끓고 있는 책임론 및 정개개편 목소리에 '분출구'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정의장의 발언에 대한 전면적인 반발은 친노세력측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정무특보가 "정계 개편이나 합당 발언 등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꼼수'로 읽혀지며 국민의 회초리를 피하려는 술책"이라는 비판은 차라리 '양반'에 가까웠다.

28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김두관 최고위원의 메가톤급 사퇴론 요구가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김두관 이날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당의 창당 초심인 전국정당과 개혁정당의 꿈을 실현키 위해 현장에서 피눈물을 쏟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당을 이렇게 만들고도 책임질 줄 모르고, 당을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사사로이 농락하는 사람들은 정계개편을 말하기에 앞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당을 이지경으로 만들고도 정치적 장래를 위해 당을 농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어 김두관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투표일 전까지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하길 요구"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의 정의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날선 공방은 계속되었다. 김 위원은 "온갖 정계개편의 시나리오가 구차하게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정의장이 제기한 민주당 통합 논의 등은 "정치가 사욕을 채우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역사"라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김 최고위원은 "중앙당이 주도하는 지금의 정계개편은 우리당의 미래가 아니"며 "우리당이 극복해야할 구태의 역사이며, 퇴보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구시대 낡은 사고로 끊임없이 우리당의 창당초심을 훼손하는 사람과 세력은 더 이상 우리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정의장의 사퇴 및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김 위원은 "변명이 필요 없다. 우리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은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한 목소리로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위원은 현재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지도부는 원인 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당 주류당권파로서 정의장이 주창한 실용주의 노선에 그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실용주의로 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은 당을 떠나라

김 위원은 "전국정당, 개혁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당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개혁 과제를 추진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만병통치약 실용주의가 개혁의 순간마다 발목을 잡아 우리당의 정체성을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김 위원은 이러한 실용주의 이념노선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정체성을 구별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강조하면서 "당연히 개혁을 바랬던 지지층도, 서민층도 우리당을 지지해야 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무능한 정당으로 만든 당내 세력들이 "창당초심은 간 데 없고 통합만이 살 길이라 주장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정계개편 논의는 한 번 더 민의를 왜곡 배반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꼼수이고 퇴행이자 추태"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은 "우리당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과 세력이 선거 후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어이가 없다"고 더욱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 위원은 "어제까지 사과박스에 돈 담아서 선거를 치르는 정당을 맹렬히 비난해 놓고, 선거 상황이 불리하면 통합의 대상이 되는 몰염치가 어디 있냐"고 반문하면서 정의장의 무원칙한 통합론을 재차 비판했다.

김 위원의 기자회견은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혁신에 대한 요구로 마무리되었다. 김 위원은 "과반의 힘을 갖고서도 개혁을 하지 못했다면 이는 당의 지도자나 당을 책임진 세력이 정말 무능하거나, 개혁의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재차 못 박으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지역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일은 더욱 있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무능과 개혁철학 부재한 당 지도자와 당권파

김 위원은 정의장을 직접적으로 겨냥, "그토록 극복하고자 하였던 구태 지역주의 정당에 투항하거나 구걸하는 참상은 국민의 믿음과 염원에 대한 배신이며, 권력을 위해 개혁을 팔았다는 비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정치공학적인 분석을 별개로 한다면, 이날 김 최고위원의 비난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개혁성 후퇴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깜박이는 좌측을 켜놓고 실질적으로는 우측으로 진행하는" 참여정부 및 우리당의 정체성 혼란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좌측 깜박이 때문에 보수우파 세력으로부터는 '좌파'세력이라 비판받고, 실질적으로는 우파적 정책 추진 때문에 진보세력은 등을 돌렸다는 분석인 것이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의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있고 진정성을 갖는다고 할지라도, 오직 이 이유만으로 선거를 불과 2일 앞둔 시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장 사퇴 및 탈당까지 요구한 것이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즉, 김두관 최고위원의 이러한 강한 요구에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으리라는 것이다. 김 위원측이나 친노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정의장의 대연합론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즉, 주류당권파로서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할지라도 이에 대한 정의장이나 당권파의 책임을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면서,  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정의장측을 중심으로 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현실적 대세론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대안부재론과 현실적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분위기 형성이라는 시각이다.

김두관 위원의 정의장 사퇴론 요구, 진정성+정치공학적 계산
 
또한, 여기에다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왔듯이,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정의장 책임론 보다는 노 대통령의 실정이라는 논리를 제시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사퇴를 하더라도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한다기 보다는 노 대통령의 실정 및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일종의 재기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도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의장 계열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지지율 하락 및 지방선거 참패가 왜 우리 책임 뿐이냐. 불가피한 측면이 더 크고 노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 파문 등에도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불만도 표출해 왔다. 

또한 이날 김 위원측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반감과 유감, 불쾌감이 지배적이다. 친정동영계 의원을 중심으로“지금은 서로를 격려하며 최선을 다할 때인데 김위원의 발언은 유감스럽고 경솔한 행동" "기본이 안된 행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하필 왜 이 때, 당의장은 대연합론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키느냐"는 동반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미 김근태 최고위원측도 정의장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 평가한 바 있다. 정의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으며 정의장측은 김두관 최고위원과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여러 사정으로 통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반영남 연대론은 탈당을 불사하고라도 반드시 막아 내겠다?

이러한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김 위원측이 당의장 탈당 요구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발언에는 역시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한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즉, 권력유지를 시도하려는 정의장의 의도를 차단하고 새로운 주류세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 중진 중심으로 넓게 퍼져있는 반영남 연대론을 전면에 들고 나올 경우,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친노직계 세력이 사실상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과 함께 지역주의 정당구조 폐기를 절대신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친노직계 의원들로서는 호남출신의 정동영 의장을 통해 설사 정권 창출에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큰 역사적 의미는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영남 대 비영남 구도로 진행된 결과로서 얻는 승리는 지역주의 고착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연정까지 제기하면서 '지역주의 극복을 필생의 과제'로 제시한 노 대통령의 시각과 맞물리는 주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친노직계 세력으로서는 이념적 지향과 정권 재창출 목표가 확연히 다른 정의장의 권력 유지 의도를 반드시 차단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김 위원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특보의 '꼼수 발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친노직계  세력들로서는 호남출신인 정동영 의장이나 고전 전 총리보다는 차라리 경기출신인 김근태 최고위원, 혹은 가능성은 적지만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총리, 이해찬 전 총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정동영 대신 다른 대선후보 카드론 준비하는 친노직계
 
만약, 민주당 합당 등을 통한 반영남 반한나라 연합노선이 우리당 주류의 대세로 형성되게 된다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로 탈당 등의 방법을 통해 유시민 장관이나 김두관 최고위원을 대선후보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사실, 친노직계 세력에게 무조건적인 반영남 연대론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제거시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친노직계 세력의 의도와는 별개로, 지방선거 이후 우리당의 역학구도는 대단히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다. 기본적으로 친노-반노의 대립 구도 속에서 친노 의원들과 정의장측 의원들간의 전면적인 공방이 예상된다. 여기에, 오늘 김 위원의 주장에서 확연하게 나타난 것처럼, 실용 대 개혁 논쟁도 다시 전면에 등장에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노의원들의 입장과 별개로, 김근태 최고위원측 개혁파 의원들은 지방선거 이후 신자유주의 비판과 대안 제시를 당의 노선 투쟁에 올려놓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 상태이다.
 
이런 대립구도 속에서 대선승리 전술로서 반한나라, 반영남권 연대론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찬반 논쟁 보다는 주도권 다툼까지 첨가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노 대통령의 탈당 및 친노직계 의원들의 행보, 김근태 최고위원측의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반노, 실용-개혁, 노 대통령 탈당 여부, GT계와 김두관 위원측의 공조 등 변수 많아
 
특히, 김근태 최고위원측은 내부적으로 지방선거 이후의 행보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개혁성 강화를 위해 김근태 최고위원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냐 아니면 정의장과 함께 책임을 지고 지도부에서 일단 후퇴를 할 것이냐는 놓고 명분과 실리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의장 패배 이후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자제하고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 최고위원의 책임은 공천권을 절대적으로 행사해온 정의장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정의장이 사퇴할 경우, 김근태 최고위원이 대안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경선 과정에서 범양심세력 대연합을 통해 지방선거 참패를 막아야 한다는 김 의원의 '절박한 호소'가 지방선거 완패를 계기로 당내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연대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정의장이 막판에 연대론을 들고 나온 것보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던 김 위원이 적임자라는 평가도 일고 있다.
 
더구나, 김 위원은 정의장에 비해 김두관 최고위원측의 거부감도 덜할 뿐더러 '개혁원칙'을 유지하면서 대연합을 추구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당의장 경선에서도 '민주당만과의 통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역주의 정당으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당시 대연합를 강하게 반대했던 김두관 최고위원 조차 지난 경선과정에서 김 위원의 대연합에 대한 평가에 대해 "진정성과 원칙이 있는 대연합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온건한 의사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오늘 기자회견을 한 김두관 의원의 실용주의 비판 부분은  지난 경선과정에서 "개혁정당으로서 우리당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온 실용주의 당 노선이 야기한 무원칙과 혼선이 집권당의 오만과 자만으로 비쳐졌다"면서 당권파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김근태 최고위원의 주장과도 상당 부분 겹치는 내용이 많다.
 
이처럼 지난 당의장 경선에서 '바꾸면 이긴다'를 모토로 우리당 내 범개혁 연대전선을 형성했던 김근태-김두관 측의 공조 가능성 여부, 아울러 주류파로서 당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정동영 의장측의 필사적인 수성 투쟁도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고건 전 총리의 운신 및 입장은 정계개편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기사제공 : 이슈아이 (www.issu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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