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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을 앞둔 3당 입장
 
장신기   기사입력  2002/03/18 [14:20]

{IMAGE1_LEFT}정계 개편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과 제3세력이 모여 신당을 창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다가 최근에 국민회의는 새 인물을 대거 영입하여 독자적으로 국민회의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우선적으로는 방향 전환을 한 것 같다.

이에 대응하여 한나라당도 새 인물을 영입하여 새로운 지도력을 창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제도권 정치 세력의 움직임에 못지 않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 경남권을 중심으로 한 구 민주계의 정치적 부활을 시도하고 있고 5공 세력들도 조직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개별적인 활동은 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바야흐로 정치권의 대격동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개혁의 욕구가 높고 성과가 나오는 것도 미흡한 것도 있는 상황이지만 정치 분야는 개혁이 가장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로서 많은 사람들의 불신과 지탄의 대상인 것이 사실이다.

위와 같은 현실에서 정치권이 신당 창당과 같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재의 정치 구도가 국민들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새 천년을 앞둔 시점에서 어차피 한 번 사회적 관심을 모아서 바람직한 정치 질서에 대한 논의는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계 개편 논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구질서에 대한 많은 문제점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볼 때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과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질서를 창조하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국민회의를 보자. 국민회의는 주로 재야 시민 단체에 있는 명망가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주로 비판적지지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 재야 시민 단체 인사들을 받아들여 개혁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야 시민단체에 대한 접근법이 기존 정치 세력으로의 흡수라는 고전적인 문제점이 그대로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구체화된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민 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을 공유한다는 생각보다 기존 정치권이 이끈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국민회의나 재야 시민 운동가들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자민련을 보자. 자민련은 내각제에 대한 김 종필 총리의 언급 이후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정계 개편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민련은 합리적 보수를 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과연 자민련이 국민들에게 합리적 보수라는 시각으로 21세기를 앞둔 우리의 현실에 대한 비젼을 뚜렷하게 제시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합리적 보수라는 것이 자기 규정으로만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에 자민련은 이 점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막연하게 총선에 임한다면 자민련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민련이 갖는 사회적 지도력을 고려해 볼 때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위와 같은 여권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한나라당 역시 정계 개편에 주체적으로 행동하기로 하였다. 이제까지 주로 여권의 야당 의원 빼가기에 대항한 것과 같은 수세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신진 인사를 받아들여 당의 면모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한나라당은 전통적인 보수 세력의 맥을 잊는 정당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순 구조가 응집되어 발생한 IMF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구질서의 적폐를 청산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전통적인 보수 세력의 미래상을 세우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한나라당은 건전한 보수 세력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오랜 기간 누적되어 있는 사회 구조적 적폐를 일소하는데 정치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치권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구질서를 먼저 청산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 정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있고 이에 대한 필요성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각 정치 세력들은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여 새 천년의 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의 움직임을 무조건 정치적 의도로서 이해하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새로운 정치 질서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올바른 자세라고 할 것이다.

* 본 글은 대자보 17호(1999.7.25)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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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18 [14: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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