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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국 정치에 대해서
 
장신기   기사입력  2002/03/18 [14:11]


1999년의 정치불안은 간단하게 약한 개혁 정권의 한계와 정권의 몇 몇 문제점의 발생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한 수구 세력들의 강화로 인한 정치 사회 전역의 불안이 한국 정치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 현재의 소모적인 정쟁을 넘어서서 주어진 책무를 다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서 진정한 새정치를 구현하는 길밖에 없다.


  
{IMAGE1_LEFT} 지난 일년 동안의 한국 정치는 사회의 여러 영역 중에서 가장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생산성의 측면에서도 기대 이하였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갈등을 원만하게 조율해야하는 정치권의 조정 능력에도 심각한 장애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문제점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그대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서도 정치 부분은 국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고 우리가 또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하게 인식하는 정치권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 정치권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는 상생의 정치가 아니라 상극의 정치다. 따라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의견 조율을 기본으로 하는 선진 정치 문화와는 거리가 먼 끝없는 갈등과 신경전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와 야가 서로 상대방을 정치적 동반자로서 생각하지 않고 투쟁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정치권의 반목을 지켜보면 상대 정치 세력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매우 적대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점을 제공한 세력을 무엇인가? 우리는 여기서 위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한국 정치 문화의 전반적인 문제점 더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의 격렬한 갈등 구조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그래서 정치만을 따로 생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구 기득권 세력들이 지난 시기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현재 김대중 정부의 약한 개혁 정책조차도 강하게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각 단체들이 국가 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현실에서 독소조항의 부분 개정만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의 약한 개혁 노력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의 개혁 정책에 있어서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악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약한 개혁 정부와 수구적인 의회라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현상이 우리 정치 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리고 국민회의 내부에서도 개혁에 대한 일관성있는 정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조그만한 반발에도 쉽게 개혁 정책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민주화 관련 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의회가 도와주지 않아서 여러 개혁 과제들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지향점이 그다지 파격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한국 정치 사회의 보수적인 성향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흐름이 반드시 형성되어야만 한다. 그 형태가 국민회의가 추진 중인 신당이든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제2창당에 버금가는 자기 혁신의 노력이든 그 무엇이던간에 어떠한 형태로든 빠른 시일 내에 현실 정치의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


특히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있어서 국민회의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두 당의 태도는 건전한 보수 정치 세력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바라는 일반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며 이러한 정치적 입장 표현이 혹시나 과거 정권 시절의 문제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나 하는 의구심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폭로 위주의 정치 스타일과 지역 감정에 기대는 등의 선진 정치 구현과 거리가 먼 정치적 행동을 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파를 초월해서 개혁적인 정치인으로서 평가받는 이미경 이수인 두 의원을 당의 생각과 다른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 이유로 제명처리한 것은 한나라당이 개혁의 화두로 내세운 3김 정치 청산이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한다는 것을 한나라당은 명심해야 한다.


또한 국민회의와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옷로비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들과 대항하지 않고 쉽게 일을 처리했다면 이 사건 하나로 정권의 모든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옷로비 의혹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권의 적절하지 못하고 때 늦은 대응은 크게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또한 국민연금 파동과 교사 부족 현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치밀하지 못한 개혁 정책은 오히려 국민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정권 내부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도 문제가 있다. 언론 문건 사건에서 나타난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원만하지 못한 행동과 최근의 천용택 전국정원장의 부주의한 발언은 안정감있는 국정운영을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이 수구세력들의 입장을 강화시킬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혁의 장애 요소는 정권 내부에도 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약한 개혁 정권의 한계와 정권의 몇 몇 문제점의 발생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한 수구 세력들의 강화로 인한 정치 사회 전역의 불안이 한국 정치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 현재의 소모적인 정쟁을 넘어서서 주어진 책무를 다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서 진정한 새정치를 구현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가오는 총선에 부패하고 무능하고 반 개혁적인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인적 청산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여당이나 야당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일이며 건전한 보수 세력과 건전한 진보 세력이 서로 견제하는 구도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철저한 자기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에 걸맞는 선진 정치 구조의 확립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인적 청산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권의 개혁을 가로 막는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함께 개혁해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정과 부패는 정치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옷로비 의혹 사건에서 나타난 신동아 그룹의 이른바 음모론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다른 사회 각 영역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극복되어서 내년에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본 글은 대자보 29호(1999.12.29)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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