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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너무 좋아요”
눈만 보면 좋아서 뛰어다니는 우리 아이
 
박미경   기사입력  2005/01/19 [14:05]
울산 언양 지역에 오랜만에 내린 폭설로 이웃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대부분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나와 골목길에 쌓인 눈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을 위해 도로에 쌓인 눈을 쓰레받기에 담아 집 앞 가장자리에 모았습니다. 땀이 날 정도였지만 마음은 즐거웠습니다.
 
평소엔 춥다고 방안에서만 뒹굴던 아이도 하루종일 밖에서 놀았습니다. 눈사람을 만들고 친구들과 골목길을 뛰어다녔습니다.  
 
어두워질 때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은지야, 우리 옥상에 한번 올라가 볼래?"
"네, 당연히 좋지요."
 
옥상에 오르자마자, 아이는 신나서 어쩔 줄 모릅니다.
 
"엄마! 너무 좋다."
 
갑자기 옥상 한 가운데에 큰 대자로 벌러덩 누워버립니다.
 
"야, 너 머리 안 아프냐?"
"하나도 안 아파요. 엄마도 해보세요."
"엄만 조끼만 입어서 안 돼. 기분 좋으냐?"
"네. 너무 좋아요. 꼭 구름 위에 누운 것처럼 폭신해요."
 
아이는 쓰레받기로 눈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구경하다 너무 추워 그만 내려가자고 했으나 아이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슬리퍼만 신은 채 올라간 탓에 제 발은 이미 눈에 젖어 시리기 시작했지요.
 
하는 수없이 먼저 내려온 저는 고구마를 삶았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옥상에 올라가 봤더니 그새 눈을 많이 치웠더군요. 계속 놀고싶다는 아이를 겨우 달랜 뒤 방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는 고구마를 먹으면서도 연신 눈 얘기만 하며 입을 다물 줄 모르더군요.  하루종일 눈과 씨름하느라 힘들었나봅니다. 아이와 제가 고구마를 먹은 뒤 바로 뻗어버렸으니까요. 다음날까지 온 몸이 뻐근하더군요.
 
아이는 이틀동안이나 옥상에 올라가서 놀았습니다. 햇볕에 눈이 녹을 것을 우려해 전날 밤에 한쪽으로 모았던 눈을 다시 그늘진 곳으로 옮겨놓았더군요.
 
더욱 우스운 건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해 둔 것입니다. 여름에 꺼내서 놀겠다면서요. 새하얀 눈처럼 깨끗한 아이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오염되지 않길 바랍니다.
 
▲언양에 눈이 이렇게 많이 왔어요     © 박미경

 
▲우와! 눈 많다.     © 박미경

 
▲히야~ 구름위에 누운 기분~     © 박미경

 
▲쓰레받기로 눈을 치우기 시작하는 복둥이 은지.     ©박미경
 
▲아주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 박미경
 
▲눈침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미경
▲혹한 추위도 이기고 자라는 생명처럼 우리 아이도 강한아이로 자라길...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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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1/19 [14: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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