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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뒤 6자회담 안보협의체로 가능성 커
다자협의체 형식으로 발전, 한미일러 공감, 중국 북한 신중 유지
 
취재부   기사입력  2004/11/23 [14:57]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부터 이틀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 일본, 중국, 한국, 러시아 정상들과 차례로 가진 개별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집중 논의한 뒤, 오후에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북핵 폐기의 당위성과 관련해서 당사국들의 사이에 전혀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 6월 제3차 6자 회담이후 지금까지 역내 회담 당사국들과 의견차를 보여온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부시의 '예상외의 유연성"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직전인 19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미국과 중국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측이 북핵문제해결 및 동북아 문제 등과 관련해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협의체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중국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북핵문제 해결 이후의 동북아 역학구도와 관련해 눈길을 끈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 시점에서 6자 회담의 기능을 확충해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문제 등도 논의하는 본격적인 안보협의기구로 격상시킬 것을 제의했으며, 6개국이 협의를 계속해 최종적으로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대신할 새로운 다자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회담의 초점이 흐려져 북한 핵문제 진전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현재의 6자 회담 방식을 유지하면서 핵문제 해결에 치중한다는 계획이고, 한국 및 일본과도 이 동북아 안보협력체 구상에 관해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또 중국은 미국의 이런 제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회신을 보내지 않았으나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는 구상은 일반적으로 환영한다"는 원론적이고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신문은 미국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북한 붕괴, 한반도 통일 등 앞으로 예측가능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외교역학관계 변화에 대비해 미국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미국 내에는 동북아시아의 불안요인으로 북한과 대만해협 문제 외에도 반미정서가 꿈틀대고 있는 한국으로 인한 중국의 반사이익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고, 장차 탄생할 가능성이 있는 '통일한국'이 친중국 국가가 되면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이런 제의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7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중국방문당시, 북핵문제가 해결된 시점에서 6자회담의 기능을 확충해,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까지 논의하는 본격적인 안보협의체로 격상시키고, 최종적으로 한반도 휴전협정을 다자국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자고 중국측에 제의한 바 있다.
 
이보다 조금 앞선 7월 1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중국을 방문, 베이징(北京)의 명문대학인 칭화(靑華)대학에서 행한 '한반도 평화와 한중협력'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6자 회담은 북핵 해결이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존속돼야 한다"면서 6자회담 틀의 상설화를 촉구해, 동북아 6자구도가 장기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강력한 지역 안보협력체로 발전해야한다는 구상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반기문 당시 청와대 외교보좌관이 코리아 타임스 창간기념 좌담회에서 "현재 진행중인 북핵 6자회담은 단순히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틀로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의 다자협의체로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반 보좌관은 당시 이 문제에 대해 "햇볕정책에서 평화번영정책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책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기본정신"이라며 "앞으로 6자회담이 2, 3, 4차 잘 진행되어 북핵문제가 해결하면 동북아 다자협의체로서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현재 동북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존재하는 안보협의체는 남북한을 포함 23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유일한데 ARF는 구성원이 복잡하게 돼 있다"면서 "동북아를 중심으로 볼 때 6자회담의 관심이라든지 우리가 토론할 수 있는 이해의 폭의 측면에서 6자회담이 ARF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이밖에도 6자회담의 동북아 안보협의체 구상에 관해 북한과 중국을 제외한 회담 참가국 사이에서는 이미 거시적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지역 안보협의기구가 동북아시아에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도 과거 6자회담과정에서 북핵문제 뿐만아니라 일본인 납치문제나, 쿠릴열도의 4개섬 반환문제 같은 역내현안과 맞물린 자국의 문제도 의제로서 함께 다뤄지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취해왔고, 외교소식통들에 의하면 실제로 지난 3차례의 6자회담때마다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이 문제에 관해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고,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추구하고 있는 러시아도 필요성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북한과 중국의 의중인데, 당장 동북아 지역의의 핵심 관심사는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대만, 중국간의 양안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북한은 이 구상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일본과 아시아 지역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도 민관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안보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적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속내를 밝히기 보다는 원론적인 동의에 그치는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는데, 동북아 협의체 구성에 관해 중국의 이해득실에 대한 계산이 아직 분명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북핵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자칫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도 우려되고,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동맹관계로 결속되어 있다는점도 고려하고 해야하고, 남북 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탈경우 경우 북한과 한반도에 대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미국이 의도하는데로 북핵문제 해결에 당사국들 모두 집중할 것이나, 북핵해결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시점이 되면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공식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동북아 안보협력기구 구상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북한 역시 그때가 되면 의중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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