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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호법'은 삼청교육대의 사생아?!
'사회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열려
 
김주영   기사입력  2003/05/22 [20:40]
5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사회보호법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의 주최로 '사회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일반인들에게 법의 문제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법의 내용과 보호감호소 재소자들의 실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발제를 위주로 이뤄졌다. 또한 청송 감호소에 재소했던 사람들의 경험담과 문제제기, 그리고 인권을 유린하는 악법인 사회보호법이 없어져야한다는 주장이 제시되었다.

사회보호법은 죄를 범한 사람들 중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 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별도의 보호처분을 청구하는 법이다. 사회보호법은 보호처분을 통해 수감자를 재사회화시키고 그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종류로는 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이 있다. 2003년 현재 사회보호법에 의해 보호감호처분을 받고 수용중인 피보호감호자는 1600명에 달한다.

[참고자료 다운받기] '사호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자료집(한글파일)

본래 이 법은 전두환정권시절, 삼청교육생들의 사회복귀를 막고 그들을 장기간 격리시킬 목적으로 사회보호법을 제정, 교육생들에게 보호감호를 부과했다. 즉 사회보호법은 삼청교육대 및 일련의 과정을 합법화 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명분은 범죄가 예상되는 사람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식적인 국가보위입법위를 구성하여 사회보호법을 만든 것이었다. 사회를 보호한다는 것보다는 당시의 군사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억압의 수단으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회보호법은 인권 유린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법의 개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보호법은 지금까지 네 차례의 개정이 있었지만 문구 몇 개만 변경된 정도이다.

사회보호법은 위헌이다.
이 법에 대해 왜 문제가 제기 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 법으로 인해, 죄에 대한 형을 살고도 보호감호를 한다는 이유로 또 감옥에 갇히게 되는 이중 삼중의 처벌이 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박찬운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이것은 범죄 순환시스템에 불과하다. 이중삼중의 처벌을 받았던 재소자는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법상에는 같은 범죄로 이중처벌을 못하게 되어 있는데, 보호소 시설은 감옥과 다를 바 없어 감옥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이중처벌은 위헌이다."라면서 "위헌성문제를 제기하면 사법부 측에서는 목적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 보호감호의 목적인 사회재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적론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법의 위법성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진행중이고, 현장검증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법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을 밝혔다. 사실상 우리 나라 법 상에는 상습 범죄와 누범(일정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재범했을 경우)에 대한 가중형벌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 제도와 보호감호제가 같이 적용될 경우 이중, 삼중의 형벌가중과 7년 정도의 보호감호소의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중 삼중의 처벌을 받게 되면 인생의 절반정도는 감옥에 있게 되는 것이다. 5월 4일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MBC프로그램에서 '인권의 무덤, 청송감호소'라는 제목으로 사회보호법에 대한 고발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채규환 책임 프로듀서는 "취재한 사람들이 한 50여명 정도 된다. 이 중에서 제대로 가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경우는 한집 뿐 이였다."며 법의 문제로 인해 가족을 잃거나 결혼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수교육은 단순노동

재활을 위해서 특수한 교육과 치료를 한다는 감호소내의 시설과 처우 또한 문제가 있다. 교육할 수 있는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교도소도 다를 바 없는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교육도 자격증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격증에 대한 기술을 어느 정도 익혔느냐는 숙련도 보다는 자격증을 몇 개 땄는가 하는 숫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서, 자격증 취득 이후에 현실적인 기술습득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 개의 기술 자격증을 따고 나면 경험기간도 없이 다른 기술자격증을 따야하고, 출소할 때쯤 되면 숙련된 기술은 하나 없이 명함뿐인 자격증으로 취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근로를 통해서 돈은 지급되지만 그 돈도 매우 적어 하루일당 4천 600원이다. 그리고 근로도 여성은 취사(예전에는 콩선별작업이었음), 남성은 위생비닐장갑 숫자세서 포장하기 , 종이 쇼핑백에 손잡이용 끈 끼어 접기 등 시간 때우기 단순노동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 돈도 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 돈을 써야 하고, 외래 병원으로 갈 때 드는 비용 또한 본인의 부담이다. 출소할 때 수중에 있는 돈은 보통 3,40 만원 가량이다. 이것은 새출발을 위한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사회로 나와도 취업을 할 수 없어 다시 생활고를 겪게 되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다시 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보호법을 유지하자는 쪽에서는 범죄자를 사회로 그냥 돌려보내면 우리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토론자리에서는 우리 형벌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면 사회보호법의 본래 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며, 만일 그것으로 달성할 수 없다면 그것은 수형자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행형제도를 잘못 시행한 국가의 책임이지 수형자의 책임이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조속히 폐지해야 할것임을 주장했다.

인권사랑운동방의 유해정 활동가는 "보호감호소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우리사회의 하층계층출신으로 범죄의 대부분이 절도 등의 생계형 범죄이다. 이들 범죄의 원인과 책임을 개인에게 모두 전가할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우리사회가 나누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빈곤의 문제,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라며 우리나라의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보호감호소의 목적이 보호처분을 통해 수감자를 재사회화시키고 그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면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끔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목적에 반해 오히려 범죄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회보호법은 이미 실패한 법일 것이며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인권운동사랑방에는 청송에서 오는 편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편지에서는 사회에 대한 분노까지 보인다. 자신을 범죄자로 만든 사회보호제, 그리고 보호감호소가 진짜 범죄자요 처벌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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