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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의 죽음에 무성의한 주영 한국대사관
故이경운군 사망사건관련 주영한국대사관은 뭘했나?
 
이훈종   기사입력  2002/09/10 [16:56]
故이경운군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그동안 주영 대한민국 대사관측이 과연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몇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로 주영한국대사관 측에 몇가지 질문을 했지만, 그 답변이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어 "故이경운 사건관련 대사관측 입장 반론" 이란 제목으로 제가 글을 올리는 것이 그리 마땅하지는 않지만, 대사관의 입장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반론]글을 올립니다.


[관련기사]
이경운 참진회, 故이경운군 사망사건 개요및 의문점과 진행사항
故이경운군 사망사건관련 주영 대한민국 대사관의 입장(대사관)
대사관측 입장, 주영 대한민국대사관의 홈페이지
이승원, 고(故) 이경운씨 사건의 힘겨운 '진실탐험', 하니리포터(2002. 9. 5)

첫째, 이경운군의 시신이 캔터베리의 영안실에 안치된 지 이미 24 개월이 다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시신확인 및 사건관련 영국관할당국에 몇 차례의 공식적인 재조사를 요청했고, 둘째, 이에 대한 영국관할당국으로부터 대사관측이 받았던 답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셋째, 당연히 몇 차례는 있을 법한 관련당국과의 대화를 통해 유가족 측과의 좀 더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의구심을 향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영국 관계 당국에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이라는 답변은 유가족측과 또한 이미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된 많은 분들에게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고 또한 더이상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그동안 기나긴 사건처리 기간동안 이영호씨가 제시했던 입장중 모호한 면이 없지 않으나, 대사관측의 이경운군 사건처리 대응과정 애매모호한 것 또한 역시 마찬가지라 봅니다.  

다시 질문합니다. 이경운군의 시신확인과 함께 사건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영호씨와 처음 동행했던 당시 영사와 담당 간호사와의 이영호씨를 뒤로한 밀담은 상황적으로 충분히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째, 대사관측에서 이영호씨에게는 "공무차 이곳에 온 것이기 때문에 40 분후에는 꼭 돌아가야만 한다" 는 말로 이영호씨를 잠시 뒤로한 후 담당 간호사와 밀담으로 밖에 나눌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의 이미 예정된 공식적인 접촉이었는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그 직후에 몇차례 있었다던 대사관측이 이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짓기를 종용했다는 점 다시말해서 조속한 법적절차를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 아닌 빠른 장례처리후 한국, 혹은 스페인으로 돌아가라고 한 점은 이영호씨의 일방적인 대사관측을 향한 거짓말인지, 아니면 타당한 어떤 연유로 인한 사실인지의 여부를 해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수차례 언급하셨던 대사관측이 "적법한 절차로 진행, 해결하라고 요청했다" 라는 것을 이영호씨가 일방적으로 거절했다고 하셨는데, 소위 말하는 적법한 절차로 이 문제가 이미 종결지어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서류상의 증거조차 관련당국을 통해 입수하여 확인해볼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더군다나 "답신이 오기를 기다려보자" 라는 의견만을 되풀이하는 변호사와 한 개인의 요청으로 다시 적법한 재처리가 어느정도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영호씨는 소위 대사관측이 주장하는 법적인 절차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의제기 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3분만에 끝나버렸던 사인규명회를 통해 법적으로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또한 제대로 된 관련서류조차 관련당국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입수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하에서 더이상 법적인 절차로 진행하는 것은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수차례 어이없이 거절당하는 가운데 한 개인의 항소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의 항소를 위해 대사관측에 수차례 사건관련하여 매일보고(이영호씨에 따르면)하고 요청하였으나, 단지 "항의해보겠다" 라는 대사관측의 조금은 무성의해 보이는 답변 이후 수개월간 대사관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영호씨로서는 이런 상황하에서 더이상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영국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관에 의지할 수도 없다고 판단을 했던 것이 아닐까요. 입장을 바꾸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결국, 영국에서 자국민과는 차별된 정상적인 법절차, 또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한 시민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인 대사관을 통한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영호씨의 600여통에 이르는, 소위말하는 막무가내식의 민원신고 및 투서들, 또는 인권단체를 통한 진상규명을 위한 해결방법을 선택하게된 것을 이해할 수 없을까요. 갑작스레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 또한 사건관련 상황과 납득할만한 서류를 확인하는 것 조차 뚜렷한 이유없이 장시간 거절당한 상황 속에서, 한가닥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대사관측에 일일히 보고하며 이경운군의 유품들을 보이며 하소연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이영호씨를 향한 대사관측의 입장은 한 국민이라도 철저히 보호하려는 따뜻한 대사관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사를 고용하여 처리하라, 이미 영국관련당국에서 종결지은 사건을 문제시한다는 것은 그들을 불신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대사관측의 태도에 경운군의 아버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대사관이 알아서 해주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습니까.

그후 대사관 명의의 공문서 한 장 받은 적이 없다는 사건관련부서측의 답변들을 듣게 되었고, 결국 대사관측이 간곡히 부탁한 법적인 절차란 변호사와 함께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답니다.    

다시 묻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24개월간 대한민국의 한 어린 시민의 시신이 병원의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단지, 이영호씨의 말도 안되는 막무가네식 고집때문 일까요.

올 3월 이후로 대사관은 다시 사건개요 및 상황들을 요청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미 수차례 전임 영사에게 관련서류 일체와 대부분의 진행사항을 상세히 통보해 온 상황에서 다시 관련서류와 해결방안, 진행사항을 재요청한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이영호씨가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것 자체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지요. 과연 이영호씨가 협조하지 않았던가요.  

이영호씨가 작년에 이미 담당 영사를 찾아갔을 때, 영문으로 된 사건개요와 의문점등을 요청하여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된 사건개요와 의문점을 여러곳에 부탁한후(번역을 위해) 대사관에 제시했습니다. 지난 4월 아마도 지금 글을 올렸던 영사와의 만남이 있었을 때 사건관련자료와 함께 또다시 영문으로 된 사건개요와 문제점을 다시 알려달라는 것, 그리고 전임자들이 이 문제를 외교문제로 비유하여 발언했던 것은 잘못이었음을, 또한 그동안 제대로 대사관측에서 영국관련당국에 공식적인 항의로 처리하지 못했던 것을 이영호씨에게 사과와 함께 구두로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사관측은 이번 입장을 밝히는 글에서 이번 사건해결에 최소한 어느 부분에서만큼은 소극적이었음을 단 한 줄의 문구를 통해서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지난번 구두로 사과와 자세한 설명한 것과는 달리 사실을 왜곡하는 글을 쓰는 저의가 무엇인지.  

이영호씨는 이제껏 대사관측이 이번 사건관련 행정당국에 공문을 보낸 사실근거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차 영사로부터 영문으로 된 사건개요와 의문점을 요구받았을 때 너무 어이가 없어 거절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이후로 더이상 이 사건해결을 위해 대사관을 방문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영국의 관할당국으로부터 이미 종결지어진 사건을 문제삼는 것은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 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에 외교적 마찰을 가져올 수 있다" 는 당시 영사와 공사의 태도를 보면, 대사관측에서 처음부터 이 일을 위해 영국 관할당국에 어떤 공문서를 보낼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대사관측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얼마든지 전임자들의 책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jabo.co.kr/zboard/이경운군의 기사가 실린 2002년 1월11일자 킹스톤 지역신문 1면사진(출처 : 하니리포터 이승원기자 기사)


대사관이 도왔다는 "법적으로 처리하라는 안내" 즉, 변호사를 찾을 수 있도록 소개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영사는 "법적인 절차를 밟았으면 두 달 정도면 충분히 해결될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러나 한번 냉정히 생각을 해봅시다. 대사관도 잘 아시다시피 법적인 절차를 위해선 관련증거서류가 필요합니다. 증거서류가 없이 법적인 절차가 가능하다고 보는지요. 대사관은 이영호씨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주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리자면 이영호씨가 빠른 법적절차를 통한 사건해결을 위해 대사관측에 변호사 소개를 부탁했을 때, 대사관측은 거래하는 마땅히 소개할 변호사가 없다는 이유로 소개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영호씨가 직접 변호사를 찾아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답답한 나머지 그는 이 사건을 청와대 민원실에 알려 변호사를 요청하게 된 후 청와대측으로부터 주영 대한민국대사관측으로 이영호씨를 위해 변호사 선임을 협조하라는 공문이 발송되었습니다. 그결과  변호사 선임을 위해 몇몇 한인분들을 소개해 주셨다고 했지만, 실제 변호사를 찾아 뛰어다닌 사람은 이영호씨 혼자였습니다. 이래도 대사관측은 법적으로 해결하라고 충고를 했고 변호사선정을 위해 도와주었다고 할 수 있는지요.  

대사관측이 언급했던, 정말 두 달이면 모든 서류들을 찾을 수 있었고, 접수하여 해결까지 될 수 있었던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가능한지 알고 싶습니다.  이영호씨의 기나긴 세월동안의 법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가장 가깝게 확인한 이는 바로 대사관측이 아닌가요.  

작년 11월이 되서야 마침내 이영호씨 개인의 계속된 노력으로 한가지 한가지 증거서류들을 서로 다른 담당자들로부터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입수하게 되었고, 법적인 절차로의 진행이 가능했던 차에, 그즈음 스테판 로렌스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임란칸 변호사와의 첫번째 만남이 이루어졌고, 지난 7월초쯤 이 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영호씨가 법적인 절차를 막무가내식으로 이제껏 무시했기 때문에 고인이 된 아들의 시신이 24개월이 다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안실에 누워있게 했다고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대사관이 과연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요. 진실을 왜곡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사관이 2년동안 침묵하다가 지금와서 고작 하는 말이 고인의 아버지를 비난하는 태도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이세상에 있을까요. 아버지의 가슴에 더이상 못을 박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경우 미군 장갑차에 압살된 여중생사건의 경우도 법적으론 이미 해결된 상황인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단지 법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측이 사건처리 시작과정부터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 그리고 한국땅이지만 한국의 어린학생의 어이없는 죽음에 관한 일이지만, 또하나의 미국땅인 군부대를 향한 좀 더 분명한 항의를 할 수 없었던 한국정부측의 모습, 이것은 법으로 해결될 수 만은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법 위의 문제로 인정하여 해결하려는 여러 뜻있는 시민들의 항의를 통해 좀 더 의미있게 해결되어가고 있음을 가깝게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는대로 이미 종결된 사건에 대해 6년간의 법정투쟁을 통해 스테판 로렌스의 부모는 자식의 죽음에 대한 민주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처우에 대해 힘겨운 싸움을 했습니다. 로렌스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종결되어진 사건에 대해 이영호씨 개인이 혼자 진실을 밝히려 대항한다는 것은 소수민족으로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않습니까.  

두 사건 모두 해결의 실마리는 법정을 통해서가 아닌 법 위의 문제로 인정한 시민들의 인권운동을 통해 좀 더 상황이 진척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관한 부분은 오히려 법으로 보호되기도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다시말해, 법 위의 문제로 판단되어,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의 인권운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때 자칫 법으로 부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행정당국의 일처리가 비로소 공정하고 분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영호씨는 스페인의 한 외진 작은 섬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평범한 가장으로, 또한 바다건너 그토록 동경하던 영국이란 나라에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에 둘러 싸인 채 죽어갔던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어린 아들이 의지하던 한 평범한 아버지일 뿐입니다. 만약 영국에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교민이었다면 대사관측으로부터 단지 "변호사를 고용하셔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라는 말로 생색을 내며 사건을 적당히 넘어갈려고 했을까요.

영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주영 대한민국 대사관은 결코 약자가 아닙니다.  대사관의 뒤엔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그 뒤엔 대한민국 국민이 있습니다. 적어도 영국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자국민과는 차별된 민주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처우로 대했을 때 마땅히 국가의 이름을 내어걸고 항의해야하는 또 하나의 대한민국 정부여야 할 대사관 스스로 약자로 자처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영국정부의 부당함 속에서도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약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영국정부의 모습을 향해선 대사관은 강자로서 우리에게 보여져야 되지 않을까요.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대사관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비무장한 어린 여중생을 죽게 한 장갑차의 미국군인임에도 그들을 보호하려는 미국정부 그리고 만약 스페인국적의 시민이라면 이런 사건을 대한민국 대사관의 모습과는 다르게 영국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항의했을 것이라는 스페인 대사관측의 입장을 그저 부러운 듯 바라보아야만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쩌면 이글은 그리 객관적이거나 공정한 글만은 아닐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혼자가 되어버린 이영호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제가 대신하여 [반론]글을 남깁니다. 진실이 곧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필자는 현재 런던에서 유학생을 돕는 사역을 하는 전도사 입니다.
* 고 이경운군 유가족을 위해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故 이경운 참진회  http://www.leekyungwoon.com 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 대자보는 이 참사에 관해 계속해서 취재할 예정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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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9/10 [16: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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