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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원님, 산수공부나 제대로 하시지요
'공평한 게임의 룰' 없이 민주노동당에만 '희생' 강요, 우리당 호의날려
 
이장규   기사입력  2004/04/13 [17:25]

유시민 의원님께 제안드립니다.

유시민 의원님, 님의 대학후배이며 현재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장규란 사람입니다.

예전에 대선 직후에도 의원님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으셨지요. 대선 때에 이어 이번에도 저희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늘어놓으셨더군요. 왜 이리 끊임없이 저희 민주노동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의원님의 주장에 대해 제 나름대로 간단히 답변드립니다 (지금 선거운동에 바빠서 길게 답변드리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시간이 없어서, 진보정당의 의의니 가치니 이런 것들은 길게 말씀드리지 않고 의원님이 좋아하시는 '표계산'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원님께선 지역구에서 저희 민주노동당에 찍는 표는 사표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우선 충분히 당선가능한 곳도 님의 주장대로 두곳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더 많거니와, 설혹 당선이 안된다 하더라도 일정정도 이상의 표를 얻으면 그것은 이 다음 선거를 위한 큰 자산이 됩니다.

당선이 안되더라도 상당한 표를 얻은 지역구 후보의 경우 다음 선거에선 충분히 선택가능한 대안으로 사람들이 여기게 됩니다. 의원님의 주장은 바로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의원님께는 어차피 당선과는 무관한 아무 쓸모없는 표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희들에겐 아무리 적더라도 그 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합니다. 그 표는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생해왔던 우리 동지들의 땀과 눈물의 결과니까요.

자취방 전세금을 빼어 후보기탁금에 보탰던 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에서부터 월 60만원이라는 월급조차 제때 받지 못하면서 고생해왔던 중앙당 당직자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가슴아픈 숱한 이들의 노력이 모여 이루어 진 것이 바로 그 의원님이 보기에는 아무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사표'입니다.

님에겐 그것이 '사표'겠지만 저희에겐 그것은 결코 '사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숱한 고생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희망의 한표 한표입니다.

혹시 의원님께선, 그런 것 다 알고 이해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수구정당이 몰락하길 바라는 참으로 절박한 심정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자에게 호소한 것이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정말로 그렇다면 의원님께선 최소한 그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할 겁니다. 의원님의 주장에 따름으로써, 다음 선거에서의 선택의 가능성까지 차단당하는 우리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후보를 위해 다음 선거에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고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겠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의원님의 주장의 진정성을 인정해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 의원님께서 다음 선거부터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약속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지역구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를 권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의원님의 발언은 진정성이 결여된 일종의 '정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기에 이에 대한 항의의 뜻에서 지역구에서조차 열린우리당을 결코 찍지 않고 기권할 생각이며(우리 지역구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나오지 않았으며, 전국적으로 이런 곳이 매우 많습니다), 제 주변과 당 내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투표방침을 적극 권할 것입니다.

'표'를 가지고 '협박'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표니 제로섬게임이니 해가면서 '표계산'을 하신 건 의원님이 먼저이지요?

이왕 제로섬게임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 의원님께서 주장하시는 내용은 전혀 공평한 게임이 아닙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에게 지역구에서의 열린우리당 투표를 권유하시려면 최소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정당투표에선 민주노동당을 찍어주겠다, 이런 정도는 되어야 서로 공평한 게임이 될텐데 의원님께선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에 대해선 단 한마디 이런 권유도 없이 민주노동당 지지자에게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최소한의 진정성을 지닌 요구라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표' 따지는 것, 저로선 매우 마음에 안들지만 의원님 사고방식에 맞추어 말씀드린 것이니,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선거에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약속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와 제 동료들은 의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의원님이 바라시는 바와는 정반대로 저희 민주노동당이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서의 기권운동을 벌일 수 밖에 없군요. 이것은 우리가 함께 운동하던 당시 가졌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유시민 의원님의 건승을 빕니다. / 편집위원

* 필자는 경남 창원의 민주노동당 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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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13 [17: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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