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군부독재 한나라, 똘마니 민주당 해산해야'
경선출마 여균동감독, '전두환정권이래 하나도 바뀐 것 없어'
 
심재석   기사입력  2004/03/10 [14:36]

두 야당의 탄핵안 발의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것을 기점으로 총단결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탄핵안이 발의되자 마자 노사모를 비롯한 친노세력들은 국회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친노세력의 대표주자처럼 인식돼 버린 영화배우 명계남, 문성근씨 이외에도 낯익은 인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영화감독 여균동씨이다.

▲열린우리당에 공천신청을 한 영화감독 여균동씨     ©한겨레
'세상밖으로', '맨' '미인'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여 감독은 최근 열린우리당 일산 갑 지역에 공천신청을 내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국회의원 지망생이기도 하다. 일산 갑 지역은 당초 김덕배 의원의 지역구였으나 김 의원이 낙천대상에 올라, 불출마 선언을 하는 바람에 무주공산이 됐다.

여 감독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대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의 동생 김두수씨. 지명도 높은 두 후보의 대결로 일산갑은 당내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구로 떠올랐다.

이날 여 감독은 "어이가 없어 달려왔다"며 "국회를 해산해야한다"고 흥분했다. 그는 "야당의 행위는 헌정질서의 파괴"라며 "탄핵이라는 것이 사과하면 안하고, 사과 안하면 하는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국회에 들어가려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를 해 본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국회로 출퇴근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남겼다.

여균동 감독과의 미니 인터뷰 전문이다.


▼ 브레이크뉴스 : 반갑다. 어떻게 여기에 왔는가?
국회가 상여같이 생기지 않았나? 상여가 아닌 다른 모양으로 만들려고 왔다.

▼브레이크뉴스 : ??
(웃음) 탄핵안 발의에 항의하러 왔다. 정말 어처구니 없고,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브레이크뉴스 :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국회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이 이런 국회를 해산시키고 새로운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이상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탄핵안이 발의되기 전에 탄핵안이 될까 안될까 계산하고, 발의되니까 정략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할까 따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부끄러운 행동들이다. 역사 앞에서 당당하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짱구'만 굴리고 있다. 민주주의가 말살되는 이 현실에서 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 브레이크뉴스 : 그러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대통령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들이 많다.
야당이 국민을 믿고 저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오도해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이라는 것이 사과하면 안하고 사과 안하면 하는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

▼ 브레이크뉴스 : 일각에서는 단지 선거법 위반 뿐만 아니라, 1년 동안 국정의 총체적 실패를 물어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 감독은 지난 1년 노무현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무현 정권 1년은 개혁적인 것을 끝없이 시도하려다 발목잡히고, 넘어지고, 쓰러진 1년이다. 그러나 성과는 있다.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1년이다.

▼ 브레이크뉴스 :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지 않나?
예를 들어 문화법만 봐도 문광부가 열심히 만든 문화관련법이 국회에 상정도 안됐다. 명함도 못내민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니 국민들은 정부가 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일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군부독재를 계승한 한나라당과 이제는 그 똘만이가 되버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한때는 정권교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전두환 정권이래 하나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역시 살육의 상황이다.

▼ 브레이크뉴스 :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데,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나?
현재 국회는 온전한 상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점령하고있다. 17대 국회는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를 해 본 온전한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출퇴근 해야 한다.

▼ 브레이크뉴스 : 국회의원이 되면 어떠한 일을 하려고 하는가?
참여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집단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21세기는 개개인의 자유가 발휘되는 세기이다. 때문에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고, 이를 위해 문화국회가 돼야 한다. 다양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 브레이크뉴스 : 영화를 통해 보여진 여 감독을 염두에 둔다면 국회의원 여균동은 솔직히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여 감독은 굉장한 자유주의자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국회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제도권이다.
자유는 좋아하지만, 자유주의까지는 모르겠다(웃음). 그리고 사실 충무로 영화판도 제도권이다. 상업영화권은 매우 엄격한 제도권 아래 속해 있고, 겉에서 볼때는 자유롭게 느껴지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또 제도권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그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이 역시 21세기의 화두가 될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 경선에서는 자신있나?
주관적 승리는 이미 거두었고, 객관적 승리는 모르겠다. 현실은 녹녹치 않다.

▼ 브레이크뉴스 : 인터뷰에 고맙다. 건투를 빈다.
고맙다.

* 여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자 마자 몇마디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촛불시위대 안으로 달려갔다. 사실 여감독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상대 김두수 후보가 지역적 기반이 튼튼하고, 개혁당 출신이라는 이력과 김두관 장관의 동생이라는 장점으로 노사모 등 친노단체들도 김두수 후보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 감독 같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면 대한민국 국회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 반장 선거를 해 봤을 상식을 가진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발언을 곱씹으며, 현 국회의원들은 초등학교 때 모두 반장을 했을 그런 사람들인데, 국회는 왜 저 모양인지 궁금해 졌다. / 정치부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3/10 [14:3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