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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낙선, 반제반전과 선거투쟁 운동에 달려
[WSF 2004] '세계사회포럼과 부시낙선운동' 참가기
 
원영수   기사입력  2004/02/14 [10:19]

지난 1월 16-21일 인도의 뭄바이에서 열린 제4차 세계사회포럼에 대한 평가는 성과와 한계 양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평가의 기준은 제국주의 부시정권에 의해 도발된 이라크 침략 및 점령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라는 당면 반제국주의 민중운동전선의 정치적 과제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지만 3.20 국제공동투쟁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인 만큼, 인도 세계사회포럼에 대한 평가는 열린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세계사회포럼에 등장한 반부시 기념품     ©김형진

3.20 국제 반전투쟁에 대한 전략적 합의의 도출

작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은 2.15 국제반전투쟁의 선례에 따라, 3.20 국제공동행동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이번 뭄바이 포럼은 작년 포르투 알레그레 3차포럼과 같이 전지구적 반제국주의-반전행동의 조직화를 위한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반제투쟁에 집중한 ‘세계반전운동총회’와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의 ‘활동가 총회’는 무엇보다도 반전운동의 전략을 논의하는 핵심축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다중적 논의의 결과, 미영 제국주의 군대에 의한 이라크 침략 1주년이 되는 3월 20일에 전지구적 국제행동을 조직하는 데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와 결의가 도출되었고, 이는 양측의 합동총회를 통해 채택된 ‘사회운동과 대중조직의 호소문’에 의해 재확인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포럼운동에 대해 비판적 관점에서 반제국주의 투쟁의 진정한 주체들의 결집체임을 자임한 ‘뭄바이 리지스턴스 2004’(MR 2004) 역시 선언문을 통해 3월 20일을 반제국주의 투쟁의 날로 선포하여, 전지구적인 반제국주의 공동행동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명백하게 천명하였다.

그러나 포럼 자체의 진행과정은 전략적 합의를 제외하면, 보다 세부적인 분석과 토론, 논쟁은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전운동 총회와 활동가 총회의 경우, 이전의 회의에 비해 참석자들의 숫자가 상당히 적었고, 회람되는 문건의 양도 빈약했다. 대부분의 발표 역시 자국 반전운동에 대한 피상적 보고에 그치는 경향이 강했다. 그 결과, 9.11테러와 2.15 국제공동행동, 이라크 침략과 저항투쟁 등으로 이어지는 역동적 정세와 대항주체, 보다 정교한 전략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미국 대선을 둘러싼 국제적 공동캠페인의 제안은 산발적으로 제기되었을 뿐이며, 무언가 명확한 비전과 뚜렷한 전략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는 한편에서 현시기 국제반전운동 조직역량의 상대적 취약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아직은 부족한 세계사회포럼운동의 전략적 집중성의 문제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미국의 대선을 둘러싼 논의에 결정적 중요성을 가진 미국 대표단의 참여가 취약했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측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전략적 논의지형의 구축이 쉽지 않은 미국운동의 특수성과 낮은 수준의 내부적 합의로 인해, 미국내의 논의지형과 책임있는 논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작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부시반대 캠페인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특히 미국 대선전이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캠페인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수준의 논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부시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데에 광범한 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한국의 일부 대표단에 의해 제기된 Bush-off 캠페인은 새로운 국제적 논의구조와 네트워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이는 반부시 캠페인의 국제적 확산에 일정하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올해의 반제국주의 투쟁 전체 기조 속에서 반부시 캠페인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다양한 세력을 조직하여 미국운동과 국제운동이 강고하게 결합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고, 실질적 동원투쟁을 조직할 것인가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반전운동과 선거투쟁의 결합은 관건적 중요성을 갖는 것이며, 이는 9.11이후의 미국내 반전운동에 대한 평가와 이에 근거한 전략에 대한 논의와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대선의 지형과 베트남 반전운동의 교훈

역사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적 반전운동이 베트남 민족해방혁명 승리에 관건적 역할을 수행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미국의 강력했던 반전운동이 결정적 시기에 주춤했고 결국 1970년대 후반 거의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주된 이유는 미국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의존이었다. 반전후보에 대한 지지노선이 반전운동 내부에 지배적 경향이 되면서, 반전운동의 독자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부르주아 정치일정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면서 동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대선국면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오류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는 민주당의 소위 “반전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노선과, 녹색당의 단일후보를 통한 독자후보노선으로 대별되는 양대진영 간의 논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전자의 노선은 당선가능성이라는 정치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후자의 노선은 당선 가능성보다는 민주당으로부터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의 가능성과 반전운동의 확대-강화라는 정치적 원칙에 입각한 노선이다.

특히, 독자노선 측은 설사 부시를 낙선시키더라도, 민주당 정권이 과연 제국주의 정책을 포기할 것인가라고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후보경선이 시작된 지금에도, 양측의 대립구도는 명확하게 정리되고 있지 않으며, 녹색당 후보의 경우 역시 다양한 후보군이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 미국운동의 상황은 한 단계 진전되고 확장된 반전-반제국주의 투쟁의 발전을 가로막은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부시를 희화화한 포스터 모습    

반전운동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기 위하여

작년의 2.15 국제반전투쟁은 국제반전운동 역사상 새로운 차원을 열었으며, 21세기 운동과 투쟁의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한 바 있으며, 보다 발전된 형태의 반부시투쟁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전술을 포함한 전략적-전술적 선택은 궁극적으로 미국 운동의 몫이다. 미국 운동진영의 단일한 대응은 부시의 당락에 관계없이 보다 진일보한 운동지형의 창출과 함께 미국 사회의 변혁, 제국주의 내부로부터의 변혁을 가능하게 하겠지만, 미국운동의 분열과 무기력한 대응은 미국운동 자체만이 아니라, 역동적 메카니즘 속에서 전개되는 국제적 반전운동, 반제국주의운동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제의 핵심적 관건은 국제적 반전운동진영과 미국의 반전운동과의 상호협력과 논쟁을 통해 새로운 관계구축 또는 설정 및 이의 전략적 발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조직된 반부시 캠페인은 미국 반부시 세력이 부시를 낙선시키는 중요한 외부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만약 미국 운동진영과의 효율적인 결합에 실패한다면, 단순한 외풍에 머물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반부시 캠페인을 3월 20일 국제공동투쟁 외에도 주요한 타격대상, 즉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와 미국 대선 자체에 대한 공동행동의 계획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결정적 관건은 다양한 수준의 국제적 조정 외에도, 3월 20일 투쟁의 성공적 조직화에 있다. 만약 3월 20일 전 세계 민중운동이 2.15투쟁을 재연할 수 있다면, 이 동력을 통해 국제적인 압박을 조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기되는 다양한 동원계획을 조정하여, 집중적 타격전술에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적 조정 및 합의과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끝났지만, 포럼이 매개한 정치적 과정은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속적인 반제국주의-반세계화 투쟁력의 확장과 고양을 통해 지속될 것이며, 또한 되어야 한다. 반부시 캠페인 역시 이 거대한 투쟁의 물결 속에서 자리매김할 때 보다 효율적인 조직화와 타격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긴급한 과제이다. 

* 사진 : 김형진 (세계사회포럼에 등장한 반부시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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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14 [10: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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