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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노무현 묶어내는 김근태의 큰정치
김대중 노무현 전현직 대통령, 국정철학과 남북평화 대화촉구
노대통령의 난관인 '대미문제', DJ 정치철학으로 방향제시해야
 
권빈   기사입력  2004/01/07 [14:43]

먼저 김대중 전대통령의 팔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족적(足跡)이 뒷사람의 길잡이가 됩니다. 백수(白壽)까지 장수하시어 뒷사람의 이정표가 돼 주시길...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이 시는 서산대사님의 선시(禪詩)이다. 그리고 백범 김구선생님께서 남북연석회의를 전후해서 만년에 가장 즐겨 쓴 휘필(揮筆)이었다고 한다. 백범 김구선생님께서는 작금의 현실정치보다는 후대의 역사의 심판을 힘주어 말하신 것이다. 또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과 민족의 위기에 자신의 보신과 일신상의 안위보다는 뒷사람들에게 모델이 될 흔적을 강조하셨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팔순 잔치에서 자신의 인생철학을 밝혔다.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관점에서 살아야 한다.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정신을 갖되 현실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이 두 가지를 합쳐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글이나 활자화된 말씀을 보면서 매번 전율을 느낀다. 아니 외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원칙과 현실의 통일'이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인생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명언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나아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뒷사람들이 곱씹어야 한 명문이다.

우리는 원칙에만 충실한 서생이 아닐까? 우리는 현실적 성공만을 집착하는 상인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서생과 상인으로 나뉘어져 치고 박고 싸우는 게 아닐까?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씀이 지금 이 현실을 두고 말씀하신 것은 아닐까? 서생과 상인이 합체가 되어 미래를 전진할 수는 없는 걸까?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씀에 아시아 걸작드라마 '전왕(錢王)'이 생각이 났다. 중국의 실존인물 왕치를 드라마화 작품이었다. "덕으로 사업을 하고, 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왕치의 상덕(商德)철학은 '서생과 상인의 통일'이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 또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는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상도(商道)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이런 상덕(商德)과 상도(商道)를 일찍이 체득한 분이시다.

우리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철학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김대중 전대통령은 정초에 인사차 방문한 김근태 원내대표에게 "처음 김 대표를 봤을 때 그런 고문을 당한 사람을 처음 봤다. 제일 존경했다."고 덕담을 했다고 한다. 이 말씀은 순수한 덕담이다. 필자가 보기에 김근태 원내대표가 곱씹어야 할 덕담은 위의 말씀이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관점에서 살아야한다"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씀을.

이에 김근태 원내대표가 화답을 했다. 김근태 원내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진성성으로. "대북평화특사가 돼 주십시오."라고. 아무쪼록 두 지도자의 덕담과 화답이 북핵위기를 해결하고 한반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빈다.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한다
-한반도 평화에 관한 신년 인터뷰를 읽고-

▲김근태 의원     ©브레이크뉴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본 ‘속 깊은 얘기’였다.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해 첫아침에 느꼈던 가슴 꽉 차오르는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받아든 신문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내 시선을 꼼짝없이 붙든 것은 ‘남북협력에 힘 쏟을수록 핵 해결에 보탬이 된다’는 신문 기사였다. 아, 우리에게도 이런 경륜과 폭넓은 시각이 있었지. 새삼스런 자각이 나를 약간 들뜨게 만들었다.

‘핵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당연시 되는 요즘, 오히려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남북관계가 잘돼야 한다’는 주장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냉수 한바가지를 퍼부은 것처럼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아가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 빚을 지고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촉구하는 대목에서는 나와 똑같은 생각과 주장을 하고 있어 반가왔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가족을 예기치 못한 시점에 뜻밖에 상봉한 것 같은 살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또 하나, 이 기사가 정초부터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용산미군지기 이전’에 대한 사려 깊은 고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 문제는 나 역시 적지 않은 고민을 해왔던 것이다.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문제이다. 그런데-. 이 대담의 주인공은 너무나 분명하게 용산기지가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하던 ‘치욕의 현장’임을 떠올리며 ‘외국 군대 사령부가 수도 한복판에 있는 것은 민족자존을 위해서나 국가 독립성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미간의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해서는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해왔다고 은근히 자부해온 나였지만 이토록 깊고 명료한 의견 앞에서는 좋으면서도 얼마간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새해 첫날 아침부터 이토록 설레임을 안겨준 주인공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마침 그날은 오랜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하여 인사를 드리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그날 찾아뵙고, 이날 아침에 받았던 각별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렇게 말씀드렸다. “몇년 전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롯데호텔 강연에서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연설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황으로 봐서 정치적으로는 다소 부담도 되고 위험하기조차 했습니다. 그 강연은 또 다시 ‘용공세력’으로 중상모략 받고 정치적 공격을 받기에 딱 맞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발언을 과감하게 하신 김대중 총재를 존경합니다라고 했는데 혹시 기억하십니까”라는 취지로 말씀드렸다. “오늘 아침 대담기사를 보면서 그때 그 감동이 되살아났습니다”라고….

세배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어 마음이 약간 바쁘고 그래서 충분히 전달되었는지 걱정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의 반응은 간접적이었지만 분명했다. 그래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거기에 저에 대한 큰 덕담도 곁들여 주셨다. 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요청하고 싶었다. 북한에 대한 평화특사가 되어 주십사하고 요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는 참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얘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스스로 남북문제만큼은 발언하고 협력할 것임을 밝혀왔다. 김 전대통령께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대미관계에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우리 입장을 세우기 위해 정말로 고통스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한반도 평화에 관한 탁월한 식견과 풍부한 경륜을 갖춘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팔을 걷고 나서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전직 대통령이 획득한 경륜은 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다.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수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현직 대통령을 도와 평화와 외교 등의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전통이 아직 없다. 그러다보니 전직 대통령이 쌓은 풍부한 경륜이라는 국가적 자산이 빛을 잃고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두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갈 때다. 전직 대통령이 획득한 풍부한 경륜은 소중한 국가자산이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특히 7천5백만 민족의 안전과 평화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닌가?

새해를 맞아 작은 소망 하나를 품어본다. 머지않은 장래에 그런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흉금을 터놓고 말씀을 나누는 모습! 민족의 평화와 외교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전통! 나의 이런 소망이 두분에게 전해져 어떤 분명한 전진이 있기를 정말로 바란다. 뜻있는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면 그것은 확실히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나는 예감한다.

2004년 1월 3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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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7 [14: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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