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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
[진단] 정략 아닌 국민 염원하는 수권능력 가진 대안정당 면모 갖춰야
 
공희준   기사입력  2014/03/17 [14:04]
신당의 탄생이 임박했다. 신당의 명칭은 새정치민주연합. 보수세력에서도, 진보진영에서도 선거를 전후해 기존의 당을 허물고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행태는 거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어온지라 별로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더군다나 정당의 부단한 명멸은 보수세력보다는 진보진영에서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해 정치발전이 지체되고, 정치발전이 지체되어 다시금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악순환을 재벌이 주도하는 경제와, 관료들이 이끌고 있는 행정에 대한 대의정치의 우위와 정당성을 강조해온 진보진영이 오히려 더욱더 조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착잡하고도 유감스럽다고 하겠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이 정당정치의 미성숙만을 마냥 탓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로 지속되어온 3대 위기, 즉 민주주의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가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서도 가시거나 완화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까닭에서다.

국정원을 위시한 다종다양한 국가기관들이 대통령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지난 수십 년간 느리게나마 착실히 전진해온 한국의 민주주의가 급작스럽게 후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제 현황은 한층 더 참혹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근 2년 연속 세계 100위권 밑으로 추락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송파구 세 모녀의 비극적 자살사건이 말해주듯이 우리 경제는 성장과 분배의 양 날개가 전부 꺾인 형국이다. 남북관계는 이상가족 상봉 행사의 재개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못한 상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 초반에 이미 날카롭게 통찰한 바 있는 이와 같은 3대 위기는 현재까지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위기의 존재 자체를 고집스럽게 부인하고 있으며, 야당은 신속한 위기 탈출을 도울 어떠한 실질적 방안도 좀처럼 내놓지 못해온 터다.

이 와중에 등장한 것이 바로 ‘안철수 현상’이다. 민족, 민생, 민권의 3박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음에도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집권세력도, 위기를 초래한 주범인 집권세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의무가 있는 야당도 전자는 독선과 오만으로, 후자는 타성과 무기력으로 위기를 확대재생산해왔고, 이에 따라 심화ㆍ확대된 국민들의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과 환멸, 냉소와 혐오감이 얽히고설킨 위기의 매듭을 일거에 끊어줄 수 있는 메시아의 출현을 갈망하는 데 이르렀다고 볼 수 있겠다. 그 메시아 역할을 자의든, 타의든 떠안은 이가 안철수 의원이다.

그렇지만 그에게 주어진 사명의 무게에 비해 안철수가 결집시킬 수 있었던 세력의 규모는 지나치게 단출했다. 시대적 과제와 현재적 역량 사이의 불일치와 부조화는 ‘새정치’라는 슬로건만으로 메우기에는 너무나 넓고 깊었던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이 민주당 조직의 몰락 이전에 안철수 개인의 좌절로 평가되는 이유다.

바닥에 닿았다는 것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는 언제나 최선을 지향하면서도 때대로 차선을 배제하지 않는 법이다. 경쟁력 있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부재한 민주당과, 자신의 대권행보를 뒷받침해줄 만한 의석수와 지지 기반을 지닌 소속 정당이 필요했던 안철수가 손잡은 사건에 오로지 당위론적이고 윤리적 잣대만 들이댄다면 우리는 광범위하게 만연한 정치적 허무주의의 장강에 한 사발의 물을 보태는 데 불과할 따름이리라.

그럼에도 정치적 허무주의를 확산시킨 주된 책임이 정치권에 있고, 그 책임의 절반이 지금의 야당에 있다는 냉엄한 사실만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새정치의 기치를 사실상 내린 셈이 된 안철수와, 민주당의 문들 다시금 닫는 궁박한 처지로 내몰린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정략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합쳤다는 민심과 여론의 호된 비판을 당분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따라서 신당은 민주당의 만성적 고질병처럼 돼버린 해묵은 침체와, 안철수에게 그림자 같이 따라붙은 콘텐츠 부족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경쟁과 협력이 반반씩 뒤섞인 어정쩡한 공존 관계를 청산하고 전면적 결합의 길을 선택한 이상 상대방의 과제를 나의 과제로 인식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민주당의 혁신이 지지부진한 것은 민주당이 대중과, 특히 20~30내 청년세대와 유리된 데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중년의 고참 당직자가 청년으로 통하는 민주당의 현주소는 민주당이 과감한 세대교체를 더는 미룰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음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을 당의 생명연장을 위한 일회성 영양주사쯤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지금보다도 강하고 유능한 대권주자로 육성시켜주는 정치적 인큐베이터 역할을 훌륭히 해낼 때만이 참신하고 미래 유망한 인재들이 차후에도 민주당에 계속 수혈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민주당을 먹었느냐, 아니면 민주당이 안철수를 먹었느냐는 호사가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탄생을 둘러싸고 단연 즐겨 이야기해온 입담 소재다. 한국정치에서 지루할 정도로 숱하게 목격된 이합집산과, 그러한 이합집산의 대부분이 불행한 결별로 끝난 역사에서 비롯된 일반적 경험칙의 산물일 게다.

안철수와 민주당이 시급히 착수해야 할 급선무는 국민들이 소화 가능한, 이해 가능한, 납득 가능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도, 민주당도 평범한 서민과 중산층에게 쉽사리 체감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의제들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결과 재벌들과 부자들의 정당으로 불러야 올바를 새누리당이 민생 분야에서 되레 변별력을 뽐내는 어처구니없는 기현상이 지속적으로 빚어져온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모두에 신당이 동시다발적 존재감을 과시하기는 당장은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 문제들 중 국민의 피부에 쉽사리 와 닿는 전선에서부터 돌파구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거대한 제방도 작은 바늘구멍으로 인해 무너진다고 했다. 신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두드러지게 돋보이게 할 폭발력 높은 이슈에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적용해보자는 뜻이다. 민생에 강한 야당이 민주주의 회복에 유능한 야당으로, 더 나아가 한반도 관련 사안들에서 빼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야당으로 나아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염원하는 수권능력을 가진 강력한 대안정당의 면모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 얼마 전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한 21세기경제학연구소(www.taeri.org) 3월호 소식지에 기고한 글임.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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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3/17 [14: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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