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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 유키치, 한국의 눈으로 평가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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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탈아론' 후쿠자와유키치, 침략의 원흉만은 아니다!”>를 비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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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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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기사입력 |
2010/12/11 [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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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6일 자 프레시안의 “'탈아론' 후쿠자와유키치, 침략의 원흉만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띄어 나는 단숨에 읽었다. 제목만 들여다보면 마치 한국사회에서 후쿠자와라는 인물이 침략의 원흉처럼 여겨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글쓴이 김동기 씨는 철학아카데미 상임연구원이란 직함을 가진 사람으로 그는 말한다. “중국은 청조가 붕괴되고 나서야 열강의 침략에 대한 중국적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선은 명·청 교체기와 청조의 조선 지배 이후 보여준 왜곡된 양상을 그대로 이어받아 자주적 대응을 상실했다.”고 말이다. 비비 꼬았지만 쉽게 말한다면 조선왕조가 빨리 무너지지 않아 ‘자주적 대응’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의 정서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견해가 존재한다. 하나는 조선왕조가 있어서 대응을 못 했다고 보는 견해와 또 다른 하나는 외부세력이 600년 사직인 조선왕조를 무너뜨리려고 해서 자주적 대응이 안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이런 두 가지 상황을 지나친 채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면 김동기 씨처럼 ‘후쿠자와는 침략의 원흉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우리에게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한 이론, '탈아론'으로 유명한 후쿠자와이지만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누구보다도 조선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개화파를 중심으로 조선 사회의 문명화에 많은 기대를 했고, 물질적 지원도 마다하지 않은 경력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후쿠자와를 침략의 원흉으로 무조건 매도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봄 직한 말 같은데 바로 일본인들이 입만 열면 해대는 말이다. 후쿠자와가 침략의 원흉이 아니라면 조선의 은사라도 된단 말인가! 일본의 식자들은 말한다. 김동기 씨처럼 말이다. 일본근대화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후쿠자와유키치(福澤諭吉)는 조선독립을 위해 일한 사람이라는 투의 책을 일본은 오늘도 앞다투어 찍어 내고 있으며 많은 우익은 이에 동조한다. 정말 김동기 씨 말처럼 후쿠자와는 조선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따스한 눈으로 아시아인을 보듬은 인물인가! 후쿠자와가 마치 아시아인을 사랑한 듯한 제스처에 대해 일침을 가한 사람은 재일사학자 금병동 씨이다. 그는 임진, 정유재란 때 풍신수길이 조선인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다가 교토 풍국신사 앞에 묻어 놓은 잔악한 사건을 평생 파헤친 사람으로 1898년 3월 22일 일본 일간지 지지신보(時事新報,1882.3.1 후쿠자와 창간) 사설에 실린 ‘'지나인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글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 도대체 왜 후쿠자와가 조선을 도운 사람이라는 말이 나도는가? 김동기 씨 글에서는 유감스럽게 이 말의 본뜻을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 아쉬운 점이다. 일본인들이 많이 보는 일본판 위키피디어사전에는 ‘조선독립운동지원’이란 소제목으로 후쿠자와를 치켜세우고 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이 제목은 그러나 후쿠자와가 살다간 시대만 추적해도 금방 불순한 의도의 글임을 알 수 있다. 후쿠자와는 하급 무사집안 출신으로 1835년 1월 10일 태어나 66살을 살다가 1901년 2월 3월 죽은 인물이다.1901년에는 풍전등화이긴 하지만 엄연히 조선왕조가 존재하였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일제의 조선 강제병합은 후쿠자와가 죽고 9년이나 지난 뒤인 1910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러한 시기에 후쿠자와가 ‘조선독립운동지원’을 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위키피디어는 말한다. ‘후쿠자와는 조선인 애국자 김옥균이 찾아와 조선독립을 도와달라고 하자 조선의 독립운동에 가담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후쿠자와가 뭘 어떻게 조선의 독립을 위해 도왔다는 내용은 없다. 여기서 혼동하면 안 될 말이 있다. ‘후쿠자와의 조선독립운동지원’과 1910년 일제 강제병합 후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목숨 바쳐 투쟁하던 그 ‘대한독립운동’은 전혀 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후쿠자와의 이른바 ‘조선독립운동지원’은 조선왕조 타도가 그 목적이라는 점을 지나치면 안 된다. 2010년 8월 10일 나는 경술국치 100년, 한일평화를 여는 역사 답사단과 함께 일본 기타큐슈의 조선인 강제연행 탄광을 비롯하여 나가사키 인권박물관, 교토 단바망간기념, 우토로마을을 거쳐 도쿄 야스쿠니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그때 일본인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일본 유일의 가해역사를 기록한 오카마사하루기념관엘 들렸는데 국가지원 없이 순수 민간인의 십시일반으로 지은 다소 비좁은 기념관 안 2층 계단 입구에서 한 장의 커다란 후쿠자와유키치 사진과 맞닥트린 적이 있다. 기념관 사람들은 후쿠자와유키치를 침략의 원흉으로 보고 있었다.
▲ 일본의 고액화폐인 1만엔권에 잇는 후쿠자와 유키치 © 위키피디아 | | 또한, 악명 높은 도쿄 야스쿠니신사 안의 전쟁미화 기념관인 유슈관 2층 전시관 벽면 가득 후쿠자와 일행의 이른바 선진서구문명 시찰을 마친 그림도 본 적이 있다. 아직 근대화라는 문명의 등불이 일본을 확연히 비추기 전 명치정부는 후쿠자와 유키치, 이토오 히로부미 등을 포함한 신사유람단을 서구에 보내 발전한 서구문명을 배워오게 한다. 조선으로 말하면 갓 쓰고 짚신 차림의 세상에 살다가 맞닥트린 영,미국의 문명은 한마디로 후쿠자와에게는 쇼크 그 자제였다. 후쿠자와 일행은 귀국길에 들른 싱가폴의 한 식당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아 미개한 나라 조선을 포함한 지나인(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을 집어 삼키고(탈아론) 이를 토대로 서구로 진출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귀국하여 착착 일을 진행 시켜 나간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다만, 그 ‘미개한 나라 조선’ 사람들만 이러한 사실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여 마치 후쿠자와가 조선을 도운 양 말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한 술 더 떠 김동기 씨는 ‘조선독립운동을 위해 애쓴’ 후쿠자와를 모르는 한국인들을 향해 ‘극복되지 않는 근대성’이라고 비판한다. 정말 그럴까? 후쿠자와가 김옥균을 도와 조선왕조를 무너뜨리는 일에 앞장섰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근대성의 결여라고 붓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한국인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이다.이는 마치 안중근에게 저격당한 이등박문을 다시 봐야 한다는 말이며 이등박문 손에 이끌려 일본 땅으로 끌려가던 11살의 영친왕에게 눈깔사탕 하나 사준 일이 있다고 이등박문을 침략의 원흉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하는 말과 같다. 역사를 보는 눈은 부분을 넘어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코끼리 다리만으로 코끼리를 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평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은 자유로운 일이다. 그러나 입만 열면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애쓴 일본의 공덕을 알아주지 않는 조센징’이 서운하다는 일부 못된 일본인들의 말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는 옳지 않다. 후쿠자와에 대한 평가 역시 일본인들의 잣대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잣대로 재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은 거듭 강조하지만 후쿠자와가 김옥균을 도와 조선왕조 타도를 위한 ‘조선독립운동지원’을 했다는 말과 1919년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조국의 광복을 되찾는 날까지 목숨을 바쳤던 숭고한 ‘대한독립운동’을 제발 혼동하지 말아 달라는 말이다.그것은 글을 쓰는 사상의 자유 이전에 빼앗긴 나라를 구하려고 죽어간 수많은 이 땅의 애국지사와 후손들을 모욕하는 말이며 더 나아가 일본의 조선 강탈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붓놀림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역사적 바탕을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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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2/11 [12:13]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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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물인 2010/12/24 [08:42] 수정 | 삭제
- ㅎ 2010/12/14 [16:53]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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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 2010/12/14 [07:10]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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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 2010/12/14 [03:56]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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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철학자 2010/12/13 [22:22]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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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서울 2010/12/13 [15:38]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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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물인 2010/12/11 [20:20]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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