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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이 '차별철폐투쟁' 그날을 위해
[기획] 장애인문화권리(1) : 장애인 운동의 경과 및 평가
 
김도경   기사입력  2003/11/01 [11:56]

420, '장애인의 날'에서 '장애인 차별철폐투쟁의 날'이 되기까지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집회모습     ©대자보
1980년대 초 정치적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부독재는 광주민중항쟁과 삼청교육대 등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 속에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복지사회구현'을 내걸고 1981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제정하게 된다. 장애인들의 가열찬 투쟁의 성과물이나 기념해야 할 어떤 사건도 없이 장애인의 날이 이렇듯 정치적 선전물로 출발했기에 지난 20여년 동안의 기념식은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영부인이 단골로 등장해서 동원된 장애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장애인복지 유공자들에게 훈·포장을 나눠주고,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장애극복상'을 수여한다. 평소엔 무관심하거나 이따금 동정적인 기사를 한두번 내보낼뿐인 각 방송과 언론은 이날 하루동안은 마치 장애인들에게 대단한 관심이라도 있는 듯 종일방송을 편성하기도 한다.

1980년대 후반, 사회전체의 민주화 투쟁 속에서 청년장애인들도 장애인의 문제가 개개인의 노력이나 가족의 희생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사회구조적인 문제속에서 해결하려는 장애인운동이 시작된다. 이는 장애인의 날을 정권이 선사한 전시적인 날이 아니라 우리의 날로 만들기 위한 외침의 시작이었다.

1989년 '장애인권익촉진 범국민결의대회', 1990년 '기만적인 복지정책 규탄 및 400만 장애인 인권쟁취결의대회' 등 4월 20일을 전후한 행사들은 장애인문제연구회 '울림터', 장애인운동청년연합(이하 장청) 등의 청년단체에서 주도하며 치러오다가 이후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이하 전장협)의 '노동권 쟁취'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로 발전한다.

전장협은 1990년대 초반 '노동권쟁취를 위한 결의대회' 등을 거쳐 1996년부터 '장애인 노동권리 확보를 위한 범국민 걷기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이는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 편의시설, 참정권 등 장애인의 많은 문제들 중에서 '노동을 통한 사회참여'가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임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전장협은 '장애인의 날' 행사를 장애인단체나 장애대중 뿐만 아니라 각 지역 장애인과 민주노총 등의 제 노동·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함으로써 이 행사를 사회의 많은 양심세력들과 함께하는 틀로 확대시켰으며, 최정환·이덕인 열사 투쟁 등을 통해 장애인 운동을 변혁운동의 부문운동으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1998년 전장협이 서울장애인연맹(이하 서장연)과 통합하면서 매년 치러진 '장애인의 날' 행사는 지난 해 다시 한번 변화, 발전을 이루게 된다. 즉 울림터에서 장청, 전장협, 서장연으로 이어져온 행사의 주체가 수십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을 주축으로 한 대중조직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2002년 '장애해방을 선포하라'라는 주제로 일주일동안 계속된 '장애인의 날' 투쟁에서는 장애인의 노동권뿐만이 아니라 이동권, 참정권, 시설비리 척결, 장애여성 문제 등 사회 각 분야별 차별철폐투쟁으로 치러졌다.

▲장애인들의 집회를 정경들이 둘러싸고 있다     ©문화사회

2003년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 4월 20일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을 당당한 장애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로 선포한다.
△ 장애인의 이름으로 장애인 차별철폐와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선포한다.
△ 자본의 세상에서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구조적이 모순을 폭로하고, 선전하는 날로 선포한다.
△ 진보적 장애운동의 연대투쟁을 모아내고 이후 조직적인 연대를 지속적으로 열어나간다.

라는 목표 아래 '4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기획단'은 각 영역별 요구안을 정리하여 정부 부처와 실질적인 협상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 때 제시된 요구안은 일상생활 속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차별적인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정리되었다. 그리고 '4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기획단'은 이 요구안을 선언적인 의미가 아닌 해결해야 할 제1과제로 밝히고, 국가에 당당히 요구하였다.

그 구체 요구사항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제정이 필두로 제시되었으며, 장애인의 노동권 및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요구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확대·강화, 장애인고용촉진기금 확대 등이 있었다. 또한 장애인 교육권 보장과 관련한 요구로는 장애학생 교육의 의무교육화와 통합교육 확대, 특수교육예산 확대 등이 제시되었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이동보장법률')" 제정, 편의시설전담부서 설치 및 예산 확보 등을 제시하였다. 장애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안들도 제시되었는데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의 인권 보장, 가정폭력으로부터 장애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 장애여성의 양육권 보장, 100인 이상 기업체의 장애인의무고용율을 5%로 확대하고 50%를 장애여성에게 할당, 장애여성화장실 설치 등이다.

그리고 장애인에 관련된 모든 정책결정과정에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장애수당과 국민연금법상의 장애연금으로 보호되지 않는 장애영역에 대하여 장애인연금법(제도)를 실시하여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수급권자의 범위와 복지예산 확대하여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안으로 의사소통권 보장, 문화향유권 보장, 학습접근권 보장, 정보통신접근권 보장 등도 함께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는 많은 요구안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형태였을 뿐, 총체적인 시각에서 각 요구들을 조직적으로 모아내지 못하였다. 그리고 부산, 광주, 충북 지역 등에서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이 있었지만, 역시 전국적으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되었다.

420 이후 투쟁의 과정

420 이후 장애인 운동은 각 영역별로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이동보장법률 입법 추진, 장애연금법 제정 추진 등의 법제정 투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 교육권 확보, 장애여성의 권리 확보, 장애인의 자립생활 확보, 기초법 요구와 장애인 노동권 쟁취, 편의증진법 개정, 정보접근권 보장 등을 쟁취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또한 얼마전에 출범한 한국장애인IL(자립생활)단체협의회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 입법추진 공동대책위원회 등 아직은 단일 사안별이긴 하지만 전국조직화의 흐름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장애인문제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들이 총론의 부재로 인한 사안별 결합, 계기성 사업 등으로 연대사업이 일회성 사업이나 몸대주기식 사업으로 각 단체내에서 소모성 사업으로 인식되고 이는 각 단위들이 힘을 받지 못하고 분산적인 활동에 그칠 우려가 있다. 현재 각 영역별, 사안별로 전개되고 있는 장애인 운동을 전체적인 방향에서 고민하고 모색하는 가운데 내용을 조직해나가야 하며, 이 과정은 바로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을 함께 조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또한 서울 중심의 운동에서 각 지역 중심의 운동으로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각 지역간의 내용적 공유를 통해 장애 운동의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문화연대에서 발행한 주간문화정책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culture.jinbo.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 필자는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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