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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항거하는 대학비리
[김영호 칼럼] 시간강사가 대학교육 절반 차지, 교육의 미래는 어두워
 
김영호   기사입력  2010/06/08 [17:17]

지난 달 25일 어느 대학 서아무개 강사(45)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의료를 시간당 쳐서 준다고 해서 대학강사를 시간강사라고 부른다. 전국에 대학강사는 대략 6만여명이 있는데 평균 주4.2시간 강의해서 연간 400만∼500만원을 번다. 교통비, 식사비를 빼고 나면 몇푼 남을까 말까 하다. 일용잡급직보다 나을 게 없는 신세다. 여기 저기 애걸해서 이 대학 저 대학에서 강의를 더 얻어봤자 그 생활이 너무나 비참하다. 그 처참함이 교수의 꿈을 앗아가는 세상을 한탄하며 하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는 죽음으로 대학의 채용비리를 고발했다. 그의 유서는 교수직을 마리라는 표현으로 비하했다. “한국 사회는 썩었습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았습니까? 교수 한 마리가 1억5,000만원, 3억원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 받았습니다. 대략 2년 전 전남의 모 대학 '6,000만원', 두 달 전 경기도 모 대학 '1억원'이더군요. 썩었습니다. 수사 의뢰합니다. 강사들 그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 누구든 교수는 될 수 없습니다."

그는 또 논문대필로 얼마나 혹사당했는지도 털어놨다.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박사 논문 1편, 한국학술진흥재단 논문 1편, 석사 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 논문 4편을 썼다"면서 "같이 쓴 논문 54편 모두 제가 쓴 논문으로, 교수님은 이름만 들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내쫓으려 하신다"면서 "제자로서 받들려고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세상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며 절규했다.

2008년 2월에도 어느 여자 대학강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녀의 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 더 이상은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기 때문….” 그녀는 이어 “귀국 초에는…학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란 마음으로 하루를 쪼개어 고시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며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열심히 논문을 쓰며 보냈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기 위해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이어진다. 교수임용을 둘러싼 대학사회의 비리와 모순을 몸으로 터득한 절망과 환멸의 토로였다.

대학의 임용비리, 논문대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으로 교수가 된 사람이야 소수이겠지만 대학교수가 되려면 억대를 써야한다는 소문은 수십년 묵은 공개된 비밀이다. 학기가 바뀌면 같은 전공 교수사회에서는 어느 대학 누가 얼마를 주고 교수가 되었다는 소문이 공인된 사실처럼 파다하게 나돈다. 1988년 이후에 알려진 것만도 9명의 대학강사가 교수임용 비리와 불합리한 강사제도를 목숨을 던져 항거했다. 그럴 때마다 세상은 너무나 냉담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곤 한 것이다.  

잘 나가는 교수들은 정부의 무슨 무슨 위원을 도맡아서 한다. 직업이 교수인지 위원인지 모를 판이다. 그들이 정부기관의 연구용역을 도맡아 정부의 입맛에 맞춰 논문을 양산한다. 조교나 강사로 하여금 짜깁기하도록 해서 주문생산을 해내는 것이다. 그리곤 용역비를 통째로 삼킨다. 일거리가 넘쳐 세무사를 두고 정산한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학위논문까지 이런 식으로 만든다고 한다. 논문대필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대학이 이렇게 썩었어도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의 손길을 뻗힌 적이 거의 없다. 대학이 법의 무풍지대이니 채용비리, 논문대필이 음습한 곳에서 자라는 독버섯처럼 무성하다. 실력이 있어도 빽이나 돈이 없으면 교수의 길이 닫힌다. 반대로 빽이나 돈이 있으면 교수의 길은 열린다. 고인의 유서에 남긴 “교수의 꿈을 돈으로 뭉개는 부패한 한국사회가 증오스럽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돈으로 교수직을 팔고 사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모르겠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사는 그들이 불쌍하다.

국회로 가는 길목에는 농성천막 하나가 오늘로 1,005일째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가 대학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기를 바라는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의 노숙농성장이다. 폭우가 쏟아져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지킨 자리다. 그래도 국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강사가 대학교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들이 고학력 빈곤층으로 전락했건만 착취는 멈출 줄 모른다. 대학의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목숨을 던지는 나라. 교육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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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08 [17: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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