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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의 '자발적 노예'를 자청하는 사람들
한양대 도서관 CCTV 설치논란, 인권과 바꾼 감시의 시선
 
황진태   기사입력  2003/10/29 [12:22]

한양대는 빅브러더의 '자발적 노예'가 될 것인가?

한양대에서 본교 도서관 폐쇄회로 티브이(CCTV) 설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설치 이유는 도서관 안에서 분실 사고가 잦기 때문이라고 한다.

▲길거리에 설치돼있는 CCTV     ©YTN
한양대 총학생회가 교내에서 벌인 설치 설문조사 결과, 70%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학생들이 폐쇄회로 티브이 설치에 찬성했다는 사실에 나는 분실물이란 물질적인 가치가 사생활이라는 인권의 가치보다 위에 올려져 있음을 확인하고 씁쓸해졌다.

여기서 물질적인 가치를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나 전근대, 근대를 거치며 시민, 민중을 통제해온 규율권력을 깨뜨리려는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 얻어낸 사생활의 자유를 자의든 타의든 권력(학교재단)에 상징적으로 다시 넘겨준다는 것은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누군가로부터 감시받는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다”, “개인의 사생활과 초상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견을 올리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나 총학생회에서는 “도서관 안에서 일주일에 한두 건 이상 절도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며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카메라 설치와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이 동전의 양면을 모두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다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어렵다.

1993년 영국에서는 네 살짜리 어린이 유괴사건이 있었는데 결국 범인은 폐쇄회로 티브이에 의해서 검거되었다. 그 영향으로 사건 이후 500개 이상의 도시에서는 200만대의 티브이가 가동됐다. 그렇다면 범죄율은 줄었을까? 그것이 설치된 도시보다 설치 안된 도시의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설치된 도시 안에서도 설치 지역은 안전할지라도 설치되지 않은 골목길은 오히려 더 위험한 우범지역으로 변하게 되었다.

여기서 총학생회가 주장하는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시시티브이를 절충적으로 몇몇 곳에 설치한다는 의도일진대 이는 설치되지 않은 구역에서는 여전히 절도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음을 영국 사례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근거의 하나는 보안법이란 제도적 감시체계에 따라 개인의 사상이 ‘자기검열’을 거쳐야만 된다는 비인간적인 요소 때문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규율체계가 여전히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 거기에 미시적인 통제의 일환인 폐쇄회로 티브이의 ‘시선의 비대칭’까지 더해진다면 개인의 ‘규율의 내면화’가 강화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권력의 욕구에 부응해줄 뿐인 것이다.

또한 시시티브이를 뜻하는 ‘폐쇄회로’처럼 감시사회는 자유민주주의의 ‘열린’ 성향에 역행되는 ‘닫힌’ 성향을 지향한다. 이러한 빅브러더의 군림에 대해서 절도 가능성 때문에 인권을 제물로 바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다.

국가보안법과 교육행정 정보시스템(네이스) 폐지와 더불어 도서관 시시티브이 설치 철회 또한 인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도임을 한양대 학생들이 상기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사회부기자

*이 기사는 10월 28일자 한겨레 [왜냐면]에 '인권을 감시하는 폐쇄회로 티브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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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29 [12: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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