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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깼다" 철거세입자들, 서울시 승소
제대로 보상 못 받은 5천여 세대 집단 소송 잇따를 듯
 
조은정   기사입력  2009/07/04 [15:37]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재개발 지역에서 임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은 세입자들에게도 '주거 이전비'를 추가로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통상 아파트 입주권과 주거 이전비 중 하나만 보상 받았던 수 천 가구 세입자들의 법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파장이 일고 있다.
 
◈ '계란으로 바위친' 세입자들의 힘겨운 승리
 
지난 3월 서울시 마포구 용강 시민아파트와 종로구 옥인 시민아파트의 50세대가 서울시를 상대로 주거 이전비 청구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법령이 개정됐는데도 서울시에서 조례를 1년이나 늦게 개정해 그 사이에는 주거 이전비를 얼렁뚱땅 보상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 세입자들의 입장이었다.
 
지난 2007년 4월에 개정된‘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임대 주택 입주권 뿐 아니라 주거 이전비를 함께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서울시는 1년 뒤인 2008년 4월에야 자체 조례를 개정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소송을 제기한지 4개월만인 오는 3일 "세입자 50세대에 대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소송 비용도 피고측인 서울시에서 부담하라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마포구와 종로구 시민아파트 세입자들은 한 세대당 1천만원씩 모두 5억여원을 보상받게 됐다.
 
철거를 코 앞에 두고 서울시를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의 힘겨운 법적 소송을 진행했던 세입자들은 이같은 판결을 환영했다.
 
세입자 대표 박찬일씨는 "법을 잘 몰랐던 세입자들이 뒤늦게 부당함을 깨닫고 어렵게 모여 소송에 나섰다"면서 "소송 과정에도 서울시의 압박이 심해 중간에 포기하는 세입자도 생길만큼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법이 우리 편을 들어줬다"고 심경을 밝혔다.
 
◈ 제대로 보상 못 받은 5천여 세대 집단 소송 잇따를 듯
 
이번 판결은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서울시에 의해 재개발에 들어간 약 5천세대 철거 세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눔과 미래'의 남철관 국장은 "50세대가 대표로 소송을 걸었지만, 똑같은 상황에 처한 세입자들이 5천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면서 "이번 판결로 세입자들의 집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권과 이전비 중 하나만 보상해왔던 서울시의 재개발 보상절차에 이번 소송 결과가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에서도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소송을 건 세입자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 시에서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빼앗겠다는 협박성 공문을 내려보내는가 하면, 해당 구청에서는 세입자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소송을 취하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이번 판결 결과로 세입자들의 집단 소송이 잇따를 경우 임대 주택 물량이나 관련 예산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에 '한강 르네상스'등 각종 프로젝트를 위한 서울시의 무리한 재개발이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세입자들이 시를 상대로 힘겨운 법적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그동안 묻혀있던 서울시의 부당한 철거민 보상절차 관행이 수면위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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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04 [15: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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