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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한나라, 보수네티즌 잡을수 있을까?
김형오위원장 반발사퇴, Best논객 전국구 추천 기획도
 
심재석   기사입력  2003/09/23 [19:33]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김형오의원홈페이지
지난 19일 한나라당 디지털 전략 추진위원장이었던 김형오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는 왜 디지털 위원장을 사퇴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디지털한나라당 추진위원장직을 사퇴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의원은 “(당지도부가) 홈페이지를 좀 뜯어고치고 홍보성 이벤트를 몇 번 개최하면 젊은층이 저절로 모여들지 않겠냐는 생각인 것 같았다”며 한나라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당의 선전활동을 위해 이메일을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고, 사이버 논객들을 동원하여 모든 게시판 사이트에 한나라당에 호의적인 글들을 도배하면 여론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며 이는 “솔직히 전략도 아니고 전술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의원의 이 같은 불만토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의원의 글만 본다면 과연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김의원은 “당의 얼굴과 체제가 약간 바뀌었을 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체질개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땅의 미래세력, 젊은이들, 소외세력들에게 어떠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현실에 안주하고 지역구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이버 대변인단의 김희정 부대변인은 “김형오 의원은 당내에서 제일 앞서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도부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라고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이버’라는 말만 들어가도 기술적이거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한나라당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지털전략 추진위원회는 아이디어를 내는 기구이지 집행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추진위원회의 아이디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희정 부대변인은 “김형오 의원이 위원장직을 사퇴했지만, 디지털 한나라 전략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후임 위원장에 이상희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 생중계 토론 ‘근혜야~ 놀아줘’도 태풍 때문에 못했다”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대변인단, 네티즌과 어울림, 열두 마당' 계획 발표

지난 18일 사이버담당 대변인단(단장 김영선)은 '네티즌과 어울림, 열두 마당'을 발표해 “대변인단이 Net-PD가 되어, 24시간 첨단 대변인실을 운영하고 , 인터넷 이슈  선점 및 전파, 별도 사이트 운영 및 컨텐츠 개발 등으로  당의 대변인이라는 기본역할과 네티즌들에게 특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ON-OFF 양동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사이버대변인단 활동계획안을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당 사이트와 별도인 한나라당 패러디사이트 「좋은나라닷컴」을 구축하여 정치와 즐거움이 결합된 폴리엔터테인먼트(Politics+Entertainment)를 펼칠 것”이라며 텍스트, 보이스, VOD가 결합된 3차원, 4단계의 계획을 세우고 “best논객은 「네티즌 전국구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추천”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 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조직구성과 활동을 번개와 정모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컨텐츠 아이디어 뱅크 및 1차 논객으로 활동할 사이버 대변인단 지원 「서포터즈」5000명, 「10만 사이버 의병」을 모집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건전보수 참여에 성패 달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의 모습은 이러한 변화노력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파병문제만 해도 한나라당은 여론 눈치보기만 급급하다. 파병반대든 찬성이든 당내에서 의견을 모으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은 전혀없이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디지털 정당에 대한 마인드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인사말조차 직접 쓰지 않는 이해구 의원은 아주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관련기사] 심재석, 추미애의원, 이해구의원에게 한판승!, 대자보 (2003/09/17)

사이버 대변인단이 디지털 정당에 대해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래 내용은 ‘네티즌과 어울림, 열 두 마당’ 중 <정치 시사뉴스 패러디>의 예이다.

“최근 여의도 한 중국집에서 주방장끼리 난투극이 벌어졌다는 소식입니다. '웃기는 짬뽕'을 선보여 화제가 된 신모(신주류)주방장이 식당주인과 짜고 주방애들을 데리고 신장개업을 하려하자 이에 반발한 자장면 외길 30년 구모 주방장이 식당 여종업원의 머리채를 뽑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시사뉴스를 딴지일보식으로 패러디하여 네티즌의 관심을 이끈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비젼을 보이지 못하고 상대당만을 비난하는 정치에 지쳐있다. 그런데, 조금 웃기게 비난한다고 해서 네티즌들이 한나라당에 동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 패러다임에 대한 본질적 변화없이 네티즌과 코드만 맞춘다고 네티즌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가장 우선적인 것은 한나라당이 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상대방의 실수로 반사이익을 얻는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 시대의 정치는 제로섬 정치가 아닌 상생의 정치를 지향해야 합니다”는 김형오 의원의 목소리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보수적 네티즌은 설 자리가 없다. 보수를 표방하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일부 사이트들은 건전한 보수네티즌들이 동참하기 힘들 정도로 과격하거나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뉴스앤뉴스나 업코리아 등은 아직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반면 진보,개혁 사이트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담아내기 힘들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한나라당의 디지털 전략이 건전한 적중해 보수적 네티즌들과 결합해서, 한나라당이 인터넷에서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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