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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상도시 실험공동체 '오로빌'을 말한다
오로빌 핵심사상은 "인간 내면의 의식의 진화"
 
김철관   기사입력  2008/03/08 [13:57]

▲오로빌내 코코넛 잎으로 만든 지붕의 인도전통 가옥     © 김철관

인도 타밀나두(Tamilnadu)주 폰디세리 주변에 있는 이상도시 실험공동체 오로빌(Auroville)은 영적 지도자 마더와 그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지난 68년 2월 28일 첫 삽을 떴다.

착공 전인 1966년 유네스코가 인도 오로빌의 탄생을 지지하는 총회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오로빌은 문화, 종교, 인종의 차이를 극복하고 인류의 단합을 추구하는 유엔의 정신을 담고 있는 듯하다.

68년 2월28일 마더(오로빌을 세우는데 일조한 영적지도자) 주재로 열린 오로빌 착공식 때 세계 124개국에서 각각 2명씩의 대표들이 참석해 그들이 가져온 나라의 흙을 이곳에 묻었다. 물론 한국의 흙도 포함됐다.

이날 착공식에서 마더는 ▲오로빌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오로빌은 전체 인류의 것이다. 하지만 오로빌에서 살려면 신성의식에 기꺼이 헌신해야만 한다 ▲오로빌은 끝없는 교육과 지속적인 진보, 그리고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의 장이 될 것이다 ▲오로빌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고자 한다. 오로빌은 안팎의 모든 발견들을 선용하여 미래의 실현을 향해 대담하게 박차고 나아갈 것이다 ▲오로빌은 인류의 실질적 일체성을 구현한 살아있는 본보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물질적, 영적 탐구의 장이 될 것이다 등의 내용을 담는 오로빌 헌장을 발표했다.

▲붉은 황토색의 오로빌 거리     © 김철관


서울 중구 만한 면적을 가진 오로빌은 국적, 종교, 인종, 과학, 문화적 배경 등을 초월해 새로운 정신의 실험장소로서 서로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면서 공존하고, 서로의 존중하면서 협동 정신을 갖게 하는 곳이다.

분명한 것은 오로빌은 과거로의 시간에 충실한 성향을 가진 인간성(Humanity)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다. 미래로부터만 그 권위를 상정 받을 수 있는 신성(Divinity)의 실현지이기 때문이다. 오로빌은 인간의 신성 실현을 향한 실험 도시라고 말해야 옳다.

실제 이곳은 무학에서 박사까지가 한데 어우러져 한 인격체로서 편견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연령, 학력, 경력, 경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모든 이들이 유용한 학문과 지식의 연구, 개척, 발견의 장소이며 영원히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젊음의 장소가 오로빌이다.

▲오로빌 내 열대 과일     © 김철관


현재 이곳은 인도(750여명), 프랑스(290여명), 독일(230여명),이태리(90여명) 등 세계 40여국에서 온 1800여명(오로빌리안, 뉴커머, 롱텀 게스트 등 포함) 사람들이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중 한국인도 20여명이 포함돼 있다. 물론 나의 가족(아들과 딸도 대안(중)학교를 다니고 있음)도 만 5년째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공동체 정신과 인간과 자연을 한 몸으로 엮는 생태적 삶을 갈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인간 내면의 산재된 이기심을 버리고 공동체 일원으로 모두가 내적·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이다.

무아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자아 성찰로 나보다도 모두를 위해, 내 집보다 내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체득해 가고 있다. 오로빌 정신의 기초는 영적지도자 스리 오로빈도(1872∼1950)와 그의 정신적 동반자 마더(본명 : 미라 알파사, 1878~1973)’이다.

스리 오로빈도 사상의 핵심은 인류 최대의 적은 인간의 내부에 있으며, 자기성찰에 정진하면 인간의 의식도 신성을 향해 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오로빌의 핵심 사상인 ‘인간내면의 의식의 진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오로빌 내 치즈 공장     © 김철관


이곳 스리 오로빈도 사상 교육연구센터인 사비트리 바반(Savitri Bhavan)의 총 관리자 쉬라다반(65, Shraddhavan)은 “자연과학의 발달이 외형적인 진화, 물질의 진화를 의미한다면 오로빈도의 핵심 사상은 인간 내면 의식의 진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개개인이 자신의 내면의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음으로써 전 세계가 조화롭고 평화스럽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면서 “오로빌은 내면의 진리를 찾기 위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미래의 이상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상 하에 오로빌 사람들은 스스로 요가나 명상 등 여러 방법의 정신적 수양을 통해 오로빌의 영적 지도자 오로빈도와 마더의 사상을 실천에 옮기려 노력하고 있다.

참고로 오로빌은 까르마 요가를 수행한다. 스리 오로빈도에 의해 탄생한 까르마 요가는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 의미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채 신께 땅에서의 노동을 신실한 헌신으로 바치는 요가이다.

요가 수행 중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여러 갈래와 여러 측면의 고단한 반영들에 의해 스스로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시시각각 부단히 각인된 것은 자신 내면 안에 있는 진정한 존재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 의식을 향한 발원과 성찰을 통한 부단한 수행으로 거듭나 더 진보된 생을 구현하고 싶은 숨어있는, 때로는 이미 확연한 내면의 소리가 까르마 요가를 통해 발현된다는 것이다.

▲오로빌 내 예술인 마을인 스비담의 건축물     © 김철관


오로빌은 마더의 영적동반자인 스리 오로빈도의 오로와 빌리지의 빌이 합친 이름이다. 오로빌리안의 영적지도자 오로빈도는 1872년 8월 15일에 캘커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영국으로 건너가 캠브리대학에서 수학했고 20세에 인도로 돌아와 인도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스크리트와 뱅갈리 그리고 정치적인 활동 등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인도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 체포돼 감옥을 살기도 했다. 감옥 안에서 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써놓은 책들을 읽었고 감옥에서 나와 여러 인도의 영적인 스승을 만나면서 스스로 득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정치권, 대학 등 인도 전역에서 스리 오로빈도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오로빈도의 영적 철학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연구의 대상이 될 법도 하다. 지금도 오로빌 내 택시, 사무실, 집안 등 곳곳에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로빌내 티베트 파빌리온의 촛불의식     © 김철관

이곳 스리 오로빈도 사상을 연구하는 모임인 사비트리 바반 내에 곧 오로빈도 사상을 그리는 상징적 형태인 동상이 곧 세워질 예정이다. 물론 인도 각지에 오로빈도 사상에 심취된 사람들이 그를 그리기 위해 동상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 생전 마더는 영적동반자 오로빈도의 사상을 현실화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 인도 오로빌을 선택했다. 68년 착공 당시 오로빌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뱅골 보리수 한 그루만 있었다고 알려짐) 사막같은 척박한 땅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마더와 초창기 그를 따르던 10여명의 사람들이(1세대) 현재의 오로빌을 위해 숲과 건물과 집과 길을 만들면서 삶의 터전을 차츰 일구어갔다고. 오로빌은 마티리 만디르라는 명상센터를 중심으로 직경 5㎞의 원형 도시로 이뤄졌고 그 안에 주거, 문화, 산업, 국제 등의 지대로 형성돼 있다.
 
이런 오로빌에 유기농법, 환경친화적 및 대체의학, 에너지 재활용과 토양과 수자원 보존, 내면 영적교육 등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과 인간의 내면의 진화에 대한 실험이라는 것이다. 오로빌은 개인의 삶과 전체의 공동의 삶을 동시에 경험하고 더불어 각 나라와 인류전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70대 노인이 운영하는 오로빌내 마사지의 집. 마사지 비용은 자율적이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김철관

즉 인류의 완벽하고 풍부하고 멋들어진 다양성을 받아들여, 완전한 자유 속에서 꽃을 피우게 하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내적인 일체성을 성취하고, 하나가 된 조화로운 사회를 향유하는 것이 오로빌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곳에 와 진정한 오로빌리언이 되려면 ▲내면의 발견, 곧 사회, 도덕, 문화, 인종 및 유전적 겉모습 뒤에 있는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해야 한다는 점 ▲이곳의 자유가 또다시 이기심과 그 욕망과 야심의 노예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 ▲사유의 개념이 없어야 한다는 점 ▲일(그것이 육체 노동이라고 할 지라도)은 내면을 발견해 나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라는 점 ▲온 지구가 새로운 종의 출현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 ▲새로운 종이 과연 무엇인지는 서서히 드러날 것이고, 그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우리 자신을 신성에 온전히 바쳐야한다는 점 ▲진정한 해방은 신성과의 합일에 의해서만 얻어지고, 이기심이 극복되었을 때에만 우리는 신성과 합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명심해야 된다.
▲오로빌 내 수퍼마켓     © 김철관

특히 마더는 살아생전 오로빌에 들어오기 위한 조건으로 어떠한 외부적 조건, 경험, 실력, 능력 등이 아닌 선의지(Good Will)강조했다. 미래와 진리를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치고자 하는 선의지는 모든 과거의 구습과 편견, 선입견으로부터 자신을 건설적으로 일으켜 세우며, 주변의 모든 사람의 삶을 선함으로 도와 일으켜 세워주고 더 나아가 주변 모든 사물과 상황에 대해 오로지 선함으로 조화를 추구하며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마더가 말한 오로빌의 비전과 이상으로 ▲인간이 미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장소 ▲인간이 자신의 발전과 변화만을 생각할 수 있는 장소 ▲인간이 국가간의 경쟁, 종교, 야심을 떠나 충돌 없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는 장소 ▲지구가 요청하는 바는 인간이 모든 국가 간의 경쟁, 사회적 인습, 자기 모순적인 도덕, 자기주장에 빠진 종교들로부터 자유하며 살 수 있는 장소 ▲인간이 과거에 의한 모든 노예적 구속에서 해방되고 신의식을 발견하고자 수행하는 일에 바칠 수 있는 장소 ▲미래의 진리를 위해 살고자 열망하는 모든 이에게 스스로를 바친 장소 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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