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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 호주제폐지 프로그램으로 대결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와 KBS1, '노란 손수건'
 
임순혜   기사입력  2003/08/14 [16:23]

일주일에 방송3사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줄잡아 40여편이 된다. 아침드라마를 시작으로 메인 뉴스 시작 전에 방영되는 일일 드라마를 비롯, 월,화 미니시리즈, 수,목 드라마, 주말드라마, 시트콤 등 일주일에 40여 편의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주제는 사랑이다.

▲MBC 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홈페이지 메인화면, 이 드라마는 여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이다.    ©MBC홈페이지
TV드라마는 실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여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해주는데, 기본적으로는 허구다. 그러나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TV드라마는 각각의 등장 인물들의 삶을 우리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TV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의 우리 드라마는 사랑이야기를 다루면서 신데렐라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난하고 착한 소녀가 부잣집 딸인 라이벌에 대항해 재벌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TV속의 여성은 오로지 사랑과 결혼에 일생을 건 모습이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일을 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여성의 일도 결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그려질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드라마 풍토에 반해 MBC의 일일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여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낳고 7년 동안 기르다가 아이를 못 낳는 전 남편이 인지신고를 통해 일방적으로 자기 호적에 올리고, 양육권 소송을 통해 아이의 양육권마저 전남편이 갖게되는 모순된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며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차별과 호주제의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아직 진행중인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작가 박완서의 소설을 드라마화 한 TV 드라마로 문제의식을 분명히 갖고 출발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KBS1의 일일 드라마 노란 손수건 중 한장면, 극중 자영과 할머니의 모습     ©KBS홈페이지
KBS1의 일일 드라마 '노란 손수건'도 여주인공이 혼자 아이를 낳아 3년을 키우다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되고, 아이를 결혼할 남자 호적에 입적시키자 전남자가 자기 아들이라며 무효소송을 벌이는 과정을 그려 현행 호주제의 실상과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

이 두 드라마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성차별과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그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으며, 미혼모와 그 미혼모가 새로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과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여성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행 호주제의 횡포와 문제점을 드러내주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대우가 호주제라는 낡은 법의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 두 드라마를 볼 때, TV드라마가 여성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한 몫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남성에 의존적이며 모든 것을 남성과의 결혼에 걸고 있는 것에 반하여 이 두 드라마는 여성의 삶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미혼모 문제와 호주제 문제를 정식으로 다루며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방해하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다루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81년에 만들어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랑하는 사람아'(정윤희. 한진희 주연)는 여주인공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 아이를 전 남자에게 주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의 모습을 드라마로 공론화 할 수 있는 여건은 성숙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TV드라마는 가난하고 착한 여자가 부자집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는 기본적인 신데렐라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성에 의존적이고 결혼에 모든 것을 걸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주체성 없는 여성의 모습은 이제 TV드라마에서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 필자는 KNCC 언론위원으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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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14 [16: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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