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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률에는 '프라이버시'가 없다
프라이버시 보호 법제 개선을 위한 연속 워크숍 열려
 
김주영   기사입력  2003/08/13 [19:17]

▲워크샵 모습     ©대자보
NEIS, 인터넷 실명제, 강남의 CCTV 설치논란이나, 노동 현장의 각종 감시 문제까지 사회에서 벌어진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다. 정보화사회로의 이전과정에 있는 현재 우리 사회 내에서, 프라이버시권을 둘러싼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첨예한 갈등양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미비한 탓에 프라이버시권은 다른 권리들과 충돌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권은 한 단계 아래로 인식되면서, 제대로 된 해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 뿐 아니라, 각종 연구 기관이나 정부부처에서도 프라이버시 법제 정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감시근절연대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9개 시민단체들이 프라이버시 보호 법제 개선을 위한 연속 워크숍을 개최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이번 워크숍 중 첫 번째 워크숍이 8월 12일 '프라이버시 보호 법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란 제목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렸다. 50여명의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워크숍에서는 기존의 우리나라의 프라이버시 보호 법률 및 제도들의 성과와 문제점들, 그리고 해외의 주요 프라이버시 보호 법률과 제도들의 장단점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됐다.

워크샵은 크게 두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의 프라이버시 기본법의 위상과 여타 법률과의 관계, 그리고 둘째로 국제적 프라이버시보호 법규 및 기준의 흐름과 원칙에 대한 것이다.

김연수 중앙대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프라이버시 관련 법률이 아예 없다. 프라이버시 기본법이 없다라는 말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그것은 법률용어로 프라이버시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의 프라이버시 관련 법안이 전무함을 지적하였다. 김연수 연구원은 "민간정보는 정보주체자의 동의를 통해 무조건적으로 공개할 수 있으며, 이때 제공받는 제3자라는 것에도 구체성이 결여되어있다. 법에 수많은 back door(편법)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현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연수 중앙대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대자보
이어 김연수 연구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은 있어야 하고 각 부분별로 세부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 프라이버시본법 즉 기본법이 있고 각각 세부적으로 나눠져 각 부분별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해, 상위법안으로 프라이버시 기본법이 마련되어야만 우리나라에서의 프라이버시 보호의 기초를 세울 수 있음을 강조했다. 사실 이런 프라이버시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어왔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였지만 논의만 무성했을 뿐 아무런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워크샵에서는 우리나라 사회 각 부분에서 프라이버시의 침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노동부분에서 CCTV설치를 통해 노동현장을 감시하는 등 노동부분에서의 프라이버시침해가 심각함이 워크숍에서 지적됐다.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이황현아 사무국장은 "10개중 9개의 사업장에서 감시가 있다는 결과가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것이 야기하는 문제는 외국과 달리 관련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심각성이 더 크다. 노동자 통제시스템, 감시시스템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으로는, 노동자들의 불안심리 조장, 노동강도 강화, 동료들 끼리의 경쟁 심화 등으로 나타난다."고 말해 노동현장의 감시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황현아 사무국장은 노동감시를 단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노동감시는 협의사항으로만 되어있을 뿐, 그것마저도 협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례, 조사결과는 사회에서 쟁점사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노동조건의 문제, 프라이버시권으로 규제 보호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부분에서의 문제도 지적됐다. 미국의 경우 사업장내에서 월요일마다 소변검사실시해 마리화나나 마약근로자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통해 근로자의 타액과 소변, 머리카락 등을 검사해 마약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퇴출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약에 손대는 사람이 산재율이 높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이런 보건정보를 조사하여, 차별을 주는 경우도 많으며, 또 한편으로 유전자정보를 이용한 차별도 있음이 지적됐다. 외국의 경우 유태계여성의 유방암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가입 대상 자체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유전정보를 이용한 새로운 차별인 것이다.

워크숍에서는 이런 개개인의 부분 외에도 국가안보와 관련한 법제로 인한 국민의 프라이버시침해 문제도 지적됐다. 정영화 서경대학교 교수는 "사회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해서 프라이버시보호를 말한다는게 굉장히 힘든 부분이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프라이버시제한이 매우 모호한 조건으로 제한하고 있는 문제와, 세계에서 법원의 결정절차는 거치게 되어있는데 우리나라는 검찰에서 직접 행사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제한조건의 구체성과 절차의 적법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문제는 현재에도 다른 권리들과의 계속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현실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김연수 연구원은 "원칙이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 정보는 분리되어야 하며 정보소유자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라고 말해 기본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것도 개선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워크숍에서는 다른 나라의 프라이버시법에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 모범이 될만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는 캐나다 영국, 호주, 독일 등이 꼽아졌으며, 이들을 벤치마킹하여 종합적인 법제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프라이버시는 앞으로 본격화될 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기본권 중 하나다. 자신의 정보는 재산으로 생각되어야 하며, 정보의 주체자가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워크샵은  정보화사회에 필수적인 프라이버시법에 대한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에 의견일치와 함게 구체적 방안을 연속적으로 찾으려 하고 있다.


[워크숍 일정안내]
연속 워크숍 - 프라이버시 보호법제 개선의 쟁점들

▶ 공동주최 : 노동자감시근절연대모임,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 시민행동 (총 9개 단체)
▶ 주관 : 함께하는 시민행동(http://www.ww.or.kr / http://www.privacy.or.kr)
▶ 후원 : 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http://www.icm.or.kr)
▶ 연락처 : 박준우(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 02-921-4709, minhae@mail.ww.or.kr)

제2회 워크숍 : 프라이버시 감독 체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 일시 : 2003. 8.21 (목) 오후 2:00 - 6:00
▶ 장소 : 미정
▶ Session 1 : 프라이버시 보호 감독기구의 바람직한 위상, 역할 및 기능
- 발표 1 : 해외 프라이버시 위원회의 국가별 위상과 역할 비교 검토
- 발표 2 : 현행 프라이버시 보호 담당 기구별 성과와 한계 분석
- 발표 3 : 한국의 프라이버시 보호 감독기구의 위상과 역할
- 토론 1 : 프라이버시 보호 감독기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조건 - 토론 2 :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과정, 위상 및 역할에 대한 검토
- 전체토론
▶ Session 2 : 프라이버시 보호 감독기구의 구체적 권한
- 발표 1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사전적 권한 검토
- 발표 2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사후적 권한 검토
- 발표 3 : 프라이버시 영향 평가제도의 구체적 사례 검토
- 토론 1 : 프라이버시 사건 조사를 위한 감독기구의 적정 권한 검토
- 토론 2 : 프라이버시 감독기구의 결정의 이행을 위한 권한 검토
- 전체 토론

제3회 워크숍 : 프라이버시 보호 법제의 규율 대상과 범위
▶ 일시 : 2003. 8.26 (화) 오후 4:00 - 6:00
▶ 장소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 발표 1 : '개인정보보호법'인가, 아니면 '프라이버시보호법'인가?
- 발표 2 :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의 규율 방식 구분 여부
- 종합 토론 - 1∼3회 워크숍의 주요 발표·토론자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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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13 [19: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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