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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방위 로비의 지향점은 세습과 금융권력
[새사연의 눈] 경제 민주화와 한국판 마니 풀리테 위하여 삼성 견제해야
 
새사연   기사입력  2007/11/12 [01:38]
촛불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삼성 비자금과 떡값 검사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명동성당에서 일산에서 그리고 대전역 앞에서 연일 이어진다.
 
삼성의 추악한 로비와 뇌물 작업의 일단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드러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으로서 직접 법조계 관리를 관장했던 담당자가 고발을 했는데도 검찰이 ‘떡값 검사 리스트를 주지 않으면 수사할 수 없다’고 나오는 마당에 시민들은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고발자만 기소당한 2005년 X파일 사건
 
이 시점에서 2005년 삼성의 검은 거래를 고발한 MBC 이상호 기자의 이른바 X파일 사건이 얼마나 황당하게 흘러갔었는지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수사 5개월여 동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한 차례의 소환 통보 없이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혐의를 발견할 수 없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회장과 이학수, 김인주, 홍석현, 등 핵심 당사자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불법 로비 내용이 담긴 도청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삼성에게 떡값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검사 7명의 명단을 공개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검찰로부터 기소당하는 희대의 코미디로 사건이 귀결되었다. 더하여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건의 본질은 (삼성 로비가 아니라) 안기부 불법도청문제’라고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검찰 수사 방향의 기준을 제시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씁쓸한 소극이다.
 
한국에서 ‘마니 풀리테’는 가능한가
 
1,000여 개의 차명 계좌에 수천억 원의 비자금이 조성, 운용되고 있으며 검찰 떡값으로 매년 십억 원 이상이 사용되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는 일개 기업의 불법 로비와 타락한 권력층 일각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선 총체적 부패상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와 같은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1992년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는 불법 로비를 일삼던 한 기업의 내부 고발로 시작되어 1,000여 명의 공직자와 정치인을 포함한 2,993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 기소되고 이어진 총선에서 신인 정치인들로 구성된 신생 정당이 기성 정치권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정치 판도까지 완전히 바꾼 사건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X파일의 경험 그리고 유달리 삼성과 재벌 총수에 관대한 노무현 정권의 속성상 한국 사회의 마니 풀리테가 검찰에 의해 진행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재벌 세습과 은행 소유로 향하는 삼성 로비
 
또 하나 우리가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삼성의 전방위 로비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다. 1999년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이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은 모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을 증식시키고 재벌 삼성의 지배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으로 드러났다. 탈법과 허위, 배임, 증거인멸로 일관된 이들 작업의 결과 이재용 전무는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되어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를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재용 체제의 완성을 위해 삼성이 다음으로 넘어야 할 고비는 금산분리의 폐지다. 금산분리가 유지되는 한, 삼성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로 분리되어야 한다. 현재 막대한 순익을 안겨다주는 삼성전자 등 비금융 분야나, 자산 규모로 이미 그룹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 분야나 삼성으로서는 모두 포기할 수가 없다.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이 이명박 후보 캠프에 합류한 속내가 드러난다. 이명박 후보는 금산분리 폐지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삼성은 10년 가까운 치밀한 준비를 통해 재벌 체제를 세습하고 이번 대선에서 보수 후보를 지원하여 금산분리 폐지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동시에 움켜쥔 ‘견제 받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으로 부상하는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역사를 뒤로 돌리는 두 보수 정치인이 대선 지지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거대한 삼성공화국에서 우리는 2002년에 그랬듯이 다시 작은 촛불을 들고 모여들 수밖에 없다. 경제 민주화와 한국판 마니 풀리테를 위하여.  / 정희용(새사연 미디어센터장)
 
* 본문은 <새로운사회를는연구연>(http://eplatform.or.kr/)이 발행하는 'R통신 71호' 이슈해설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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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2 [01: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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