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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팽개치고 장바닥 뛰려는 국회
[김영호 칼럼] 대선 전초전, 국회를 정치공세 선전장 전락시키지 말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7/09/07 [02:12]

 17대 국회는 2004년 4월 탄핵국면을 뚫고 국민적 기대를 안고 태어났다. 급조정당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고 초선의원이 전체의 60%를 넘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하지만 국민의 뜻과는 달리 정치행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번 정기국회는 예산안-법률안 말고도 정치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12월 대선에 당력을 집결시키려고 정기국회 회기마저 단축한단다. 그나마도 선거전략 차원의 정치공세나 펴다가 파행으로 치닫지 않나 싶다. 

 국회법에 따라 정기국회는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그런데 열흘 뒤인 12월 19일 대선이 실시되자 회기를 33일이나 단축한다고 한다. 의원들이 대통령 후보를 쫓아다니며 선거운동을 벌이겠다는 소리다. 또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에 가서 뛸 시간도 갖자는 계산이다. 100일간의 정기국회에서도 예산안-법률안을 밀도 있게 심의한 적이 없다.  

 단축회기라도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선거전략 차원의 정치현안이 수두룩하다. 최대쟁점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이고 그 과정에서 정면충돌이 예견된다. 경선과정에서 제기된 숱한 의혹을 최대한 증폭시켜 나간다는 게 대통합민주신당의 전략일 것이다. 국정감시를 통해 온갖 의혹을 들춰냄으로써 민심의 향방을 바꿔놓겠다고 말이다. 상임위마다 의혹을 쟁점화해 타격을 주려고 할 터이니 격돌은 불기피하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타당성과 함께 보고서 작성을 둘러싸고 회전이 예상된다. 갖가지 의혹을 놓고도 난타전이 벌어질 것 같다. 도곡동 땅 차명소유, 위장전입, 투자운용회사인 BBK 주가조작, 병역면제, 선거법 위반 등등이다. 10월 이전에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표적이 불분명하다. 섣불리 특정인을 겨냥했다가는 인지도나 올려주는 실축을 범한다. 결국 범여권을 향한 무차별적 이념공세를 통해 지지기반을 다져나갈 전략을 펼 듯하다. 

 또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범여권의 공동책임으로 몰아갈 게 뻔하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방한계선(NLL),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국정원의 역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기자실 통폐합과 국정홍보처 폐지, 신정아 학력위조와 비호세력, 청와대 비서관의 이권개입 등등에 관한 의혹과 실체를 놓고 상임위별로 날선 공격을 벌여 기선을 제압한다는 계산일 것이다.

 의혹사건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진실규명과 함께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집권세력의 독주에 대한 견제는 국회의 임무이다. 독선적 정책은 심각한 후유증과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비판과 더불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17대 국회운영을 보면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어 국회를 정치공세의 선전장으로 최대한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벌써 많은 의원들이 정기국회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전의를 다질 것 같다. 예산안도 법률안도 팽개치고 입씨름, 몸싸움을 벌리다 저마다 표밭으로 뛰어나갈 태세일 것이다. 대선후보에게 잘 보여야 그가 당선되면 장관도 할 수 있다. 밉보이면 국회의원 공천도 물 건너간다. 정쟁을 핑계삼아 국회를 공전시키고 당 차원에서 성명서 싸움이나 벌일 공산이 크다. 결국 17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중도에 궤도에서 이탈해 자동적으로 폐회될 가능성이 높다. 5년 전 대선 당시에도 개혁법안 처리가 극한대립 끝에 무산되어 버렸다. 

 지난해도 국정감사가 한 달 이상 연기된 바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줄다리기로 말이다. 입법부라면 법을 준수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정감사는 마땅히 법대로 9월 10일부터 20일간 실시하는 게 옳다. 국회법은 정기국회 회기를 100일로 규정하고 있다. 예산국회를 멋대로 줄여도 되는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예산안도 번번이 법정시한을 넘겨 통과시켜 왔다.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한 것이다.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전인 12월 3일까지 통과시켜야 한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 없으니 예산안만은 얼렁뚱땅 합의해서 정부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법률심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국회심의를 기다리는 정부제출법안만도 424개나 된다. 그런데 의원들이 의사당은 팽개치고 몽땅 시장바닥이나 누비면서 표 구걸에나 나서려고 할 테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까 싶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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