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가 선거의 출발을 알린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대선주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진 듯이 열리고 있어 대선이 가까웠음을 실감케 한다. 언론보도를 보면 그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는 것 같다. 밤낮없이 시간을 쪼게도 모자랄 듯하다. 그런데 저술활동도 왕성하여 언제 그런 시간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상하게도 예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듯하다.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가 선두에서 자웅을 겨누다 이명박 후보로 결정됐다. 이른바 범여권은 아직도 출발선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니다. 그래도 서적출간은 뒤질세라 서로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어 기세를 돋운다. 선거전이 뜨거워질수록 출판경쟁도 더 달아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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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쓴 <어머니>를 높이 치켜들고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노컷뉴스 | 대선주자들은 저술활동을 필수적인 선거전략으로 보는 것 같다. 정치철학을 알리고 지명도를 높이는 홍보수단으로 말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세력을 과시함으로써 득표활동으로도 유효하다. 선거법이 규제하는 정치집회의 성격을 탈색할 이점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많은 책을 본인이 직접 쓰느냐는 것이다. 출판계에는 저자가 모든 비용을 대서 상업성이 없는 책을 만드는 자비출판이 성행하고 있다. 돈만 주면 아예 글까지 다 써준다. 그리곤 저자가 누구라고 버젓이 이름을 달아 출판기념회까지 갖는다. 이것은 일종의 사기다. 이런 책을 내서 학식과 덕망을 자랑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한국사회는 그 동안 남의 글을 돈으로 사서 제 글처럼 책을 만들어도 용인해 왔다. 유명인사의 대필저술이 사회적으로 문제된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박사학위도 대필해주니 그럴 만도 하다. 정치인들이 가짜저술로 출세하고 득세하니 나라가 더 시끄럽지 않나 싶다.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정직성과 도덕성이다. 정직하지 않다면 국민을 상대로 얼마든지 사기 칠 수 있다. 이제는 가짜저술도 가려내야 한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책 한 권 내기가 어려운데 그 바쁜 사람들이 어떻게 눈 깜박할 새 책을 내는지 모르겠다. 차명재산, 병역기피, 세금탈루, 허위학력, 허위이력 따위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짜학력으로 출세해서 큰소리 치던 사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짜저술도 허위학력 못지 않게 부도덕하다. 그것도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의 문제라면 참으로 심각하다. 가짜저술도 검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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