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순의 문학과 여성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무원 퇴출?, 진짜 ‘퇴출대상’은 누구인가
[정문순 칼럼] 퇴출은 또다른 무사안일 병폐, 혹독한 재교육이 앞서야
 
정문순   기사입력  2007/03/28 [14:04]
집 근처에 있는 시립도서관 정기간행물실을 들를 때마다 담당 직원이 책을 제 자리에 꽂거나 좌석을 정리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가 붙박이처럼 앉아 있는 곳은 자신의 자리였고, 무엇을 하는지 늘 컴퓨터에 눈이 붙들려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걸 보아 일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업무 시간에 딴 짓을 하는 것이 분명한 이런 공무원들의 존재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로 퍼지고 있는 '무능 공무원 퇴출'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무능 공무원 퇴출'은 공무원들의 몸에 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태생을 두고 있기 보다는, 외환위기 이후 사기업에서 일반화되었던 인원 감축을 통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더 관련이 있다. 구조조정은 효율성을 드높이는 경제적 합리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지만, 효율이니 합리성이니 하는 것이 돈을 줄이자는 말일진대 이윤을 내는 기업이 아닌 공공조직에다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공조직에 구조조정은 무리 
 
겨울철마다 지자체에서 일 없이 보도블록을 바꾸는 것과 달리 예산 낭비가 분명하다고 볼 수 없는 일도 적지 않다. 효율을 따지자면, 저소득층 지원도 돈 안 되는 낭비에 지나지 않으며, 회의나 논의도 많을수록 비생산적일 것이다. 최고의 효율을 낳으려면 지방자치단체장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밀어붙이면 된다. 민주주의는 본디 경제적 효율성과는 담을 쌓은 제도이다.
 
'무능 공무원'은 어떤 잣대로 판가름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인터넷 서핑에 열중하는 직원만 무능한 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으나 돈이 되지 않는 일을 벌이는 공무원은 예산만 까먹고 있으니 유능하다는 평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의 눈 밖에 나는 일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열린 사고가 들어앉을 자리는 없다.

▲오세훈 시장의 인사정책을 풍자한 그림판     ©대자보 김철관
 
그래도 굳이 퇴출이 필요하다면 업무에 책임이 큰 실·국장 등 간부급 공무원부터 도마 위에 올리는 게 순서이다. 권한은 없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소화해내는 데 급급한 하위직의 직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잘 하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반면 흠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퇴출당한 공무원들은 대부분 하위 비정규직에 몰려 있었고 여성이 많았다.

딴 짓하는 공무원, 재교육으로 

공무원이 정년까지 '철밥통'을 갖는다 하여 취업난 시대에 비웃음과 질시를 받고 있지만,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에는 충분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 일을 잘하도록 만드는 동인은, 자칫하면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강도 높은 스트레스, 고양이와 쥐를 방불하게 하는 인사권자와의 관계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존심과 긍지에 있다.

자긍심을 기르는 데는 노동조합 같은 자주적인 조직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밀린 건강보험료의 분할납부를 요청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들렀을 때, 의기소침하던 마음은 노조 복장을 차려 입은 직원들을 보자 풀린 적이 있다.
 
과거에 공무원의 신분 보장은 독재정권이 하수인으로 길들이기 위해 필요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달라졌다. 국민이 공무원에게서 상전대우를 받으려면 직업적 안정을 보장해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 공무원이 모셔야 할 대상은 단체장이나 정부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퇴출에 90%가 넘는 찬성 여론이 나왔다는 소식은 좀 어이가 없다.
솎아내기 보단 봉사토록
 
공무원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아 할 말도 못하고 스스로 위축하게 만들고 노조 활동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공무원이 원성을 듣게 만들었던 무사안일과 태만, 눈치 보기라는 구태를 되레 키워주는 것일 뿐이다.
지자체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는 '무능 공무원 퇴출' 운동은 새내기 단체장들의 손쉬운 조직 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무능 공무원은 솎아낼 일이 아니라 시민에게 엎드려 봉사하도록 철저하고 혹독한 재교육이 앞서야 한다.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3월 28일자에도 실렸습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3/28 [14:0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박혜미 2007/04/23 [03:54] 수정 | 삭제
  • 이제본격적으로 공무원 줄서기는 시작되었다. 내일보다 창의보다, 줄을잘서야 살아남을수있단다. 오세훈시장의 퇴출제도가 시행되면서 직원들은 서로 눈치보느라 퇴근도 못하고 , 특별히 바쁘지도 않으면서 휴일도 출근하고, 이 뭡니까? 그도그럴것이 10년이상 20년이상 아무리 좋은업무 실적을 쌓았어도 퇴출이야기가 나오면서 대상자 평가는 단 5-6개월로 정해졌으니 이어찌정당한평가라 할수있으며 웃사람 눈치안보고 성실하게 일만 할수있겠습니까? 너무너무 각박하고 메마른 이세상은 모두가 직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것입니다. 우리 평범한 직장인들도 양심껏 성실하게 착하게 정직하게 , 좀바보같더라도 ,열심히노력하며 봉사하는사람은 좀행복하게 살아도 되는것 아닙니까?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