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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주투사 살라이 박사 ‘지학순평화상’ 수상
고령에도 군부독재 항거하다 강제추방, 대우인터내셔날 항의시위도 예정
 
최방식   기사입력  2007/03/26 [11:12]
“부상 1만달러 민주화운동 종자돈으로”
 
버마(현재 미얀마)의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해외로 추방당해 79의 고령에도 타국을 떠돌고 있는 살라이 툰 탄 박사(양곤대 교수)가 제10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는다.

(사)지학순정의평화기금(이사장 김병상)은 26일(월) 오후 7시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 4층 해금강홀에서 ‘제10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을 갖기로 했으며 수상자는 버마의 오랜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벌여온 살라이 툰 탄(Salai Tun Than) 박사라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기금의 고문인 윤공희 대주교를 포함해 가톨릭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 40여명의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NLD Korea) 회원, 그리고 ‘버마민주화를 위한 모임’(공동대표 임효림·유종순)과 ‘버마민주화를 위한 작가모임’(대표 임동확) 소속 회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는 버마 민주화운동가 살라이 툰 탄 박사.     ©인터넷저널
살라이 박사는 부상으로 1만달러를 받게 된다. 살라이 박사에 따르면, 이 돈은 그가 태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버마민주화 관련 사업의 종자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박사는 “‘지학순재단’과 우리를 도와주는 한국인 모두에게 감사한다”며 “하나님께서 버마민주화운동에 사용하라고 주신 걸로 알고 큰 뜻을 이루는 데 밑거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살라이 툰 탄 박사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태국에서 버마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탄케(Than Khe) 전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의장이 내한했다. ABSDF는 버마의 ‘5·18항쟁’이랄 수 있는 ‘8888민중항쟁’ 당시 무장투쟁을 주도했다. 당시 군부정권은 3천여명을 학살하고 전국적 민주화투쟁을 군화발로 깔아뭉갰다.

▲원주교구장 시절 지학순 주교.     © 인터넷저널
‘지학순정의평화상’은 한국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생애를 바쳤던 고 지학순 주교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제정되었으며, 세계의 정의와 평화, 인권에 헌신한 개인과 단체들에게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한편, 살라이 박사의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과 내한을 계기로 NLD한국지부는 국내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시상식에 7시간여 앞선 26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역 앞 대우빌딩 건물 앞(1호선 9번 출구)에서 버마군부와 사업협력을 하고 있는 (주)대우인터내셔널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다.

NLD한국지부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은 버마 내 가스(오일) 개발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버마 사업이 국민들을 탄압하고, 버마 내 여러 소수인종에게 강제노동·강제이주·성폭행을 자행하는 군부독재를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라는 요구다.

/최방식 <인터넷저널> 편집위원장
 
살라이 툰 탄 박사(Dr. Salai Tun Than)는 누구?
 
올해 79세(1928년생)의 고령에도 군부정권에 의해 추방당해 타국을 떠돌고 있는 살라이 박사는 버마 양곤(영어명 랭군)대 교수와 예진(Yezin)대학 총장을 지낸 곤충학자이자 농업경제학자이며, 민주화운동가이다.

살라이 박사는 양곤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1955년 농경제학 석사, 1958년 위스콘신대에서 곡물영양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버마의 주요산업인 농업을 과학화하는 데 헌신했다. 농업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예진농업종합대에서 1990년까지 31년간 교수(총장)으로 일했다. 1993년 대학교수 직을 정년퇴임할 때까지는 양곤대학 교수로 근무했다.

퇴임 뒤에는 버마 북서부지역의 지속가능한 농업 개발을 주도하는 비정부조직인 미얀마통합지역개발협회(MIRDA)를 결성하해 활동했다. 하지만 버마 군부는 MIRDA가 세계교회협의회(WCC)등 외국으로부터의 지원을 받고 있어 반정부활동을 한다고 의심한 나머지 MIRDA농장들을 파괴하고 외국 후원자들의 버마 방문을 금지하는 한편, 살라이 박사의 이 단체 활동도 막았다.

군부독재의 폭정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살라이 박사는 2001년 73살의 나이로 양곤시청 앞에서 버마역사상 첫 1위시위를 벌였다. “버마 군부는 버마 민중에게 정부를 돌려줘야”한다는 구호를 외치다 체포된 그는 장기구금을 거쳐 이듬해 3월 긴급조치법 5조(1950년 제정) 위반으로 7년형을 선고 받는다. 휴먼라이트워치 등 세계적인 인권단체들은 이 법(긴급조치법)이 국민을 억누르는 탄압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3년 버마 군부의 유화책으로 다른 17명의 양심수와 함께 석방된 살라이 박사는 군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했다. 결국 그는 2005년 미국으로 강제 추방되었다. 1남 4녀를 둔 그는 미국에 유학중인 1남 1녀를 제외한 부인과 3녀를 버마에 남겨둔 채 외국으로 쫓겨난 것이다.

박사는 그 뒤 미국과 유럽, 아시아들을 돌며 버마의 민주화에 세계 각국 정부와 양심들이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버마의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살라이 툰 탄 박사님에게 제10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버마 군부독재 역사는?
 
태국의 북서쪽에 자리한 벵골만 연안의 나라 버마. 국토는 남한의 7배쯤 되지만 인구는 비슷하다. 48년 식민지배를 떨쳤으니 독립역사도 유사하다. 하지만 1인당 GDP는 180달러(2003년 기준)로 우리의 1/70에 불과하다.

식민지 해방의 기쁨도 잠시. 50년대 말 버마 정국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 일상화한 좌우 대결과 폭력, 그리고 집권한 독립운동가 출신 엘리트집단 내의 분열 등으로 혼란에 빠졌다. 이틈을 타 네 윈(지금은 사망)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다.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이듬해였다.

아시아에서 민주화운동이 활화산처럼 분출되던 80년대 후반. 버마에서도 1988년 8월 항쟁이 불타올랐다. 네윈 정권은 휘청거렸다. 소마웅이 친위쿠데타를 일으켰고, 무력 진압이 시작됐다. 8월 8일, 양곤에서 10만명이 거리시위를 벌였는데 총과 탱크로 진압, 최소 200여명이 사망했다. 9월 14일에는 100만명이 거리로 나왔으나 탱크로 깔아뭉갰다.

버마인들은 ‘8888 민중항쟁’으로 기억하고 있다. 80년 광주항쟁과 비교되곤 한다. ‘NLD한국지부’의 한 조직원은 당시 4천명이 학살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수천명이 감옥에 갇혔다. 1500여명은 지금도 수감중이다. 일부는 정글로 숨어 무장투쟁을 벌였고, 다른 일부는 국경을 넘었다. 이들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조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소마웅 군부는 88년 8월 피의 학살에 따른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2년 뒤 총선을 통해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1990년 총선이 실시됐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유권자들이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NLD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건 물론이었다. 의석의 81%를 차지했다.

하지만 군부정권은 약속을 어겼다. 선거 결과를 무시하고 아웅산 수지를 가택에 연금시켰다. NLD 지도부를 포함해 2천명의 민주인사를 체포·투옥했다. 수지 여사는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군부는 그를 지금까지 가택에 가둬놓고 있다. 92년 친위쿠데타의 2인자인 탄 쉐(74)가 실권을 넘겨받았다. 97년 국가통치기구도 ‘국가평화발전협의회’(SPDC)로 재편했다.

NLD 조직원이 한국에도 23명 들어와 있다. 90년 총선 때 한 지구당 위원장을 했던 이가 한국지부 의장을 맡고 있다. 신장투석 고통을 겪고 있는 르윈 부의장은 ‘8888민중항쟁’ 당시 양곤대 비밀 학생운동조직의 리더였다. 한국에 갇혀 산지 10년 넘은 이들이다. ‘난민’ 신청을 했지만 한국정부는 7명에게만 지위를 부여했을 뿐이다.

한편, 이 나라의 현재 공식 이름은 미얀마이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을 하는 쪽에서는 군사독재정권이 국호를 바꾼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과거 나라 이름인 ‘버마’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취재진에게도 그리 사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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