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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을 하면 경제감각이 정말 생길까?
[비나리의 초록공명] 증권하면 경제감각 아닌 극우파의 사유만 갖게 돼
 
우석훈   기사입력  2007/02/28 [13:06]
우리나라에 증권에 대해서 첫 번째 열풍이 불었던 것이 내 기억으로는 아마 88년 정도일텐데, 그 때 경영학과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증시를 하는 붐이 생겨났고, 그 뒤로는 작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증시붐이 생겨나고 줄어들고 한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중에 따라붙는 얘기 중에 하나가 대학생들에게 "경제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증시를 해라"는 말이다. 이 얘기는 10년 전 강사시절에 경제학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들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경제신문 하나 정도는 봐주는 센스를 가지라는 말도 유행했었다.
 
나는 증권은 하지 않지만, 내 대학원 학위가 증시 중의 증시라고 하는 국제선물시장의 파생상품 같은 것을 다루는 부문이었다. 당시 파리에는 시카고, 런던에 이어 드디어 MATF라는 이름의 국제선물시장을 열었는데, 이 해에 국제경제학 분과에서 대학원 논문 주제는 전부 여기에 관련되어 있어야 하는 약간의 제도적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나도 일종의 선물중개사 훈련 같은 걸 받았었다. 그래도 나는 증권은 하지는 않는다. 
 
증권으로 돈을 번 경제학자로 유명해진 사람은 케인즈인데, 천하의 케인즈도 아침에 부인이 시키는 대로 몇 번 투자를 했다가 우연히 돈을 벌었다는 후일담이 벌어진다.
 
경제학과와 경영학과의 50대 교수라면 아마 경제감각은 우리나라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할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아직까지 은퇴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교수로 붙잡혀서 따분한 생활을 하는 것은 중간에 증권으로 크게 빚지고 아직 빚을 갚지 못해 은퇴할 여건이 못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들끼리 하는 농담이다. 증권으로 두 번쯤 크게 돈을 날리고 노년이 되면 자식들이 유학갈 나이가 되어서 정년까지 맞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
 
그런 정도의 경제감각 가지고도 증권에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는 210명이 입학을 했었는데, 이 친구들의 절반이 금융계에, 그리고 나머지 절반이 회사의 자금담당이고, 아주 극소수만이 제조업이나 혹은 비제조업 분야에서 일을 한다. 이 친구들 중에 증권으로 친구들 술 사 줄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번 사람은 없다.
 
여의도 증권가에 진출한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누구나 돈을 잃지만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장기적으로 개인이 증권에서 돈을 버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확률적으로도 쉽지 않다. 말이 좋아 ‘포트폴리오’라는 말을 쓰지만, 그게 심리적으로 어지간히 제갈공명쯤 되지 않으면 언제나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IMF 직전의 삼성증권에서 전설적인 직원에 관한 얘기가 있었는데, 증권사 들어온지 5년 만에 집 산 어느 한 직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옷 한 벌과 버스 토큰으로 버티면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집 샀다고 한다.
 
환란 즈음에 나는 거의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경영학과의 야릇한 교수들과 또 거의 '견유학파'라고 사람들이 부르던 공대교수들이 손을 잡고 테크노 MBA니, 산업정책과정이니 이런 걸 만드는게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에 나온 1호 박사를 내가 과장으로 데리고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다.
 
여기에 금융공학이라는 나름 재미있는 학문이 아주 인기가 있었다. 이 때 금융공학으로 몰려갔던 사람들이 전부 집사고 떵떵거리고 살았으면 좋겠지만... 20년 넘은 엑셀 몰고 시어머니한테 딱 붙어서 육아의 부담과 생활비의 부담을 덜고 그 돈 모아서 집샀다. 금융공학 전문가라고 하지만, 내 주위에서는 이런 거 했던 사람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증권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중산층의 삶을 대충 유지하고 산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경제감각이 도대체 뭐가 필요하다고 증권을 해서 경제에 대한 눈을 키우라고 하는 것은 순 사기다. 경제에 대한 흐름에 대한 안목은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게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펀드의 대왕인 소로우나 이런 사람들에게 벌써 노벨경제학상이 나가더라도 몇 개가 나갔을테지만, 그런 식으로 경제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경제는 크게 보면 금융경제와 실물경제로 나뉠 수 있는데, 이 두 개를 한 사람이 동시에 섭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이 중에 하나에 집중하게 되는데, 나는 실물경제라는 눈으로 경제를 본다.
 
증권에서 생겨나는 눈은 금융경제라고 할 수 있는데, 증권 돌린다고 해서 금융경제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 그렇다면 화폐금융론 같은 과목은 증권투자에 대한 과목이 벌써 되었어야 하지만, 실제 화폐금융론에서 제일 많이 다루는 것은 왈라스의 일반균형 모델이다.
 
더 웃기는 것이 그걸 위해서 경제신문을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멀쩡한 경제학자도 경제신문 너무 오래보면 바보 된다...
 
이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했던 양반이 경제신문 편집진들과 논쟁하고 나서 한 말이다. 점잖게 표현해서, 금융 너무 오래 본 사람은 다른 실물도 금융의 눈으로 보게 된다고 완곡하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그 양반이 개인적으로 다른 자리에서 했던 말들과 연결시키면...
 
개인이 알아야 할 경제감각은 정상적인 '경제적 삶'을 위한 정도면 충분할 것 같고,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12년째 경제신문과 종이신문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진짜 경제 위기와 진짜 돈 돌아가는 방향과 이들의 충고와 제언은 무관할 뿐더러, 실제로 제조업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절대로 신문에 나는 일은 없다.
 
증권을 하면 경제감각이 생기지도 않을 뿐더러, 가장 빠르게 극우파의 사유를 가지게 되는 길이 열리고, 경제신문 오래 보면 어느새 자기가 남성우월주의 극우파가 되어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동네 복덕방에서 장기보면서 세상 일에 훈수두는 할아버지들이 세상 보는 눈과 가장 빠르게 같아지는 길은 증권에 목숨 걸면서 매일 경제신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아마 6개월이면 동네 복덕방에서 하는 수준의 얘기로 전락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 경제전문가들의 세상인식은 동네 복덕방 얘기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지만, 할아버지들이 순수하다면 이 사람들은 약간 악질적인 구석이 있다.
 
증권도 하고, 경제감각도 기르기 위해서는 인간성도 조금은 포기하고 악질이 된다고 생각하면 3년이면 인성 개조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
 
경제라는 것이 더러운 것은 그렇다고 돈 벌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부자되라고 5~6년 전부터 MBC와 KBS에서 죽어라고 외쳤는데, 이 기간 동안에 부자되라고 외쳤던 방송사와 신문사, 그 어느 하나 중에도 그 이전보다 경영상황이 개선된 회사가 있을까? 죽어라고 부자되라고 외치면서 경제신문들의 경영여건이 나아졌을까? 별로 그렇지 않다.
 
이건 개인들에게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주위에서 "중요한 것은 돈 버는 거야"라고 외쳤던 사람 중에 진짜 돈 벌게 된 사람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시라.
 
그래도 경제감각이라도 있다면 경제에 대한 눈은 그렇게 생기는 것도 아닐 뿐더러, 세상 살아가기도 피곤한데 개인들이 경제감각은 익혀서 뭐하겠는가...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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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8 [13: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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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재 2007/02/28 [18:41] 수정 | 삭제
  • 경제학자가 증시로 돈 못 번다는 거야 잘 알려진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수준이 원래 아직 낮아서라 알고 있는데요, 예측력이 없어 잘 안맞죠.

    직접 단타투자를 중심으로 말씀하신 것 것은데, 주가의 단기등락은 렌덤워킹..술취한 사람이 비틀거리듯 간다..니 단기 주가등락에 돈을 걸어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고.

    허나 요즘에는 적립식 펀드 등 간접, 적립식, 장기투자가 일반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은행에 적금들러 간 사람에게 행원이 3년 이상 보시면 손해 볼일 없다면서 펀드를 팝니다.

    주식으로 분산해서 장기투자하면 돈을 벌지 왜 못 벌겠어요.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도 오르는게 경제원리인데요. 삼성전자하고 대우전자하고 몇개 주식 10수년 전에 샀다가, 대우는 없어지고 삼성전자는 수십배 올라 억대 번 분 주변에 계십니다. 물론 그분이 증권사 객장에 자주 들락거릴 일은 없으셨겠죠.

    앞으로는 부동산 보다 주식이 좋을 것이라고들 보지요.

    소득의 격차가 아니라 자산의 격차가 빈부를 가른다더군요. 젊었을 때부터 일찍 종자돈을 마련해 자산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태도입니다. 다만 확율이 낮은 단타투자는 하지 말라 가르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