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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김대중 독트린' 넘어서야 한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햇볕정책의 본질은 경제학적으로 제국주의와 관련
 
우석훈   기사입력  2007/02/20 [03:25]
이제는 'DJ 독트린'을 넘어서야 한다
 
박권일 기자와 얘기하면서 마음 속에 묻어두고 있던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들게 된다.
 
내가 정부와 처음 일했던 것은 YS 시절이었는데, 진짜 스물 여덟살의 어리버리 초짜 박사를 환경부에서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시절 중앙일보에 실렸던 내 인터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왜 12년 전의 초짜 박사에게 중앙일보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지는 말이다... 하여간 그런 인연으로 정부와 일을 하기 시작하다가 상공회의소의 간판 스타가 되면서 YS 시절의 에이펙 회의에서 환경의제에 대한 position paper를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정부 공식 협상절차에서 정부 협상에 관여하게 된 첫 번째 일이었다. YS 시절의 일이다.
 
DJ 시절에는 스카웃이라고 하기까지는 좀 뭐하지만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주선해서 정부기관에 팀장으로 옮겨가면서 DJ 정부 내내 정부 안에 있었다. 김진표와 나와의 요상한 인연이 아니었으면, 노무현 시절에도 상당 기간 정부 내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김진표를 인수위원장으로 올리는 것을 보고 미련없이 사직서 내고 나왔다. 노무현은 잘 모르지만, 김진표는 잘 안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내 직속 상관이었기 때문이다. 김진표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세상에 그 어떤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그보다 괴롭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내 판단의 기준이었다. 노무현은 김진표가 능력있고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말한다. 정말 나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그 때 처음 느꼈다.
 
대체적으로 이런 나의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치경제적인 소신 때문인지 나는 일반인보다는 김대중을 높게 평가하는 편이고, 지금도 여러가지 경제 정책이나 흐름들 분석하면서 정말 대단하기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개인적인 것은 잘 모른다. 김대중의 집사격이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알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친한 것은 아니고, 김대중의 분신을 자처했던 실무자 몇 사람을 아는 정도이다. 공식적으로는 김대중 정권에서 장관표창을 받았다는 정도, 그 정도가 관계일지도 모른다.
 
김대중 독트린에 대해서 지금 정리하는 책의 마지막에 약간 다룰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주 미약하게만 언급하고 진짜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빼기로 했다. 지금의 내 공부로는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김대중 전대통령을 평양순안공항에서 반가이 맞이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제 햇볕정책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때다. 
 
햇볕정책이라는 것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면, 제국주의와 관련이 된다. 당시에 "쁘띠 임프"라고 사람들이 표현하던 소제국주의 모델 위에 서 있는 독트린인 셈인데, 약간 논란거리가 되기는 하지만 이 모델은 한국이 소제국주의처럼 기능한다는 전제 하에서 잘 돌아가게 되어있다. 물론 언젠가는 문제가 생기는데, 단기적으로는 북한으로 인해서 한국이 소제국주의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서 발생하는 중간의 문제들을 막아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이고, 좌파나 우파나 거의 공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소제국주의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걸 페리페리 경제라고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satellite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여간 그런 복잡한 얘기들이 좀 끼어들어가게 된다. 한미FTA에 대해서 열광하는 50%의 사람들은 궁극적으로는 이런 소제국주의 모델을 지지하는 셈이다. 이게 개방으로 표현되든 세계화로 표현되든 아니면 지역경제 모델이라고 하든 본질은 비슷한 것 같다.
 
한미FTA에 대해서 DJ가 찬성할지 반대할지가 약간 궁금했었는데, 난 찬성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공식적으로 딱 한 번 여기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는데, 찬성이었다.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나면, 진짜로 햇볕정책 지지자라면 한미 FTA도 찬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햇볕정책에는 찬성하고 FTA도 반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잘 몰라서 그러는 경우 아니라면 다른 또 다른 경제대안이나 흐름에 관한 요소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햇볕정책은 지지하고, 한미FTA는 반대한다면 진정한 DJ 독트린의 지지자가 아니다. 그래서 난 DJ 독트린의 지지자가 아니다. 다만 답이 없을 뿐이다.
 
이런 고민들을 평화경제학이라는 틀로 담아낼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DJ 독트린을 이제는 넘어설 때가 된 셈인데, 이게 또 경제논의와 함께 가지 않으면 지긋지긋한 북한 위험론이나 별로 실체없는 평화통일론으로 전락해버릴 위험이 높다.
 
이런 종류의 질문은 지뢰밭을 걸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사방에 폭탄이 매설되어 있어,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골로 가거나, 종점이 보여도 중간에 지뢰가 너무 많아서 삐딱선을 탈 수밖에 없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만한 문제이기는 한데, 아직은 내 공부가 너무 약하다. 연말을 목표로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본다면? 물론 내 머리가 좋으면 그럴 수 있는데, 내 머리를 염두에 두면 그 시간까지는 도저히 무리다. 이럴 때면 자꾸 머리 탓을 하게 된다.
 
경제의 대안 논의에 관한 것들이 세대에 대한 얘기로 입구 하나를 찾긴 찾았고, 또 다른 출구 두 개를 더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연결이 되는 제대로 된 출입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서 사람들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미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구 하나가 더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곰곰 하다보니까... 생겨난 문장 하나가...
 
이제는 DJ 독트린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말이 생각난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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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0 [03: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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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0 2007/02/20 [11:07] 수정 | 삭제
  • 장택상의 하수인으로 강패경력으로 대통령까지한 YS의 똘마니였구먼...
    나라 망친 DJ 의 철학이 어떻구 어떼....로저 가로디의 철학 정도는 되야지. Humanite 잡지 않읽어본 모양. 그렇다고 가로디에 매있으라는것은 아니고 한번쯤은 지나가 봐야지.
    너 불란서에서 공부한게 겨우 그거야?
    김대중의 대이북 정책은 결국 이북의 오바를 베끼자는 이솝의 예기...
    좀 예의를 가추어 접근해야지..
  • 파트라슈 2007/02/20 [10:15] 수정 | 삭제
  • 당신은 부정하겠지만 당신에겐 평균 이상의 나르시스즘이 있다. 당신은 천재이고 싶은데,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안다. 그걸 공부가 짧다느니 머리가 나쁘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어쨌든 내 보기에 당신은 수재다. 깊은 사색을 통해 철학적인 깊이과 기반을 갖췄다.
    어쨌든 당신이 아무리 겸손을 강조해도, 당신에겐 평균 이상의 나르시스즘이 있다. 근데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