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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명박(?), 할 것 아무것도 없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노대통령의 덧, 한미FTA 체결되면 할 일 하나없어
 
우석훈   기사입력  2007/02/17 [15:02]
노무현 대통령은 자꾸 4년 중임제로 바꾸자고 한다. 이명박 8년... 듣기만 해도 뒷골 당긴다. 5년이라면 그냥 눈 감고 버텨볼만한 시간이지만 8년, 지금 30대에게는 40대, 그리고 나와 같은 40대에게는50대를 만나게 된다. 8년, 잠깐 눈 감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 치고는 좀 길다. 7년씩 중임, 14년씩을 버텨오는 프랑스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미테랑 14년, 시락 14년...
 
전두환과 대처, 레이건, 미테랑, 전부 80년에 집권을 시작했었다. 이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사담 후세인이 이 사람들과 비슷할 때에 집권을 시작했는데, 자신을 미워했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기 때문에 자신이 승자라고 말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꺄나르인가? 프랑스 만화신문에 그 옆에서 김일성이 승리의 V자를 그리며, "Moi aussi! 나도!"라고 하는 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중학교 1학년 때 미테랑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으면서 미테랑을 알게 되었는데, 그 동안에 나도 40의 중년이 되는 동안에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딱 두 명이 있었다.
 
별로 합리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지만, 난 지금의 5년 단임제가 좋다.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5년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선이 어떻게 될까 잠깐 손가락을  펴서 점을 본다. 1:5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오늘의 삽질로 박근혜가 나오기는 아예 물건너 간 것 같아보이고...
 
이명박 대, 민주당 한 명, 열린우리당 버적거리다가 대충 한 명, 탈당파에서 또 한 명, 천정배 그룹에서 또 한 명, 그리고 민주노동당에서 권영길 아니면 노회찬...
 
표는? 에라 넘겨 집는 김에 한 번 더 넘겨짚어보자. 60:40, 그리고 40/5... 뭐 대충 이 정도 분포가 되지 않을까... 2위와 50% 정도의 표차를 족히 기록하면 명박 오빠가 완승하겠다. 나는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문국현 사장이 나오면 판세가 좀 바뀌기는 할 것 같다.
 
권영길이 나오면 대충 40/5, 그리고 노회찬이 나오면 민주노동당이 2등 정도... 심상정이 나오면? 머리골 복잡해진다. 하여간 뭐 그런 자잘한 변수들이 있겠지만, 현재 흐름으로는 이제 이명박 취임 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되겠다. 사방에서 머리 쥐어뜯으며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만, 또 곰곰 따져보면 나 말고는 그 시간을 그렇게 괴로워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월간조선 스타일로 생각을 잠깐 해보자. 김대중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생각을 딱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다. 만약 IMF 외환위기가 김영삼 임기간을 살짝 넘겨서 김대중 집권 초기에, 그러니까 한 달 정도 이후에 폭발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김대중이 집권하니까 외국자본이 불안해서 한국을 다 떠나가서 그런 거라고 사방에서 난리를 쳤을 것이고 아무리 김대중이 천하의 강심장이라고 하더라도 하야하지 않고는 못 배겨났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힘들어도 집권 전에 환란이 터진 것이 김대중에게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되겠다. 정말 한 달 차이의 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일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정말이다... 그 환란의 우연성이 한 달을 차이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짝 뒤바꾼 셈이 되겠다.
 
이명박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에는 큰 공황이 두 번이 있었는데, 80년 공황과 97년 공황인데, 보통 15~16년을 주기로 장파동이 있다. 물론 이건 자연법칙은 아니다. 공황의 에너지로 보자면 지금 한껏 부풀어 있는 중이다. 거품공황을 얘기를 하지만, 이건 사실 우리나라의 진짜 공황의 에너지의 한 계기에 불과한 것이고, 산업자본 사이의 조정실패에 의한 실물경제가 더 위험하다. 여기에 잔뜩 부풀어오른 원화까지... 도화선만 있으면 폭발하기 직전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 완전 엿을 먹이기로 작정을 했는지 한미 FTA는 바로 임기 내에 체결할 태세다.
 
지금부터 2~3년 내에 한 번은 큰 폭발이 있을 것인데, 달러약세라고 하지만 원화 강세가 요즘 보통 추세가 아니다. 난 음모론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외자 입장으로 볼 때 원화 강세가 극한에 달한 순간이 달러 표시 수익률이 가장 높아지는 순간이다. 올 연말?
 
뇌관은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하여간 뇌관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사회적 불안과 자본과 자본 사이의 불균형 그런 것들이 주요 변수가 된다.
대체적으로 한 번쯤 크게 폭발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것이 내 의견인데, 왜냐하면 지난 4년 동안 튜닝이라고 부르는 미시조정 같은 것들이 거의 없이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 쏟아부으면서 1만불에서 2만불까지 가파르게 달려왔기 때문에, 폭발 에너지는 전세계에서 한국 경제가 지금 최고로 높다.
 
이게 올해 터질까? 아니면 내년이나 후년에 터질까? 확률은 반반이다. 정부에서도 죽어라고 부동산으로 돈이 집중되는 것을 한시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넘길 가능성이 높았지만, 대선이 싱거워지면서 사람들은 한 두달 지나면 대통령 이명박이 흐름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마 재개발 규제도 풀어줄 것이고, 지방에도 신청만 하면 도로건설에서 대운하까지... 하반기에 건설경기가 요동치고, 아무런 제도가 변한 것이 없어도 부동산에 돈이 몰려가면 연말까지 못 견딜 것이고, 조금 드라마틱한 예상을 한다면 한미 FTA 국회비준이 통과할 시점 즈음에서 터질 것이다.
 
이게 이명박으로서는 불행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전임자가 만들어놓은 빚더미에서 상황을 수습하는 YS와 DJ의 관계가 재현되는 셈이다.
 
폭발이 연말을 넘기고 다음 해로 넘어간다면? 세상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경제라는 것이 더러운 것은 전임자가 누적적으로 만들어놓은 문제라도 그걸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있다. 아니 이건 노무현 시절에 생긴 문제 아냐? 그런 말이 잘 안 통한다.
 
최고의 투표율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도 이명박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취임 1년... 그리고는 상당히 골 아픈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DJ가 전권을 휘두르며 경제 재건의 오케스트레이션을 했던 것과는 달리 한미 FTA 발효 이후에 실제로 거시경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야 "권력은 이미 시장에 있다"고 아무 것도 정부에 남은 게 없는데, 그걸 좀 양보하면 어떻겠냐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중앙정부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장치를 가진 집단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시절도 올해로 끝이다.
 
경제가 선순환 과정에 있을 때에는 이런 게 문제가 안되지만 일단 공황으로 들어가면 지금 노무현이 했던 모든 것들이 아마 "덫"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지금은 이명박이 세상을 모두 손에 쥔 것 같아보이지만, 경제가 일종의 법칙이라는 것, 이게 참 더러운 말이기는 한데, 거의 마지막으로 조정을 해볼 수 있는 올해 한국 경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그냥 앞으로 달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역사라는 것이 단순하게 좌파들이 말하는 민주화나 우파들이 말하는 시장경제 이런 것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글쎄... 이 흐름 속에서 민초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돈이 많으면 골드 바에 분산투자하고 뭐 그런 하나마나한 얘기들이 몇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로서야 그저...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원래 공황론 theory of economic crisis라는 것은 좌파들이 제일 힘쓰는 과목이고, 80년대 한국 사회의 사회과학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 바로 74년 석유파동 때 이 공황을 구조적 요소를 설명하면서 좌파들이 맑시스트 르네상스를 맞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내 위에 여러켜로 쌓여 있는 쟁쟁한 분들께서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가 된다고 해서 특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등장할 것 같지는 않다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더 있다. 더 폭발적으로 전개되든 혹은 더 단계적으로 전개되든 이명박 역시 취임 1년을 거치고 나면 힘이 왕창 빠질 것 같은데, 그 때에는 어떤 이론이 가장 우리나라 사회에서 매혹적으로 상황을 잘 설명하는 이론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에밀 뒤르케임의 자살론 이후 프랑스 학계에서의 50년 동안 유행했던 흐름들을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종교와 정신분석의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찬란하게 꽃을 피우지 않을까...
 
과학에 대한 생각은 상식적으로 뭐가 어느 정도 손에 잡히는 상황에서 움직일 때의 일이고, 본격적으로 매뉴팩처 단계로 넘어들어온 프랑스 사회에서는 이 변화를 견디다 못한 사람들의 정신적 공황과 자살이 엄청나게 늘었다. 프랑스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이 시절의 성찰 위에 서 있다. 눈만 뜨면 주위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데, 과학이 무슨 소용이 있고, 진보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프랑스의 문학과 예술은 이런 뒤르케임의 "개체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라는 슬픈 테제 위에 서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게 될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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