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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생의 본질 깨닫는 과정
[책동네] 인생의 깊고 따뜻한 이야기 담은 김경집의 <나이듦의 즐거움>
 
박철홍   기사입력  2007/01/22 [22:24]
<나이듦의 즐거움>의 저자인 김경집 가톨릭대 교수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쇠약해지거나 소멸돼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열정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와 생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40대의 끝자락에 있는 김 교수는 3년 전부터 일주일마다 한 번씩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낸 100여 편의 편지글 가운데 68편만을 모아 이 책을 엮었다. 
 
<나이듦의 즐거움>은 저자가 문학과 철학, 음악과 미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문화적 소양을 통해 얻은 사색의 결과이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저자가 깨달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한 올 한 올 세월의 결을 통한 인생의 깊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  김경집 지음 <나이듦의 즐거움> 책 표지   ©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저자는 우리 사회 40~50대들의 추억의 한 자락을 상징하는 세대이다. 즉 까만 교복을 입고, 종로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 드나들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즐겨 읽었던 세대.
 
<나이듦의 즐거움>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살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해본다. 그는 “까만 교복과 엄격한 규율 속에 갇혀서 보낸 청소년기, 두 번씩이나 휴교를 겪으며 항상 긴장과 불만으로 숨죽인 채 살아야 했던 대학시절, 독재에 대한 항거와 좌절로 채워진 젊은 시절이었다”며 “젊은 시절 품었던 꿈은 꺼내볼 염두도 못 내고 그냥 달음질쳐야만 했던 삶이었고, 게다가 아날로그의 끝자락과 디지털의 첫 단추를 동시에 쥐면서 변화의 한복판에 살아야 했던 세대”라고 강조한다.
 
중년의 문턱에서 찬란한 비상을 꿈꾸는 이들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세상속에서 지쳐있는 이들에게 <나이듦의 즐거움>은 따뜻한 마음의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저자는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기 쉽다”면서 “이제는 남은 여정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새로운 불안으로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이제야 말로 품었던 꿈들을 하나씩 꺼내 조각그림들을 맞출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온 여정을 되짚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자의 이런 삶에 대한 그의 만만치 않은 내공은 세상과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의 준비와 행복에 대한 자기 자신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사색의 언어들과 자유로운 감성을 통해 감정을 과장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저자는 불청객처럼 찾아온 노화로 인해 출석부를 보기 위해 돋보기를 걸치는 신세가 되어 조금은 서럽고 노엽기도 했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어 삶이 조금은 공평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먼 곳은 졸보기안경을 써야 하고 가까운 곳은 돋보기안경을 써야 하는 이 어정쩡한 눈이, 어쩌면 조금 일찍 찾아왔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것, 적당한 것, 먼 것을 이 안경, 저 안경, 그리고 맨 눈, 이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게 됨으로써 세상을 그렇게 세 토막으로 쪼개어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잃은 것은 시력이지만 얻은 것은 심력(心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화는 즐거움이라고 전하는 저자는 일상과의 사색적 만남을 통해 세월의 결을 따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자고나면 하루 아침에 더욱 빨라지는 디지털 세상속에 살고 있다.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기 쉽다’는 김경집 저자의 말처럼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때로는 두 바퀴를 그리며 여유있게 굴러가는 ‘아날로그’ 자전거처럼 마음의 여유와 지혜를 가져보자.
 
<나이듦의 즐거움>은 세월의 빠름에 쫓기며 노화에 대한 절망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차분하게 지나온 여정을 되짚어보기 위해 발을 잠깐 담을 수 있는 작은 개울이 되어줄 것이다.
 
김경집 저자는

김경집은 문학과 철학,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왕성한 책읽기를 통해 농익은 사색과 폭넓은 문화적 소양을 갖춘 인문학자이다. 그의 글이 책으로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주변 지인들과 동료 학자들 사이에서 그의 글쓰기 실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동 대학원 철학과를 거쳐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인간학과 영성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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