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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기증자, "아버지 권리 인정해야"
캔자스주 정자 기증자, 주 대법원에 친권소송
 
권순정   기사입력  2007/01/10 [18:18]
미국에서 정자 기증자의 친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자신의 정자를 기증했던 한 남자가 친권을 인정받기 위해 캔자스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 과연 정자 기증자에게 부모의 권리를 주는 것이 합당한가?
 
USA투데이 인터넷판은 "D.H.로 소개된 남자가 S.H.라는 여자에게 정자를 제공했고, 그 결과 S.H.는 2005년 5월에 쌍둥이를 낳았다. 당시 이 여성은 정자 기증자에게 친권을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캔자스 법에는 “정자 기증자와 수여자가 동의하여 문서화하지 않는 한, 정자를 제공한 남자는 친권이 없다”고 명백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정자 기증자에게는 양육비의 부담을 주지 않는 동시에, 수여자의 사생활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D.H.라는 이 남자는 이 조항 때문에 이미 재판에서 한 차례 패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항소에서 이 남자는 법의 '기술적' 허점을 찌르고 있다. 캔자스주의 정자 기증자에 관한 법은 정자 기증자를 익명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는 정자 수여자와 기증자가 서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즉, 수여자가 정자 기증자를 알고 있을 때 ‘친권 동의 문서’를 요구하는 것은 부모가 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사건에는 미국 전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캔자스주 외에도 많은 주들이 유사한 법 규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번 사건이 사회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최근 생식 관련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체외수정을 이용하는 여성의 수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뉴욕 대학(New York University)의 사회학 교수 쥬디스 스테이시(Judith Stacey)는 “(논란이 된 내용은) 만혼의 여성, 또는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같은 가족제도의 전반적인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은 기증자와 수여자의 입장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태다.
캔자스의 토피카(Topeka)에 소재한 워시번 대학(Washburn University) 법대 부설, ‘자녀와 가족법 센터(the Children and Family Law Center)’의 린다 헨리 엘로드(Linda Henry Elrod) 소장은 이번 사건에서 정자 기증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엘로드는 “익명의 정자와 기증자가 확인된 정자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면서, "유전적으로 아버지라고 알려지고, 더 나아가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남성은 헌법에 근거한 자동적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여자 쪽 입장을 지지하는 낸시 폴리코프(Nancy Polikoff) 아메리칸 대학 법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법은 생물학적이기 보다는 결혼과 같은 다른 요소에 기반한 혈통을 정의해 왔다”고 말하며, “정자를 기증한 것만으로는 법적 친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법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항소에 대한 판결은 오는 2월에 내려진다. 생물학적 혈연관계와 사회적 혈연관계가 대치된 상황에서, 캔자스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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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투데이 관련기사 www.usatoday.com/news/washington/judicial/2007-01-04-sperm-donors_x.htm?cs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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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10 [18: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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