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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의 희생자, 외국여성은 상품이 아니다
국제결혼과 여성폭력에 관한 정책 제안을 위한 토론회 열려
 
김주영   기사입력  2003/06/07 [10:44]

지난 4월에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겁에 질린 한 필리핀 여성이 10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숨을 거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남편의 가정폭력이라는 부분만이 부각되고, 이 여성이 외국여성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이 외국인 여성은 8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살아야 했고 이를 견디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동시에 발생했던 방송인 이경실씨의 사건에 묻혀 제대로 문제제기 되지 못한 것이다.
▲국제결혼과 여성폭력에 관한 정책제안을 위한 원탁토론회     ©대자보

한국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가정내의 여성폭력 뿐만 아니라 결혼중개업자들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인한 이중, 삼중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여성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여성의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6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이런 외국인여성의 국제결혼과 인권침해에 대해 널리 알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제결혼과 여성폭력에 관한 정책제안을 위한 원탁토론회란 이름으로 국내의 안양전진상복지관 이주여성쉼터 WeHome의 주최로 많은 여성단체관계자들의 참여로 이뤄졌다. 이번 토론회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외국인 여성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발제와 문제지적,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안양전진상복지관 이금연대표     ©대자보
토론회에서 안양전진상복지관 이금연 대표는 발제를 통해 "외국인여성들의 국제결혼으로 인한 여성폭력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이다."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한 이금연 대표는 여성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왕에 결혼을 위하여 결혼중매업체들의 영업을 자유롭게 허용해 주었다면 허용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면서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의 가정의례에 관한 국내외교류 및 협력을 표방에 맞게 그 시책의 의미 그대로 건전하게 혼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들 업체들의 관리 감독을 철처하게 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늘어가는 국제결혼과 늘어가는 가정폭력
이미 우리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낮은 출산율과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학업의 연장으로 인한 혼인기의 연장, 독신 선호와 혼인기피 등 국내여성들의 혼인율은 낮아지고 있다. 200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5세 이상의 남녀가 결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여성은 10%만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또한 국내의 가부장적 사고로 인한 한국남성 배우자에 대한 낮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고, 이혼율의 증가와 농어촌 남성들의 내국인 배우자 찾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결혼은 증가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2001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인 남성들의 국제결혼은 급격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겨우 619명에 불과 했던 수가 1993,4년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1995년 들어 10.365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1992년부터 시작된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조선족 여성 외에 기타 국가 여성들도 1999년부터 급증하여 2002년에는 2750명으로 전체 외국인 여성 중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결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는 있지만 사기성 결혼알선업체의 문제나, 가부장적인 남성위주의 문화로 인한 여성폭력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배우자는 언어습득의 부족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따라 남편과의 대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자녀나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당해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나 통역이 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또한 사회시스템 이해가 부족하고, 정보 소외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 형성과 사회참여 기회가 적고, 귀화를 하고 싶어도 시험이 어려워 교육받고자 해도 제대로 된 기관이 없다. 또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화적 갈등이나 사회복지 서비스 접근이 어렵고, 사설 알선 업자들의 여권을 압류하거나 감시하는 등 제대로 된 생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여성의 30% 정도가 남편에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2002년 광주여성발전센터가 광주, 전남 지역의 국제결혼을 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따르면 100명중 30명이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답하였다. 학대의 종류에는 폭행이 57%, 폭언이 18%,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제적 학대가 12%였다. 이들의 60%이상이 종교단체의 농촌총각 짝짓기 캠페인으로 결혼을 하였으며 필리핀이 41%, 일본이 32%, 중국동포가 24%였다.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중 16%는 자녀에게도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학대에 대해 피해여성의 64%가 '그냥 참는다' 26%가 '가출한다'고 답하였다. 여성단체에 도움을 청한 경우는 9%에 그쳤다. 피해여성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서가 43%,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것 같지 않아서가 38%로 나타났다. 국가적인 지원체계가 없어 시민단체의 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한국인 보호시설에 머무르기 때문에 일상적인 언어소통이 안되고 보호시설 내에서도 재활 프로그램의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여성폭력 부추기는 결혼알선업체
국제결혼의 경로는 크게 결혼중매업체를 통한 결혼과 통일교를 통한 결혼 경우이다. 결혼중매업체의 경우 과거 행정기관의 허가와 감독을 받아야 했던 것이 자유업종이 되면서 세무서에 등록만 하면 상담소를 열 수 있게 되었다. 결과 현재 700여 개의 국제중매 소개소들이 난무하면서 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21기사에 의하면 결혼중매업체들은 한국외교부와 현지관청에서의 절차가 복잡해, 개별적인 만남을 통한 결혼은 힘들다고 한다. 복잡한 과정을 쉽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뇌물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가능한 많은 남녀를 성사시켜야 이윤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고려 없이 최대한의 이율창출만이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다 보니 하루 30여 개가 생겨나고 문을 닫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설알선업자에 의한 국제결혼을 통해 일어나는 여성폭력에 대한 사례발표를 했던 천주교 광주교구의 마리안나 수녀는 "결혼중매자들은 사기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시골여성들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에서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고 잘살고 착한 한국사람과의 결혼을 약속하지만 이들을 성폭행을 하거나 불법취업을 시키거나,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도 이혼을 시키고 다시 재혼을 시켜는 방법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경우 등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통일교에서는 '참가정 운동' 실천을 위하여 국제결혼이 하나의 중심이벤트이다. 피해자들이 경험한 폭력이 통일교의 책임은 아니지만, 많은 피해자들이 통일교를 통해서 결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결혼에 대한 쌍방의 대화와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숫자채우기가 이뤄지다 보니 피해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도적인 개선의 노력 필요
이런 여성들의 경우 우리나라 귀화제도의 문제로 인해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혼을 하여도 아이의 양육권도 갖지 못하고, 국적도 취득하지 못해 다시 자국으로 돌려보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국적법에 의하면 가정폭력 등으로 혼인생활을 지속하지 못하는 자가 귀화신청을 원할 경우 재판이혼 등의 법원판결 혹은 결정문을 첨부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판결문이나 결정문이 없는 경우 귀화신청을 하는 본인이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그 책임이 본인에게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간이귀화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경우에도 양육해야 할 아동의 보호 및 외국인 배우자의 인권보장 차원에서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국적취득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전체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어 검토 중에 있다.

결혼이란 하나의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것
대부분의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오는 주된 이유로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돈을 벌로 오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여성들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일본농촌으로 시집가거나, 미군과 동거 또는 결혼했던 과거가 있다. 우리나라의 의식수준이 올라가면서 여성들은 더 상층을 원하게 되고 하층에 있는 남성들은 결혼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모자른 인원을 채우기 위해 다른 나라의 여성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피라미드식의 구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고 피해는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결혼의 차원을 떠나 노동력 수출에 관계된 나라들, 즉 노동력을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간의 정책적 구제책이 필요한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국제결혼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외국인 여성만이 아니다. 결혼알선업체의 무분별한 영업으로 피해를 입은 남성들이 인터넷상의 모임( http://www.anti-wedding.com )은 이를 보여준다. 이들은 국제결혼의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정직하지 못한 국제결혼업체 찾아내어 알리고 더 이상의 업체로 인한 피해자를 막고, 정보공유와 건전한 만남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 외에도 많은 온라인 카페도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보면, 피해자 그룹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사람의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것이 아니다. 한인격과 다른 하나의 인격이 만나 평생을 배려하며 서로를 위하며 사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결혼에서는 이런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일부이지만 단순히 한 남성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성을 학대하고, 자식을 낳고, 가정살림을 꾸리는, 심하게 말하자면 밤에는 성적노리개로 낮에는 가정부로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통해 돈을 버는 사기업자들은 이들을 상품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 여성들을 과거 우리가 어려울 때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미국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딸로 어머니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을 학대하고 매몰차게 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으로 그들을 대우하는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그리고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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