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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익은 없고 망신당할 일만 남았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한의사들은 경쟁력 강화되지만 양극화만 심화시켜
 
우석훈   기사입력  2006/08/24 [15:26]
1. 누가 이익볼지 아무도 몰라?
 
한미 FTA는 ‘포괄적 FTA’라는 이름대로 직업으로 생각해보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영향을 받지 않을 직종은 거의 없다.
 
누가 손해를 보게 될 것에 관한 얘기는 너무 명확한데, 1차적인 피해자와 2차적인 피해자에 관한 차이가 있고, 또 그러한 피해가 회복 가능한 정도의 피해인지 아니면 도저히 회복불가능한 정도의 피해인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 이런 정도의 대규모 협상이 진행되면, 이익을 보게 될 사람 혹은 집단의 소득의 일부를 과세 혹은 부담금 형태로 거두어들여서 명확하게 손해를 보게 될 사람에게 일부 보존을 해주는데, 직접적인 보상시스템인 경우도 있고, 일반조세를 통한 간접적인 지원인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미 FTA에 의해서 스크린쿼터가 절반이 날아가게 된 영화인들에게 영화진흥기금이든 혹은 비정규직 생활안전기금이든 아니면 독립영화제 전문상영관 지원이든 여하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한다고 한다면 이런 보상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이 때의 세원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서 한미 FTA를 체결하게 되어서 이익을 본 사람에게 직접 거두어들이는 방식인데, 정부가 하겠다고 하는 영화인 지원방안이 만약 일반회계에서 빠져나오게 된다면, 손해보는 사람은 2중의 부담을 가지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자신은 한미 FTA로 손해를 봤는데, 이렇게 손해본 사람의 세금을 사용해서 또 다른 손해본사람에게 보상으로 지원이 된다면, 손해보는 사람은 2중으로 화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제대로 작동하게 한다면, 한미 FTA에 의한 거시경제적인 손익계산서와는 별도로 업종별, 부문별로 손익계산서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이런 건 없다. 농민은 손해볼 것이다와 같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누가 이익을 보는지에 대해서 조사가 되어야 하는데, 한미 FTA는 누가 이익을 볼지를 모르는 것이 현상황이기는 하다.
 
아니, 전체적으로 이익을 보면 되는 것 아니겠어? 그렇지 않다. 전체가 이익을 보게 되더라도 불가피하게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한미 FTA, 즉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벌어진 일”은 자신의 판단잘못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상을 통한 소위 “부정적 효과의 최소화”라는 일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걸 하지 않는다면? 경제학에서는 그런 정부를 “나쁜 정부” 혹은 “비효율적 정부”라고 부른다.
 
2. 누가 이익을 보지?
 
한미 FTA에 대해서 이익을 보게 될 사람들이 자신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놓고 얘기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도 이해가 된다. 누구든 명확하게 그리고 큰 소득의 이익이 있다면, 당연히 일부를 환원하도록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FTA 논의는 희한한 구석이 좀 있기는 하다. 반대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찬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고위 공무원과 정부연구원의 박사들을 제외하면 사실 자신에게 별로 좋은 것이 생길 것도 없고, 자세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손해볼 것 같은데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의아하다.
 
민변에서 추천을 했다고 하는 변호사 출신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사태가 지금 어디까지 나아갔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도 아마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해본 정도에서 멈췄으면 좋았을텐데, 참여정부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원성 밖에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다.
 
협상에서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전형적인 외교관인 김종훈 대표의 경우는 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교관 생활을 했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외교 공무원이다. 대과 없이 무난한 외교관 생활의 막판에 그야말로 곤란한 일을 맡아서 개인적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상당히 시달린다는 말을 건네 들은 적이 있다. 상황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기쁠 것 같지만, 그에게도 상처 뿐인 영광일 뿐이다. 명예롭게 공직생활이 끝날 것 같지는 않아서 안스럽다.
 
현재의 협상단 혹은 정부 절차에서 유일하게 한미 FTA로 기쁨을 봤을 사람은 실질적인 한미 FTA의 이데올로그에 해당하는 정인교 정도일 것이다. 현재 경제모델의 문제로 문제가 된 KIEP에 있던 연구원이었는데, 2004년도에 인하대 교수가 되었고,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실질적인 FTA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어쩌면 그의 학문 생활에서 최고의 정점에서 FTA야말로 우리나라가 살 길이라는 얘기를 매일 같이 하고 다니면서 화려하고 기쁜 정점에 서 있을 것 같다.
 
그를 제외하면 정부 내에서도 한미 FTA로 덕보고 있거나 덕 볼 사람은 실제로는 많지 않다.
 
실무자 중 많은 사람은 언제 청문회 끌려갈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한 발씩 움직이고, 협상팀장 중 내가 직접 아는 어떤 사람은 언제 자신의 영어 실력을 누군가 문제삼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온 국민이 정부대표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고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협상에 참가한다고 해서 연구수당이나 혹은 특별수당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잘 해봐야 영광은 없지만, 나중에 자신이 맡은 부문에서 협상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거나 혹시라도 지금의 한미 FTA 추진과정이 다음 정부에서 청문회라도 열린다고 하면 곤란한 일이 생길 것 밖에 없다.
 
지금 국내 협의절차 - 거의 공작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를 총괄하는, 이제는 민간인이 된 한덕수의 경우는 어떨까? 그건 잘 모르겠다. 공무원들끼리 하는 말로 “똥바가지 뒤집어 썼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아니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니 기쁨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생각할지는, 그야말로 신이 아니라면 모를 일이다.
 
3. 한의사
 
그렇지만 한미 FTA가 추진되더라도 까딱없을 사람들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들이 한의사인 것 같다.
 
양방과 한방 사이에 오래된 갈등은 차지하고라도, 한방이라는 우리나라의 특수 의학체계가 미국 병원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흔들릴 이유도 별로 없을 뿐더러, 젊은 한의사들 중 일부는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한의사를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어느 정도의 이익이 생기게 될 것인지를 계측할 수 있을까? 협상문 원안이 공개되더라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의사들은 한미 FTA가 추진되더라도 까닥없을 뿐더러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다.
 
내 대학 동기가 경제학과를 졸업한 다음에 다시 학력고사를 보고 한의사가 된 친구가 있다. 같이 설렁설렁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그 친구만은 진짜로 미래를 예측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미국 병원들이 아무리 침술에 절묘한 중국이나 일본 한의들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그야말로 절대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의사들, 한미 FTA 협상과정을 보면서 절대무적의 한의원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2년 전부터 우리나라 한의원에도 소위 양극화가 진행 중인데, 동네에서 할머니들에게 무료로 침을 놓아주면서 큰 돈 벌지 않는 동네 한의원과 소위 ‘네트워크 방식’이라고 하는, 무슨무슨 소아병원, 무슨무슨 디스크 전문병원 같은 ‘브랜드 공유’를 하는 프랜차이징형 한의원으로 한의원도 심각하게 양극화가 진행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규모의 경제가 진행되면 정말 마음씨 좋은 동네 한의원들이야 어려워지겠지만, 네트워크 방식으로 전국적 규모화의 추세에 따른 한의원 프랜차이징을 만들어나가는 대형 한의원들에게 한미 FTA가 또 다른 기회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앞으로 수 년 후에는 한의학과 들어가기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처럼 될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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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24 [15: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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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발 알고 쓰시오 2006/12/20 [23:27] 수정 | 삭제
  •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동등하다고 헌법의 평등권을 위배하는,

    어의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니..

    정말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뇌구조가 의심스럽다..
  • 제 생각.. 2006/12/19 [22:08] 수정 | 삭제
  • 한의계의 현실이나
    미국의 한의사(라고 할 수 있나요? - -;;) 교육제도나 상호 교환의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약 50여개 대학에서 보통 3~4년제의 과정으로 침구사를 키우고 있고 그 교육과정이나 위상이 주 마다 다른데,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의 물리치료사처럼 진료권이나 진단권이 없습니다.
    반면, 한국의 한의대는 6년의 교육과정 중에 예고 2년, 본과 4년의 과정이 있고 수업시수만 4000시수에 달합니다.
    직업의 상호 교환은 그 자체로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또한 전면 상호 교환 시에 있을 파장과 혼란, 국민 의료권에 대한 불안과 위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 대부분이 한의사가, 아니 한의계가 기득권층에 속해서 밥그릇 싸움에 정신없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한의학은 그 체계와 이론에서 상당한 독자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 전반적인 동양의학과 대체 의학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개방하니깐 너네도 개방해라 라는 식의 감정 논리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하는 말처럼 반만년동안 잘 누려왔습니다.

    그렇게 반만년 동안 지속되온 한국 한의학이 그토록 엉터리는 아닙니다.

    이런식의 논리라면, 서양의학에도 아직 못 고친 병이 수두룩 빽빽하고 병원감염도 많고 의료 사고도 많습니다.

    필자님의 좀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Lein82 2006/12/17 [14:18] 수정 | 삭제
  • 요즘 같은 시대에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거 빼먹으시고 글쓰신거 같네요.저도 잘 모르지만 한의사는 FTA체결되도 까딱없을 것 같다고요?천만의 말씀..미국에서는 닥터로 인정 안 하고 침구사 수준 인정하는데 정말 까딱없겠습니다 그려..이른바 자격이 격하되는데 가만 있을 한의사가 바보지요..오히려 한의사가 희생양이 될수도 있습니다.이런 중요한 사실 빼두고 글 쓰셔서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 글이 진리인 양 호도될까 두렵군요..필자님께서 좀더 신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장군 2006/08/26 [12:04] 수정 | 삭제
  • 사이비신문들이 민심을 오도하고 있다.